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준비한 g20 정상회담이 얼마전 드디어 막을 내렸다. 이번 g20 회담은 연평도 사태로 인해 차분하게 음미를 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개최가 예정되었던 g20 회담 성과에 대한 국민보고대회가 연기된 것이 단적으로 현재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우선적으로 지적되어야 할 것은 이 회담이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이 사실이라는 점이다. 회담의 사무국이 따로 없고 각국이 돌아가면서 의장국 역할을 하는 경우 주최국 내지는 의장국이 얼마나 노력을 하느냐에 따라 의제의 설정과 합의의 범위가 달라진다.
apec이나 asem 회담의 경우 의제가 있기는 하나 참석한 정상들이 돌아가면서 각자 준비된 발언을 하는 정도로 회담이 마무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다지 부담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g20 회담은 역사는 얼마되지 않았지만 국익에 직접 연결되는 의제들이 설정되고 합의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상당한 격론이 오가기도 하고 여러 가지 갈등이 나타나는 등 실질적 의미가 있는 의제들이 다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이번 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의장으로서 역할을 하면서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합의를 이끌어냄으로써 국제사회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경상수지 불균형해소 가이드라인 일정 합의…상당한 진전
이번 회의의 중요한 의제중 하나가 경상수지와 환율문제였다. 이 의제는 강하고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을 위한 프레임워크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의제인데 이번 회담 직전 열린 재무장관회담에서 상당한 합의가 이루어졌고 금번 회의에서는 경상수지 불균형 해소를 위한 가이드 라인을 내년 상반기까지 만들기로 하는 일정에 합의를 함으로써 상당한 진전이 이루어졌다.
사실 경상수지 적자를 gdp 4% 내에서 묶는 것을 기대한 부분도 있었지만 당장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힘든 상황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일정에 합의한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고 보인다. 차기 의장국이 프랑스가 중심이 되는 경우 다음 회담을 고려하여 적극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크고 imf 등 국제기구의 도움을 받기로 함으로써 이 부분이 제대로 만들어지고 시행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보이므로 금번 합의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보인다.
imf 지분 변경까지 합의…실질적 결론 이끌어내
금융개혁의제에 있어서는 sifi에 대한 규제, 자기자본 규제, 장외파생상품규제, 그리고 신용평가기관에 대한 규제에 합의를 하였고 국제기구개혁과제에 있어서는 imf의 지분을 변경하는 부분에 합의를 함으로써 실질적인 결론을 이끌어내었다. 이제 유럽국가의 지분 6%p를 신흥국으로 가져오기로 함으로써 imf에서의 신흥국발언권이 상당 부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제안하여 각국이 받아들인 의제인 코리아 이니셔티브는 크게 두 가지로 이루어져있다. 하나는 개발의제이고 또 하나는 금융안정망이다.
개발의제, 개도국에 직접 원조와 함께 개발전략까지 전수
개발에 있어서는 개도국에 대한 지원의 다양화와 개발전략전수 등에 대해 거의 100여가지 항목이 망라되었다. 그동안의 원조가 자선의 요소가 있는 도움, 즉 물자를 직접 지원해주는 식의 원조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직접적 원조는 물론 개발의 전략을 전수하는 방법으로 자활을 지원하는 형태가 병행되도록 함으로써 원조의 질적 양적 깊이가 깊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개도국에서 신흥국상위권으로 뛰어오른 우리의 경험을 전수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주제인 것으로 보이며 개도국의 반응이 매우 좋다는 지적이다. 특히 아프리카의 반응이 매우 좋다는 후문이 있는 것을 보면 이 부분은 매우 성공적인 의제로 보인다.
금융안정망에서는 imf의 자금을 오랫동안 더 많이 쉽게 예방적으로 조달하는 부분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왜 하필이면 imf를 통한 지원방식을 더욱 강화하느냐는 비판이 있기도 했지만 과거 imf의 혹독한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견디어낸 우리나라의 주장이라는 점이 감안되어 이 의제도 합의가 잘 이루어졌다. 소위 신축적 크레딧 라인(fcl), 그리고 예방적 크레딧 라인(pcl)이 바로 이 부분에서 이루어진 합의에 의해 강화되거나 신설되는 프로그램이다.
무역·에너지 분야에서도 의미있는 합의
그밖에도 무역분야나 에너지 분야에서도 의미있는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g20 정상회담과 같이 열린 비즈니스 서밋에 있어서도 의미있는 결과가 도출되어 향후 지속적인 모임의 발판이 마련된 것도 의미있는 결과이다.
내년 g20 회담은 프랑스가 의장국이 되어 영화제로 유명한 칸느에서 열린다. 흥미있는 것은 프랑스가 준비하고 있는 의제 가운데에는 소위 기축통화제도의 개혁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주지하다시피 이 의제는 미국 달러 중심의 기축통화체제인 브레튼우즈 체제에 대한 개혁을 포함하는 의제로서 미국입장에서는 대단히 민감한 주제이다.
내년 회의, 전 의장국으로서의 위상에 흔들림이 없도록
중국과 브라질이 지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주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 할 경우 국가간에 상당한 갈등이 야기될 수도 있다. 우리도 이 부분에 대한 입장을 잘 정리하여 회담에 임함으로써 전 의장국으로서의 위상에 흔들림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전임 현임 후임 의장국이 소위 트로이카로서 회담의 의제를 정하는 데에 관여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상당하므로 이 부분을 감안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프랑스는 회담 직후 외규장각 도서를 영구대여하는 형식으로 우리에게 사실상 반환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였다. 후임의장국으로서 성공적인 회담을 위해 전임의장국에 대해 제스처를 보인 것으로 보이는바 과거 우리나라의 g20 회원국 진입에 부정적이었던 입장까지 포함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아직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확실히 우리의 국격은 제고되고 강화되고 있으며 그 부분에 있어서 g20 회담의 성공이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우리의 지위가 더욱 공고해지면서 국제 사회에서의 대한민국의 위상이 더욱 제고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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