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그십다운 외형과 조작성…속도와 정확도를 겸비한 AF 성능
영상 기능도 강화된 하이브리드 플래그십…선택받은 전문가를 위한 카메라
캐논이 지난해 8월 미러리스 카메라 EOS R 시스템의 정점에 EOS R1을 올려놓으며, 미러리스 플래그십의 기준을 다시 정의했다. 기존 EOS R3에서는 플래그십으로서는 조금 아숴웠던 부분이 드디어 채워진 셈이다.
특히 과거 프레스바디라고 일컬어지는 EOS-1D X 시리즈로 이어지던 스포츠·보도용 DSLR의 철학을 그대로 계승하면서도, 미러리스 기술의 이점을 집약한 것이 EOS R1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캐논 EOS R1은 단순히 사진과 영상을 아우르는 고성능 미러리스 카메라가 아니라, 결정적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한 도구라는 점에서 그 존재 이유가 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EOS R1은 첫인상부터 '플래그십'이라는 단어가 어울린다. EOS-1D 시리즈를 계승한 듯한 대형 일체형 바디, 견고한 마그네슘 합금 섀시, 우수한 방진·방적 설계는 기온이 높은 한여름이나 추위가 몰아치는 한겨울 등 실내보다는 야외에서의 혹독한 촬영 환경을 전제로 설계됐다.
세로그립 일체형 디자인은 스포츠나 야외 촬영에서 안정적인 그립과 균형을 제공하며, 장시간 촬영에도 손으로 느껴지는 피로도를 낮춰준다. 버튼 배치와 다이얼 구성은 기존 EOS-1 시리즈 사용자라면 익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됐다. 빠른 설정 변경과 직관적인 조작은 현장에서의 실수를 최소화한다.
특히 손에 잡는 부분은 공사현장에서 볼 수 있는 강철복공판의 요철을 연상케 하는 것으로 바디의 견고함을 시각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한다. 물론, 손으로 느껴지는 그립감으로도 단단한 느낌과 함께 미끄러운 느낌도 크게 줄여준다.
EOS R1의 가장 큰 무기는 AF 성능이다. 기존 듀얼 픽셀 CMOS AF를 기반으로 한 더욱 향상된 듀얼 픽셀 인텔리전트 AF는 고도화된 피사체 인식은 인물, 동물, 스포츠 피사체를 빠르고 정확하게 추적한다. 특히 빠르게 움직이는 선수나 예측 불가능한 동작에서도 초점을 놓치지 않는 점은 플래그십다운 면모다.
캐논 EOS R1에는 캐논 RF 70-200mm F2.8 L IS USM Z 렌즈를 조합해 모터스포츠와 세미나 등 다양한 환경에서 사용해 봤다. 실제 모터스포츠 환경에서도 서킷 위를 빠르게 주행하는 경주차를 정확하면서도 빠르게 인식하고 AF인식 포인트가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포디움에 오른 선수들을 촬영하는 상황에서는 선수들의 얼굴은 물론 눈까지도 인식하는 AF가 제 역할을 해주었다. 여기에 사용자의 시선을 추적해 사물이나 사람을 향해 AF를 잡아주는 기능은 다수의 사물이 혼재되는 환경에서 AF 기능이 유지될 수 있게 해준다.
캐논 EOS R1에는 캐논이 자체 개발한 약 2천420만 화소의 이면조사 적층형 풀프레임 COS 센서를 탑재했다. 이를 통해 연사로 촬영 시 블랙아웃 프리를 실현하고 전자 셔터 사용 시에도 롤링 셔터 왜곡을 크게 감소시켜 서킷 위를 질주하는 경주차를 비롯해 빠르게 이동하는 사물을 촬영하는 환경에서 활용하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앞서 언급한 듀얼 픽셀 인텔리전트 AF는 딥러닝 기술을 통해 AF 추적 성능을 끌어올려 초당 최대 40장에 달하는 전자식 셔터를 적용한 연사 환경에서도 AF 성능이 유지된다. 여기에 DIGIC X + DIGIC Accelerator의 듀얼 프로세서 조합은 데이터 처리 속도를 비약적으로 향상시켜, 고속 연사와 AF 연산, 노이즈 억제, 롤링셔터 억제까지 동시에 대응하고 있다.
정적인 인물을 촬영하는 환경에서도 캐논 EOS R1은 캐논 RF 70-200mm F2.8 L IS USM Z 렌즈와 상당히 좋은 결과물을 남겨줬다. 여러 세미나에서는 발표자의 눈을 정확히 그리고 빠르게 인식해 줄 뿐만 아니라 사람의 얼굴을 저장해 두면 많은 사람이 있는 환경에서도 저장해 둔 사람을 먼저 인식해 초점을 맞춰준다. 축구나 배구, 농구 경기와 같은 단체 스포츠 촬영에서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는게 실제 사용자들의 후기로도 증명된다.
캐논 EOS R1은 같은 시기에 등장한 EOS R5 mark2 보다 해상도는 낮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R1과 R5 mark2가 갖고 있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EOS R1은 초고화소 경쟁보다는 결과물의 안정성과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다. 고감도에서의 노이즈 억제, 넓은 다이내믹 레인지, 자연스러운 색 재현은 캐논 특유의 색감과 잘 어우러진다.
보도·스포츠 사진가에게 중요한 것은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쓸 수 있는 사진'을 얻는 것인데, EOS R1은 바로 그 지점에서 강점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쟁사 플래그십 미러리스 모델이 4천만 화소 이상의 센서를 탑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캐논 EOS R1도 몇년 후 등장하게 될 후속 기종은 적어도 3천만 화소급 센서가 탑재되어야 할 수도 있어 보인다.
EOS R1은 사진 중심의 플래그십이지만, 영상 기능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고해상도 영상 촬영, 안정적인 발열 제어, 신뢰도 높은 AF 추적은 다큐멘터리나 현장 취재 영상에도 적합하다. 사진과 영상을 병행하는 프로 사용자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다.
캐논 EOS R1은 6K RAW 녹화를 지원하며 최대 60fps까지 가능해 고화질 시네마틱 영상 제작에 대응이 가능하다. 4K 촬영은 120p(슬로우 모션), 그리고 기본 4K 60p는 6K 소스 오버샘플 방식으로 선명한 화질을 제공한다. 더불어 FHD에서는 240fps의 초고속 촬영도 지원돼 슬로우 모션 영상 제작에도 유리하다.
Canon Log2, Canon Log3, HLG, 그리고 Cinema EOS 호환 프리셋 등 다양한 감마 옵션을 탑재해 후반 색보정 유연성이 상당하며, Cinema EOS 카메라와 동일한 파일 시스템(XF-AVC S / XF-HEVC S) 지원으로 전문 제작 환경에서 효율적인 워크플로우 구축이 가능하다.
EOS R1은 모든 사용자를 위한 카메라는 아니다. 크기, 무게, 그리고 가격까지 고려하면 분명 전문가를 위한 도구다. 하지만 스포츠, 보도, 야생 촬영처럼 한 컷의 성공이 모든 것을 좌우하는 분야에서는 EOS R1의 존재 가치는 분명하다.
미러리스 시대에도 캐논이 플래그십을 정의하는 방식은 변하지 않았다. 빠르고, 정확하며, 신뢰할 수 있는 카메라. EOS R1은 그 철학을 가장 완성도 높게 구현한 결과물이다. 캐논 EOS R1은 미러리스 플래그십 시대의 기준을 다시 써 내려가고 있다. [파이낸셜신문=황병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