전경련, 미국·유럽 등 해외 자동차기업 사례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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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회생’이라는 공통의 목표의식과 상호 양보에 기반한 협력적 노사관계가 기업구조조정을 성공으로 이끄는 열쇠라는 지적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일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자동차기업의 기업구조조정 사례를 분석하고 이같이 밝혔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금융위기 전 시간당 임금이 미국 제조업 평균의 2배 이상에 달할 정도로 높았다. 미국 보수주의 연구재단 헤리티지 재단에 따르면 파산 전 GM의 시간당 평균임금은 70.51달러로, 도요타 47.6달러의 148%, 민간 제조업 평균 29.82달러의 236% 수준이었다.
직원들의 의료복지에 대당 1,635달러를 쓸 정도로 복지부담도 컸다. 도요타는 직원 의료복지에 대당 215달러 정도만 사용했다.
이같은 과도한 임금과 복지부담으로 인해 GM은 2007년 387억 달러(약 40조원)에 가까운 손실을 냈고, 다음해 세계 판매량 1위를 도요타에게 내줬다. 2009년 결국 파산하기에 이른다.
GM 노사는 경영정상화 방안으로 정리해고 대신 상생을 택했다. 노조는 신입사원의 임금을 기존직원의 절반 수준인 시간당 14달러 선으로 낮추는 ‘이중임금제’를 확대했다. 또한 해고시 5년 평균임금의 95%를 지급하는 ‘잡뱅크제’의 폐지와 생계비 보조 중단을 수용했다. 더불어 향후 6년(2009~2015)간 파업을 자제할 것을 약속했다.
‘이중임금제’란 고용유연화를 위해 업무 난이도, 숙련도, 고용기간에 따라 차별임금을 적용하는 것을 말하고, ‘잡뱅크제’는 실직 노조원에 직전 소득의 최대 95%를 최장 6년 동안 지원하는 제도이다.
사측은 대신 해외 아웃소싱 유예와 경영정상화시 해고자 우선 고용을 보장하고, 미국 내 약 4,000개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그 결과 GM은 1년 만에 흑자 전환하고 2013년 말 구제금융을 졸업했다. 작년에는 전 세계에서 984만대의 판매고를 올리며 3년 연속 최대 실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독일의 폭스바겐은 세계 경기불황과 일본차 점유율 증가로 영업이익률이 1993년 △8.7%로 떨어졌다. 이로 인해 19억4,000만 마르크(약 1조3,000억원)이 넘는 적자가 발생하자 1995년까지 독일 근로자의 30%(약 3만1,300명)을 감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근로자들은 사측과 협의 끝에 해고 대신 임금보전 없는 근로시간 단축을 선택했다. 근로시간은 주당 36시간에서 28.8시간으로 20% 줄이고, 임금도 3단계로 줄여나가기로 한 것이다.
1997년에는 ‘근로시간 계좌제’를 도입했고 2004년에는 3년간 임금을 동결하기로 결정하는 등 꾸준한 양보를 보여줬다.
근로자들의 양보에 사측은 10만명이 넘는 전체 근로자의 고용 보장으로 화답했다. 또한 해외공장 대신 자국 내 하노버와 볼프스부르크 공장의 증설 투자로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양측의 노력으로 폭스바겐은 고용조정 없이 1년 동안 16억 마르크(약 1조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영업이익률도 1998년 1.7%로 개선됐고, 판매대수도 2004년 510만대(세계 4위)에서 2015년 993만대로 늘어 도요타에 이어 세계 2위의 자동차 회사로 부상했다.
반대로 강성노조와 정부에 가로막혀 구조조정에 실패한 사례도 있다.
2011년 호주 도요타 노조는 ‘3년간 임금 12% 인상’을 요구하면서 파업에 돌입했고, 2012년 GM 홀덴 노조는 ‘3년간 임금 22% 인상’을 관철시켰다.
당시 호주 정부는 지속적인 임금 상승과 고환율로 기업 경쟁력이 약화되자 2000년부터 12년간 약44억7,000만 호주달러(5조원)에 육박하는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었다.
정부의 보조금 지원에도 불구하고 경영 사정이 나아지지 않던 도요타는 2013년 희망퇴직을 실시하기 위해 단체협약 개정을 추진했지만, 노조의 반대와 연방법원의 근로법 위반 판결로 결국 무산됐다.
그러던 중 호주 정부는 세수 부족을 이유로 보조금 축소를 발표했고, GM 홀덴과 포드는 2016년, 도요타는 2017년 공장을 폐쇄하고 호주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완성차 제조3사 모두 철수하면 약 210억 호주달러(18조원)에 달하는 산업이 사라지고 직·간접 근로자 5만여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전경련은 노사관계는 구조조정의 적시성과 성공여부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어려워진 경영환경에 대한 공감 속에 상호 양보를 도출한 기업은 조기 정상화 및 고용 유지를 이룬 반면, 갈등 속에 첨예하게 대립한 기업은 사업철수 등 극단적인 상황을 맞았기 때문이다.
송원근 경제본부장은 “조선, 해운 등 어려운 업종에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데, 노조가 기득권만 유지하려 한다면 회사와 근로자 모두 공멸할 수 있다”면서 “회사도 고용유지를 위해 노력하는 등 노사간 상호 양보가 구조조정 성공을 위한 선결조건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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