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면주가 밀어내기 ‘제2 남양유업' 사태오나
배상면주가 밀어내기 ‘제2 남양유업' 사태오나
  • 김상호 기자
  • 승인 2013.05.16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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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의 막무가내식 ‘밀어내기’압박, 주류업계 ‘폭풍전야’
▲배영호 배상면주가 사장이 16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의 한 장례식장 앞에서 본사의 '밀어내기' 압박에 못 이겨 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이모(44)씨 사건에 대한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배영호 대표이사, 빈소 찾아 유가족에 공식 사과

전통주 제조업체 배상면주가(대표 배영호)의 한 대리점주가 본사의 막무가내식 ‘밀어내기’압박을 받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 파문이 일고 있다.

심지어 이미 썩어 판매할 수 없는 술을 대리점주에게 떠넘겼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남양유업으로 촉발된 제품강매 논란이 타업계로 급속히 번지는 모양새다. 정부당국이 면밀히 조사의지를 내비친 가운데 주류업계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폭풍전야’다.

◆ “밀어내기 괴롭다”

15일 경찰에 따르면 인천시 부평구에서 배상면주가 대리점을 운영하든 점주 이 모(44)씨가 14일 “남양유업은 빙산의 일각이다. 현금 5000만원을 주고 시작한 이 시장은 개판이었다”, “본사의 제품 강매와 빚 독촉을 더는 못 견디겠다”등의 내용이 담긴 유서를 남기고 자신의 대리점 창고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본사의 ‘물량 밀어내기’로 인해 괴롭다는 유서를 남겼다.

미망인 신모(44)씨는 “재고가 산더미 같이 쌓여도 신제품이 나오면 본사가 팔아 달라고 무리하게 떠넘겨 빚만 늘었다”며 오열했다.

친척 송모(41·여)씨는 “집에 놀러 가면 베란다에 쌓아 놓은 막걸리가 10상자(200병)씩 꼭 있었다”며 “다 팔지 못한 막걸리를 창고에 쌓아놓다 안되니까 집에 가져다 놓은 것”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판매용 막걸리의 유통기한은 다른 술과 달리 채 열흘밖에 되지 않는다.

이 씨가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 것은 막걸리 열풍이 한창이던 2010년부터다. 이 씨는 배상면주가의 신제품 막걸리를 판매하기 위해 냉동탑차 3대를 6000만원씩에 구입했지만 제품 판매가 부진해 적자가 쌓여갔다.

한때 월 7000만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최근에는 월1200만원까지 대폭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본사는 판매가 부진하다며 출시 8개월 만에 해당 막걸리 생산을 중단했다.

본사의 판매 목표량보다 턱없이 부족한 판매 실적으로 재고는 쌓여갔다. 물건을 다 못 팔면 본사는 목표량의 1~2%만 재고로 받아줬다.반품도 안 되고 유통기한이 지난 막걸리는 버리기 일쑤였고 이는 고스란히 빚으로 남았다.

본사에 상환해야 하는 빚은 1억2000만원으로 불었다. 이 씨가 안쓰러워 인근 식당 주인들은 일부러 배상면주가 막걸리를 구입해 주기도 했다.

또 애초에 썩은 술을 강매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서울에서 배상면주가 대리점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대리점을 인수한 지난 2010년 유통기한이 이미 1년 지나 상한 술 2000병을 300여만 원에 떠안았다고 YTN이 보도했다.

이 술은 이미 생산이 중단된 제품으로, YTN 취재진 확인 당시 술병 안에는 썩은 부유물이 가득 차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배상면주가의 다른 대리점주들도 밀어내기 정황을 뒷받침하는 증언을 속속 내놓고 있다.

한 피해 대리점주는 배상면주가가 일일 출고량에 따라 지역별로 막걸리1600~2000병가량을 밀어내고, 냉동탑차구매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생산이 중단된 제품에 대해서도 판매 실적이 부진한 경우 반품조차 되지 않았다는 증언도 나왔다.이에 대해 배상면주가 측은 밀어내기는 없었다고 항변했다.

2008년부터 돈이 입금되는 만큼만 물량을 주는 ‘선입금 후출고’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밀어내기를 할 수 없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또 이 씨의 자살은 매출 하락에 따른 한 개인의 극단적 선택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배상면주가 인천 대리점주가 작성한 유서

