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부의 구조개혁, 순서가 잘못됐다
[기자수첩]정부의 구조개혁, 순서가 잘못됐다
  • 홍성완 기자
  • 승인 2016.01.05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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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자들의 변화와 개혁 우선돼야
새해 경제부처 장관들은 구조개혁을 통한 경제활성화를 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러나 정작 구조개혁의 우선순위로 노동개혁을 말하는 것은 알맹이 빠진 포장지만 바꾸겠다는 빈 메아리로 들린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개혁을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고 국민이 체감하는 개혁을 반드시 이뤄내자”며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3년차인 올해는 성과로 말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노동개혁 5대 입법을 하루 빨리 마무리하고, 4대 부문 구조개혁 후속조치를 조속히 추진해 개혁을 완수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개혁 입법과 지침 마련 등 제도적 기반 조성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현장에서 실천을 촉진하겠다”며 “5대 입법의 일괄 처리를 위해 정부에서 할 수 있는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들 외에도 주무부처 장관들 대부분은 구조개혁의 중요성을 한 목소리로 강조한 가운데, 이를 통해 내수진작과 수출회복 등을 통한 회복세를 이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크게 다를 바 없다.

구조개혁과 노동개혁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그 순서가 잘못되지는 않았는지 곰곰히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정부는 기업구조조정에 칼을 빼들었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채권은행과 함께 구조조정대상 기업으로 대기업 54개사, 중소기업 175개사 등 총 229개사를 선정했다.

이들 숫자만 보면 많은 기업들이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다고 볼 수 있으나, 문제는 이게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우려다. 어떤 개혁이든 가장 먼저 개혁돼야 하는 것은 위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경영자는 경영부실의 책임을 져야 하는 입장이다.

정부와 기업들은 경영자들의 모럴헤저드와 새어나가는 돈을 잡는 것이 아니라 판관비, 즉 인건비를 줄임으로써 기업들의 체질 개선을 이루려고 한다.

이러한 구조개혁은 일시적으로는 효과를 거둘 수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점은 되지 못해 단발성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정부정책이 가장 최우선적으로 적용되는 곳 중 하나인 금융업계는 지난해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취임하면서부터 강조했던 ‘금융개혁’이 가장 화두였다.

정부의 4대 구조개혁 중 하나인 금융개혁에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임 위원장은 신년사에서도 금융기업문화의 변화와 함께 성과주의를 강조했다.

또 금융규제 완화로 금융회사에 기회가 많이 주어진 만큼 보신주의와 연공서열에서 탈피해야 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임 위원장 취임 이후 금융규제는 사전규제에서 사후책임 강화로 전환되기 시작했고, 이를 통해 금융시장의 경쟁을 유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금융회사들을 비롯해 기업들이 이를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금융사들은 수수료 수익 의존에서 탈피해 금융상품 개선, 해외진출 등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하면서도, 구조조정을 통한 판관비 수익은 지속적으로 줄이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위한 채용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더욱이 금융개혁과 구조개혁을 빌미로 금융권뿐만 아니라 일반기업들도 인력 감축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부는 노동개혁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이와 병행해 기업들의 투명경영과 정경유착 등을 우선적으로 개선할 의지는 보이지 않고 있다.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공감하지만, 그 순서가 잘못된 것이다.

기업들은 단기적인 기업 이기주의에 빠져 내수부진과 수출 감소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은행들도 수익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인터넷전문은행 출범과 저금리 기조에 따른 이자수익 감소 등으로 경영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이들 기업에 속한 임원들은 변화하려는 의지가 여전히 부족하다. 기득권들은 여전히 눈앞에 있는 이득에만 집착하고 있고, 이에 대한 부작용들은 직원들에게 떠넘기려고만 하고 있다.

무려 4조원이 넘는 적자를 낸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보면 경영자들의 무책임함이 도를 넘어섰다.

대우조선 사태로 생긴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이 입었으며, 무상보육 등 국가예산이 부족한 상태에서 국민들의 막대한 혈세가 지출돼야 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책임자 처벌은 여전히 더디기만 하고, 이들에 대한 수사 진행상황은 깜깜무소식이다.

경영진들과 관리감독을 해야 할 대주주들은 부실이 이렇게 커질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것 또한 직무유기다.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전 사장은 9월 국정감사에서 “해양플랜트의 복잡성과 회사별로 제품구성에 차이가 있어 부실화를 예단하기 어렵다”며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했다.

또한 업계 관계자들에 의하면 고 전 사장과 산업은행 고위 인사들이 이를 몰랐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소리’라며 냉정하게 말해서 경영자가 이를 예단하지 못했다는 것 자체도 무능력함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정책하는 사람들은 처벌을 받지 않고, 실무자들만 처벌 받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이번 대우조선 사태도 윗선에서 당연히 알고 있었을 상황인데도 금융당국이 머뭇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실무자들은 윗선에서 부당한 지시 등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압박을 줘서 부당한 일들을 실행하게 하고는 문제가 발생하면 실무자에 책임을 전가하는 등 꼬리자르기를 한다”고 하소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책은행 담당자들은 서류가 아닌 구두지시가 많아지자 녹취하는게 습관이 됐다고 한다.

채권단들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를 감시해야 할 입장에서 이를 방관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책임져야 할 사항이지만, 오히려 모르쇠로만 일관하고 있고 자신들의 과오를 감추기에만 급급한 상황이다.

이렇듯 기업의 수장들과 국책은행의 실권자들의 무책임함과 안일한 생각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변화하지 않고 구조개혁과 노동개혁을 이룬다 한 들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이와 반대로 지난해 이뤄진 3대 금융지주 회장과 지방은행 회장들의 연봉 반납처럼 좋은 사례도 있다. 당시 회장들이 나서서 연봉 반납 의사를 내비치자 임직원들도 함께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처럼 구조개혁의 시작은 경영자들의 변화와 개혁이 우선돼야 하며, 금융개혁에서 중요시 여기는 사후징계를 일반 기업에도 확대해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를 통해 구조개혁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자연스럽게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구조개혁이 일어나야 근본적인 개혁이 이뤄질 수 있다.

더욱이 여기서 그치지 않고 경영자들이 좀 더 투명한 경영과 질 좋은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임원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먼저 나서 새어나가는 지출들을 점검해 효율적인 운영이 이뤄지도록 하는 방향에 초점을 둔다면 인력감축에 있어서도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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