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불산 누출에 계류중인 ‘유해화학물질 관리법’ 처리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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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 쉬는 기업들
최근 또다시 삼성전자의 경기도 화성 반도체 공장에서 불산누출 사고가 발생하자, 정치권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을 조속히 처리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환노위 소속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삼성전자 불산 누출사고 재발과 관련, 법사위에 계류중인 유해화학물질 관리법 개정안의 국회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 역시 이번 불산 누출 사고는 삼성과 고용부가 합작한 인재라면서 법안의 조속한 처리와 함께 유해물질 관리감독과 피해보상을 전담하는 재단 설립을 요구했다.
김상민 새누리당(국회 환노위 소속) 의원은 삼성전자의 불산 재누출 사고를 강하게 비판하며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유해화학물질 관리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말하며 “3개월 전 같은 장소에서 큰 인명사고가 발생했어도 안전관리 조치가 상당부분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문병호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도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가 지난달 24일 여야 만장일치로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을 통과시켰지만 법사위 통과가 되지 않고 있다”라며 “경제5단체가 이 법안에 집단 반발하고 새누리당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통과가 되지 않고 있는데 즉시 시정 되야 한다”라고 말했다.
유해화학물질 관리법 개정안은 유해화학물질 유출 사고 기업에 매출액의 10%까지 과징금을 물리는 것으로, 여야 만장일치로 환노위를 통과했지만 법사위에서 새누리당이 반대해 소위원회에 계류중이다.
◆경제단체, ‘매출 10% 과징금’ 과도 논란
한편 정치권의 유해화학물질관리법(유해법) 개정 움직임을 놓고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와 기업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해당 법안이 기업에 과도한 경영 부담을 안겨줄뿐더러, 현행 법률과도 상충되는 부분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3일 정치권과 재계에 따르면 유해법 개정안 37조는 화학물질 유출 사고로 중대한 피해가 발생해 영업정지 처분을 받아야 하는 해당 업체에 매출액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을 물릴 수 있도록 했다.
재계는 과징금 액수가 기업의 생존에 영향을 줄 정도로 지나치게 많다는 입장이다. 일반적인 위법행위의 경우 매출액의 1~3% 정도를 부과하는 다른 법률들과 비교해 처벌 수위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국내 화학 관련 제조업체들 가운데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내는 곳이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개정안의 과징금은 기업이 1년간 벌어들인 영업이익·순이익보다도 많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LG화학의 경우 지난해 매출 20조 4427억원, 영업이익 1조 9103억원, 순이익 1조 5063억원을 거뒀다”면서 “만약 사고가 난다면 LG화학이 내야 할 과징금은 순이익보다 8000억원이나 많다”고 말했다.
경제5단체는 지난달 말 새누리당에 제출한 ‘법사위 상정 법률안에 대한 경제계 의견 긴급 건의’에서 “국내 석유·화학업종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3.3% 수준이다”라면서 “단 한 번의 사고로 최악의 경우 몇 년치 순이익이 단번에 과징금으로 날아갈 수도 있어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업체들의 경영 환경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업무상 과실 치사 등에 대한 벌칙 규정을 신설하려는 것 역시 현행 형법과 산업안전보건법 등과 중복돼 과잉처벌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송재희 중기중앙회 부회장은 “유해물질 규제 이슈는 부담이 일시에 늘어나는 문제가 있어 중소기업들도 우려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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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은 지난달 30일 전체회의 법안심사과정에서 유해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의 본회의 회부를 반대했고 결국 이 법안은 법안심사 제2소위원회로 보내져 논의 과정을 거치게 됐다.
표면적으로는 이 개정안 속 과징금 조항을 둘러싸고 여야가 팽팽히 맞선 탓에 본회의 회부가 좌절된 것으로 보이지만 여야가 모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들도 일부 있다.
공교롭게도 당일 법사위는 유해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을 제외한 상당수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 본회의로 보냈다.
실제로 기술 유용, 납품단가 후려치기(부당 단가인하), 발주 취소, 부당 반품 등 행위로 발생한 피해액의 3배 범위 내에서 '징벌적 배상'을 부과토록 한 하도급법 개정안, 그리고 개별임원의 보수를 공개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 등 이른바 경제민주화 법안 등은 무사히 법사위를 통과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선 여야 지도부가 경제민주화 법안들을 처리하는 대신 유해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은 통과시키지 않는 쪽으로 합의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드러내고 있다.
이 개정안이 법안심사 제2소위원회로 넘어갔다는 소식에 상당수 관계자들은 사실상 법안 폐기 수순으로 갔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오는 6일 소위원회가 열릴 예정이지만 본회의 회부 전망이 밝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 3명의 부상자를 낸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불산 누출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은 3일 현장합동감식을 벌이는 등 사고 원인 조사에 본격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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