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이 MSCI 선진시장 승격 관찰대상국에 등재돼야하는 근거 제시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가 올해 MSCI의 선진시장 지위 승격 후보군인 ‘관찰대상국(Watch list)’에 한국을 등재해줄 것을 요청하는 회장 명의의 서한을, MSCI의 헨리 페르난데스(Henry A. Fernandez) 회장과 주요 경영진에게 전달했다고 27일 밝혔다.
MSCI는 6월 말 2024년 ‘연례 시장 분류 평가(Annual Market Classification Review)’를 발표할 예정이다.
또한 한경협은 MSCI에 대한 기업 평가·분석 등을 수행하고 있는 글로벌 투자은행(IB) 및 리서치업체의 애널리스트들에게도 서한을 전달, 한국의 선진시장 승격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며 관심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한경협은 2021년과 지난해, 그리고 올해까지 3차례에 걸쳐 MSCI에 한국의 선진시장 승격 검토 및 관찰대상국 등재를 요청하는 한국 경제계의 의견을 전달해왔다”며, “올해는 한국 정부가 그간 MSCI가 지적해왔던 ‘시장 접근성’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들을 다수 이행하였고, 기업가치 제고를 통한 자본시장 체질 개선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한국이 관찰대상국에 포함될 수 있는 당위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진 시기”라고 강조했다.
한경협은 우선 한국이 선진시장 수준의 증권시장 규모와 유동성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한국 증시의 지위 승격이 필요한 이유로 제시했다.
세계거래소연맹(WFE) 통계에 따르면, 한국 증권시장인 한국거래소의 거래대금 규모는 2023년 기준 3.6조 달러로 세계 7위이며, 시가총액은 2023년 말 기준 2.0조 달러로 세계 14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증시 규모·유동성은 현재 MSCI 선진시장에 속해 있는 스페인, 싱가포르, 오스트리아 등의 국가들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한경협은 이처럼 세계적인 규모의 한국 증시가 신흥시장 지위에 머물러 있음으로써,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규 투자 기회가 제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MSCI 선진시장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Passive Fund) 등의 자금은 신흥시장에 속한 한국 시장에 투자될 수 없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이 확보되는 투자를 희망하는 대규모 자금이 한국 투자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한경협은 또한 그간 MSCI가 한국 시장의 문제점으로 지적해왔던 ‘낮은 시장 접근성’의 개선을 위한 과제들을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이행했다고 설명하며, 이것이 올해 한국의 선진시장 관찰대상국 등재가 합당하다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밝혔다.
먼저, MSCI는 한국의 외국인 투자자 사전 등록 제도와 장외거래 심사 제도가 복잡한 절차와 까다로운 요건으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의 거래 불편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이에 한국 정부는 지난 12월, 외국인 투자자 사전 등록 제도를 폐지하고, 외국인 장외거래 심사 제도를 완화하여 외국인 투자자의 증권 거래 편의성을 높였다.
다음으로 MSCI는 한국 기업들은 영문 공시가 미흡하고, 배당기준일에 배당받을 주주를 먼저 확정한 후에 배당액을 결정하는 후진적 배당 절차를 적용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투자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해왔다.
이에 한국 정부는 올해 1월부터 단계적으로 기업의 영문 공시를 의무화했으며, 배당 절차의 개선을 위한 제도적 근거 마련 및 법 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보 영문 공시 및 배당 절차 선진화를 통해 외국인 투자자의 기업 정보 접근성과 예측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MSCI는 한국이 역외 외환시장이 없어 자본의 유·출입이 용이하지 못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에 한국은 역내 외환시장의 구조 개편을 통해 외환시장의 대외 개방을 확대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외환시장 마감시간이 당일 오후 3시 30분에서, 런던 금융시장 마감시간과 동일하게 새벽 2시(한국 시간 기준)로 연장된다. 또한 올해부터 국내 금융 기관뿐만 아니라 인가 받은 외국 소재 금융기관도 한국 외환시장에 직접 참여하여 거래할 수 있게 됐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편리하게 원화를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됨에 따라, 역내 외환시장이 역외 외환시장의 역할까지 아우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경협은 올해 정부 주도로 추진하는 한국의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프로그램이, 한국이 MSCI 선진시장의 면모를 갖추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밸류업 프로그램이 기업으로 하여금 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하고 투자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만큼, 한국 자본시장의 글로벌 경쟁력이 한층 제고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경협은 밸류업 프로그램의 시행으로, 글로벌 투자자들에 대한 한국 시장의 투자 매력도가 높아질 수 있는 만큼, 올해 한국의 선진시장 관찰대상국 등재 자격을 평가할 때, 긍정적 평가 요인으로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MSCI를 설득했다.
한편, MSCI는 전 세계 주요 증시를 선진시장(Developed Markets, 미국·일본 등 23개국), 신흥시장(Emerging Markets, 한국·중국 등 24개국), 프론티어시장(Frontier Markets, 아이슬란드, 베트남 등 28개국), 독립시장(Standalone Markets, 아르헨티나·우크라이나 등 13개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선진시장 편입이 중요한 이유는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이 MSCI 시장 분류 기준을 벤치마크하여 국가별로 투자 자금 규모 결정하기 대문에 어느 시장에 속해있는 지가 국가 자본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분류 기준이 국가별로 경제발전 정도, 증권시장 규모·유동성, 시장 접근성 등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국은 선진시장 요건 중 정량적 요건인 경제발전 정도와 증권시장 규모·유동성 요건은 만족하나, 정성적 요건인 시장 접근성 요건을 미충족하고 있다.
MSCI는 매년 6월 초에 국가별 ‘시장 접근성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6월 말에 ‘시장 분류 평가’ 결과 및 시장 재분류 후보군인 ‘관찰대상국(Watch list)’ 발표한다. 관찰대상국 등재 시에는 1년 간 시장 승격 자격 검토 진행 후 이듬해 6월 말에 시장 승격 여부 결정·발표하고 있다.
한국 증시는 1992년에 신흥시장에 포함됐고, 2008년에는 선진시장 승격 관찰대상국에 등재됐으나, 매년 선진시장 승격에는 실패했으며, 2014년에는 관찰대상국에서도 제외받는 수모도 겪었다. [파이낸셜신문=임권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