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현 부회장, OCI 이우현 회장 사내이사 선임 안건 과반 넘지 못해 불발
형제 측 신규 이사 5명 선임, 모녀 측 후보 6명 전원 탈락…OCI 통합도 중단 수순
예정된 시간보다 3시간30분 가량 늦게 개최된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에서 한미약품 창업주 고 임성기 회장의 장‧차남인 임종윤, 임종훈 형제가 소액주주들의 지원사격으로 표대결에서 완승을 거뒀다. 이에 따라 임종윤·종훈 형제는 경영 일선에 복귀할 수 있게 됐다.
28일 경기도 화성 수원과학대학교 신텍스(SINTEX) 1층에서 열린 한미그룹의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제51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으로 올라간 임종윤·임종훈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참여 주주들로부터 과반이 넘는 득표로 가결됐다.
이어 권규찬‧배보경 기타비상무이사 선임 안건과 사봉관 사외이사 선임 안건도 모두 과반을 넘는 찬성표를 받아 가결됐다. 임종윤·종훈 형제 측이 주주 제안한 이사진 5명의 선임 안건이 모두 통과된 것이다.
그러나 한미사이언스가 제안한 임주현·이우현 사내이사 선임 안건, 최인영 기타비상무이사 선임 안건, 박경진·서정모·김하일 사외이사 선임 안건, 박경진·서정모 감사위원 선임 안건은 참여 주주들의 과반을 얻지 못하며 모두 부결됐다.
이에 따라 한미사이언스 이사진 9명 중 임종윤·종훈 형제 측 인사는 5명으로 과반을 차지하게 됐다. 또한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간에 진행됐던 통합 과정은 중단이 불가피하게 됐다. OCI홀딩스 측도 주총 직후 통합 중단 방침을 전달했다.
이날 주총은 오전 9시에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의결권 있는 주식 수를 확인하는 과정이 오래 걸리면서 3시간30분 가량 지난 후에야 개최됐다.
이번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총에서 임종윤·종훈 형제가 승리하게 된 결정적인 요인에는 소액주주들의 지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민연금이 OCI그룹과의 통합을 추진한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측 지지를 밝힌 것이 소액주주들의 결집을 유발한 요인으로 보고 있다. 열세에 있던 임종윤·종훈 형제가 소액주주들 덕분에 전화위복을 하게 된 셈이다.
주총 전날까지 형제 측이 확보한 공개 우호 지분은 전체의 40.57%였다. 송 회장 모녀 측이 확보한 약 43%보다 불리한 위치에 있었고, OCI와 통합에 반대하며 법원에 제기한 가처분 신청도 기각되면서 형제는 더욱 수세에 몰리게 됐었다.
여기에 한미사이언스 지분 7.66%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송 회장 측을 지지하면서 형제 측에게는 불리한 상황이 이어졌으나, 한미 소액주주들이 형제들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대역전 극이 벌어진 셈이다.
업계에서는 소액주주들이 임종윤·종훈 형제에게 대거 표를 몰아준 것은 이번 주총에 앞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형제 지지 선언과 이종 기업 간 통합에 대한 의구심, 송 회장 경영 시기에 추락한 주가 등이 표심을 크게 자극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번 주총 결과에 대해 임종윤 사장은 "한미의 역사가 여기서 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회사 발전에 대해 조금 더 집중하고 겸손한 모습으로 성장하는 것을 많이 보여드리겠다"라며 "일단 첫번째로 떠오르는 생각은 '네버 어게인', 더 이상 이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임종윤 사장은 "제일 먼저 생각했던 것은 주주랑 주인이다. 저는 같은 주인이기도 하고 사원이기도 하지만 관점에 따라서는 고객보다도 주주가 더 중요하다고 느꼈다"며 "고객은 제품이 있을 때 제품을 구입하지만, 주주는 제품이 없어도 돈을 지불하고 믿음을 사고 다시 믿음을 준다"고 언급했다.
이어서 "오늘은 모든 주주들이 한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볼 수 있는데 우리 주주라는 원팀은 법원도, 연금도, 그 누구도 다 이기고 왔다"며 "우리 모두의 힘이 마지막까지 뭉쳐서 큰 위안이 됐고, 일어나지 않아도 될 일을 주주들이 처리를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임종윤 사장은 "한미라는 브랜드를 긴급하게 복구해나갈 것이고, 나름대로 ESG에 부합하고 밸류업이 되는 회사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저희에게 의결권을 위임해 주신 분 중에 조용필 선생님이 계신다. 이 자리를 빌어 소중한 한표를 저희에게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라고 전했다.
이어서 마이크를 잡은 임종훈 사장은 "이번 주총 표대결에서 절대적인 키맨이었던 신회장님깨서 저희들에게 큰 믿음을 주신 것에 감사의 말을 드린다"라며 "우리 주주들이 하나되어 성공을 하고 승리도 한 만큼 주주들이 원하는 회사로 성장시켜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파이낸셜신문=황병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