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소비지출 "축소할 것 56.2%, 확대할 것 43.8%"
소비축소 주요 이유...물가 (43.9%), 실직‧소득감소 우려(13.5%)
소비활성화 시점...2024년 상반기(24.1%), 2023년 하반기(21.9%), 기약없음(21.5%)
정책 과제...물가 안정, 금리 인상 속도 조절, 조세부담 완화
우리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수행해오던 가계소비가 내년에는 고물가와 경기침체에 따른 소득감소 우려 등으로 부진할 것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기대비 소비지출 증가율은 2020년 상반기 -5.1%, 하반기 1.0%, 2021년 상반기 3.7%, 하반기 3.8%, 2022년 상반기 4.1%이다.
6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2023년 국민 소비지출 계획'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과반(56.2%)은 내년 소비지출을 올해 대비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년 가계 소비지출은 올해에 비해 평균적으로 2.4%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소득분위별로 살펴보면, 상위 20%인 소득5분위만 소비지출이 증가(+0.8%)하고 나머지 소득1~4분위(하위 80%)는 모두 소비지출이 감소할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1~4분위에서는 소득이 낮을수록 소비지출 감소폭이 더욱 클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분위별 내년도 소비지출 전망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소득1분위 -6.5%, 2분위 -3.1%, 3분위 -2.0%, 4분위 -0.8%, 5분위 0.8%이다.
이에 대해 전경련은 "소득이 낮을수록 고물가와 경기침체에 따른 고용 및 소득감소 영향을 많이 받아 소비여력이 비례적으로 축소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민들은 내년에 소비지출을 축소하는 주요 이유로 물가 상승(43.9%)을 가장 많이 꼽았고, 실직·소득 감소 우려(13.5%), 세금·공과금 부담(10.4%), 채무(대출 원리금 등) 상환 부담(10.3%) 등이 뒤를 이었다. 품목별로는 여행·외식·숙박(21.0%), 내구재(15.4%), 여가·문화생활(15.0%) 등의 소비를 줄이겠다고 답했다.
이에 따르면, 최근 민간소비를 주도하고 있는 대면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내년도 소비감소가 전망된다.
반면, 음식료품(26.6%), 주거비(전·월세 및 전기·가스 등)(20.9%), 생필품(12.7%) 등 필수소비재는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해당 품목이 최근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지출을 줄이기 어려운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경련은 이러한 조사결과를 토대로 내년에는 국민들이 본격적인 경기침체에 대비하여 꼭 필요한 소비를 제외하고는 허리띠를 바짝 졸라맬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내년 소비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리스크 요인으로는 물가 상승세 지속(46.0%), 금리 인상(27.0%), 세금·공과금 부담 증가(11.9%),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 위축(8.9%) 등이 지적됐다.
한편, 대다수(74.5%) 국민들은 내년에 경기침체의 강도가 커질 것으로 우려하면서 가계형편이 올해보다 나빠질 것으로 보았다. 가계형편이 나아질 것으로 본 응답비중은 25.5%에 그쳤다.
국민 10명 중 6~7명(65.3%)은 물가와 채무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내년에 계획한 소비를 이행함에 있어 소비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응답했다.
부족한 소비 여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부업(35.7%), 저축 해지(22.6%), 주식 등 금융자산 매도(17.9%) 등을 꼽았다.
국민들은 소비활성화 시점으로 2024년 상반기(24.1%)와 2023년 하반기(21.9%)를 가장 많이 꼽았다. ‘기약 없음’ 응답 비중도 21.5%에 달했다.
소비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과제로는 물가·환율 안정(42.7%), 금리 인상 속도 조절(20.9%), 조세부담 완화(14.5%) 등을 지적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내년에 1%대의 저성장이 현실화될 경우, 가계의 소비 펀더멘털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며, "정부는 민간소비의 핵심인 가계소득 보전을 위해 기업활력 제고로 일자리 유지‧창출 여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파이낸셜신문=임권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