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경기둔화가 계속되고 있는 현 상황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하거나, 더 심각한 수준이라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세 곳 중 두 곳은 이에 대응해 이미 비상체제를 가동 중이라고 답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2일 삼성과 현대자동차, SK 등 국내 주요 대기업 25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요그룹 위기체감도 및 대응현황 조사’ 결과 ‘매우 심각하다’와 ‘심각하다’고 응답한 기업이 16곳(64%)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9곳(36%)은 ‘비슷하다’고 답했다. ‘심각하지 않다’고 답한 비율은 한 곳도 없었다. 최근의 경기둔화로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서는 46%인 11개 기업들이 ‘내수판매 부진’을 꼽았고, 7곳(29%)은 ‘수출 감소’라고 답했다. 이 밖에 ‘수요 부진으로 인한 제품가격 하락’(3곳)과 ‘자금 부족’, ‘생산비용 증가’, ‘유가 및 원자재 가격 변동’(이상 각 1곳) 등이 뒤를 이었다. 대기업들 가운데 60% 이상은 위기에 대응해 이미 비상경영체제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업들 중 3곳(12%)은 ‘비상경영을 대외적으로 선포했다’고 답했고, 13곳(52%)은 ‘대외적으로 선포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내부적으로 실시 중’이라고 밝혔다. ‘내부 검토 중’이라고 답한 기업도 7곳(28%)이나 됐다. 그러나 ‘운영계획이 없다고 답한 기업은 단 두 곳(8%)에 불과했다. 위기극복을 위해 현재 실시 중인 대책으로는 원가절감과 단계별 대응책 수립 등 단기적 처방과 함께 제품 경쟁력 강화, 미래유망사업 발굴 등 장기적·근본적인 전략 등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투자와 채용 계획 등에 대해서는 절반 정도인 13개 기업들이 이전 계획에 대해 ‘변함이 없다’고 답했지만, 9곳(36%)은 ‘투자·채용을 축소’하거나 ‘축소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협력사와 거래 규모에 대해서도 56%는 ‘변함 없다’고 했지만, 11곳(44%)은 ‘축소하겠다’고 응답했다. 대기업들 중 절반(52%)은 현재 위기가 내년 하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봤다. 12%는 2014년까지 가야 위기가 해소될 것이라고 응답했고, 16%는 2015년 이후까지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올해 안에 위기가 끝날 것이라고 답한 기업은 단 한 곳에 불과했다.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3%를 넘어설 지에 대해서도 92%에 이르는 23곳의 기업들은 ‘불투명하다’며 다소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경기부양을 위해 가장 필요한 대책으로는 ‘규제 완화’를 꼽은 기업이 15곳(60%)으로 가장 많았다. 이 밖에 ‘금리 추가인하’와 ‘각종 세제혜택’ 등이 뒤를 이었다. 전경련 관계자는 “최근 조사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대표적인 전자, 자동차업체 두 곳을 제외한 129개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이 45%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번 조사 결과는 산업현장에서 기업들이 느끼는 위기 체감도가 일반적인 예상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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