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 제공 내용 자수서 검찰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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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주 NXC 회장이 진경준 검사장에게 넥슨 주식 매입자금을 무상으로 넘겨줬다고 시인했다.
또한 진 검사장은 지난 13일 주식 매입 자금을 김 회장으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내용의 자수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앞뒤 사정이야 어찌됐든 진 검사장은 제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앉은 자리에서 120억여원을 번 셈이다.
검찰은 이에 대해 뇌물이라고 보고 있지만, 이미 공소시효(10년)가 지난 일이라서 뇌물죄 적용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진 검사장 ‘주식대박’ 의혹을 수사 중인 이금로 특임검사팀의 소환에 응해 전날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김 회장은 15시간 가량 밤샘 조사를 받고 14일 오전 7시 정도에 검찰을 빠져나갔다.
김 회장은 전날 검찰 조사에서 진 검사장에게 넥슨 비상장주식 매입 자금 4억2,500만원을 무상으로 제공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 검사장도 이날 검찰에 제출한 자수서를 통해 넥슨으로부터 빌렸다는 넥슨 비상장주식 매입 자금은 사실 김 회장으로부터 받은 것이라고 시인했다.
결국 진 검사장은 공짜로 120억여원을 벌어들인 셈이고, 그동안 주식 매입 자금과 관련한 해명도 모두 거짓이었던 것이다.
진 검사장은 올해 3월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에서 법조분야 1위(156억원)에 올랐는데, 넥슨의 비상장 주식을 보유했던 사실이 논란이 되자 주식 매입 자금은 원래 가지고 있던 재산이었다고 해명했었다.
해명에도 불구하고 진 검사장이 어떻게 넥슨의 비상장주식을 얻게 됐는지, 어떤 경로를 통해서 주식을 매입했는지 등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았고, 김 회장과 진 검사장이 서울대학교 86학번 동기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오히려 더 확대됐다.
결국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진상조사에 들어가자 진 검사장은 사의를 표명하고 자신의 재산에 대해 숨긴 것이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공직자윤리위 조사에서는 “주식 매입 자금 마련을 위해 처가로부터 일부 지원을 받았다”며 기존의 해명을 뒤집었다.
하지만 공직자윤리위 조사 결과, 이 해명도 거짓인 것으로 밝혀졌다. 공직자윤리위가 진 검사장 계좌로 넥슨이 주식 매입 자금 4억2,500만원을 입금한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넥슨은 “진 검사장에게 주식 매입 대금을 빌려줬고, 진 검사장이 이를 단기간에 갚았다”고 확인했다.
이들의 해명은 다시 한 번 거짓으로 드러났다. 진 검사장이 자수서에서 주식 매입 자금을 김 회장으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았다고 시인했고, 김 회장도 이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사실을 바탕으로 특임검사팀은 이 돈이 사실상 김 회장이 진 검사장에게 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미 공소시효 10년이 지난 일이기 때문에 뇌물죄 적용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진 검사장이 자수서를 통해 이를 시인한 것도 공소시효가 끝나 법적인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진 검사장과 김 회장은 대가성이나 업무관련성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14일 오전 진 검사장은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 중이다.
진 검사장은 조사실로 들어가기 앞서 의혹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그동안 저의 과오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진실을 밝히지 않은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이미 자수서를 제출했고, 오늘 조사 과정에서 사실대로 모두 밝히겠다”고 말했다.
특임검사팀은 진 검사장이 넥슨의 비상장주식을 매입하고 처분하는 과정과 김 회장으로부터 4억2,500만원을 제공받게 된 경위에 대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또한 넥슨재팬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는지와 넥슨으로부터 제네시스를 처남 명의로 제공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할 방침이다.
이밖에 진 검사장이 2009~2010년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으로 재직하던 때 한진그룹 비리에 대한 내사를 중단하는 대가로 처남 강모 씨가 운영하는 청소 용역업체에 2010년 7월부터 130억원대 대한항공의 일감을 몰아준 의혹도 조사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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