◆ 경찰, 배상면주가 밀어내기 횡포 집중수사

아울러 이 씨의 자살 사건을 수사 중인 인천 삼산경찰서는 이 씨가 본사의 밀어내기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자살 경위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삼산서는 이날 송청용 형사과장을 팀장으로 하는 특별수사팀을 꾸리고 산사춘 등 배상면주가의 운영시스템 전반으로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또 이 씨가 숨지기 전 카카오톡으로 본사의 밀어내기 횡포 때문에 힘들었다며 유서를 보낸 인천과 수원, 일산 등 대리점주 3명을 참고인으로 소환,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 씨의 시신을 발견한 경리직원 김 모씨(31)에 대해서도 배상면주가의 영업 형태와 실적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가 배상면주가의 밀어내기 횡포에 대해 유서를 남긴 만큼 이 부분 전반에 대해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숨진 이 씨의 유서 내용처럼 배상면주가의 밀어내기가 불공정행위에 해당되고, 위법성이 있을 경우 사법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이날 이 씨의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한 결과, 국과수는 “이 씨는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사망으로 타살 혐의점이 없다”는 1차 소견을 밝혔다고 전했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 경제민주화운동본부 등으로 구성된 시민단체 회원들이 16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의 한 장례식장 앞에서 남양유업, 배상면주가 등 대기업들의 불공정 횡포를 규탄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
◆ 배상면주가 진상규명 모임 구성

한편 편의점주 자살 사건, 포스코 ‘라면 상무’ 사건, 남양유업 욕설 사건 등을 거치며 구성된 각종 중소상인 관련 단체들도 공동의 요구를 모은다.

남양유업 대리점과 농심 대리점, 전국편의점가맹점주단체협의회, 전국유통상인연합회 등은 16일 ‘전국 중소상인·자영업자 생존권 사수 비상대책협의회’를 발족했다.

전통주 제조업체 배상면주가의 한 대리점주가 본사의 물량 밀어내기 피해를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과 관련, 정치권과 전국유통상인연합회 등이 진상 규명 대책모임을 구성해 사태 파악에 나섰다.

전국 중소상인·자영업자 생존권 사수 비상대책협의회는 최근 자살한 대리점주 이모(44)씨의 빈소가 마련된 경기도 부천의 한 장례식장 앞에서 16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밀어내기 등 배상면주가의 불공정행위를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대기업의 고질적인 횡포를 정확히 조사해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고자 민주당과 진보정의당 등 야당, 유가족 등과 함께 진상규명 대책모임을 구성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인태연 전국유통상인연합회 공동회장, 진보정의당 김제남 의원, 남양유업 대리점 협의회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인 공동회장은 “대리점주와 같이 힘 약한 중소상인들이 ‘갑의 횡포’로 인한 어려움을 자신들의 경영 실패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리점주들의 극단적인 선택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상인들이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상규명 대책모임은 향후 조사 결과 배상면주가의 불공정 거래행위나 위법행위가 밝혀질 경우 구체적인 사례를 공개하고, 공정위 신고와 검찰 고발 등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는 지난 8일부터 CJ제일제당, 오뚜기, 농심, 사조, 대림, 동원, 대상, 샘표, 유한킴벌리 등 20여개 업체 대리점들을 상대로 피해 사례를 조사하고 있다.

▲배상면주가 인천부평지역 대리점 점장인 이모(44)씨가 '밀어내기' 압박을 받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가운데, 16일 오후 경기도 부천 원미구 복사골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 배영호 배상면주가 대표이사가 찾아 조문을 드리고 있다.
한편 배영호 배상면주가 대표는 이날 오후 대리점주 이 씨의 빈소를 찾아 사과문을 발표하고 유가족에게 공식 사과했다.

배 대표이사는 전날 빈소를 방문했다가 유족의 거센 항의로 조문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배 대표이사는 “고인은 과거의 잘못된 영업 관행이 개선돼야 한다는 준엄한 꾸지람을 우리에게 남겼다”며 “회사 대표로서 모든 것에 책임을 통감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불공정 거래행위 등과 관련한 진상파악에 최대한 협조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 유족, 야당, 시민사회가 배상면주가에 대한 전면전을 선포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진보정의당, 경제민주화국민운동본부, 전국대리점협의회 연합회 준비모임 등은 이 씨의 유족과 함께 16일 배상면주가 진상규명대책모임을 구성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배상면주가의 위법 행위를 따져 고소·고발을 추진한다.

반면 배상면주가는 창업주인 배상면 회장의 셋째아들인 배영호 대표가 이끌고 있다. 배영호 대표의 형인 배중호 대표는 국순당을 책임지고 있다.

배상면주가와 국순당은 국내 전통주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같은 업종에서 형제가 격돌하고 있는 상황이다.

2000년대 후반 전통주 창업시장에 뛰어든 배상면주가는 5월 현재 직영 6개점을 운영하고 있다. 배상면주가의 자본금은 30억원이다.

배영호 사장이 57.6%의 지분율로 최대주주고 특수관계자(부인)인 최선주 씨가 13.8%를 갖고 있다.

경기벤처펀드 1호(산업은행)와 아시아벤처금융은 1999년 회사 설립 당시 투자해 10.6%씩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번 사건을 접한 국순당의 행보다.

국순당은 ‘배상면주가와 당사는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란 제목의 알림 글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동생회사에서 벌어진 일’로 분명하게 선을 그은 뒤 혹시 모를 ‘불똥’에 대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배상면주가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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