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 보호 규제 도입, 피해 보상금 확대, 대국민 교육 강화 등 정책 지원 필요"
최근 급속도로 진화하는 디지털금융 범죄에 대해 금융, 통신 등 관련 업계가 개별 대응하기보다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 하에 공동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
25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제1회 금융 및 통신 사기 방지와 대응을 위한 정책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세미나는 한국금융연구원(KIF)과 한국금융범죄예방협회(KFCPA)가 공동 개최하고, 금융위원회와 경찰청, 경찰대학교 금융범죄분석센터, 한국경찰연구학회, 한국금융범죄예방학회가 후원했다.
강욱 KFCPA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디지털금융 및 통신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소비자들이 금융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된 만큼, 물리적 국경의 제약을 받지 않는 금융 및 통신사기 역시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며 "이에 대응하려면 금융, 경찰, 학계, 산업계 등 관련 업계의 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항용 KIF 원장은 환영사를 통해 "AI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악용되면서 보이스피싱 또한 급격히 고도화, 지능화되는 것이 작금의 추세"라며 "더 이상 특정 업계 단독으로 이에 대응할 수 없는 만큼, 관련된 각계의 지혜를 모으고 더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최근 디지털 혁신이 일어나면서 국민들이 더욱 편하게 금융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됐지만, 한편으로 보이스피싱, 딥페이크를 활용한 사기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범죄 또한 급증하고 있다"며 "다양한 금융사기에 종합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각계와 더욱 긴밀한 공조를 이어가고, 법·제도에도 이를 충실히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자행되는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범죄의 심각성은 국내외를 막론한다"며 "피해 예방을 위한 민관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인 만큼, 국민이 악성 사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경찰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서병호 KIF 선임연구위원은 '디지털 금융범죄 현황과 시사점' 주제 발표에서 "생성형 AI 개발 관련 위수탁 시 통신당국이 직접 수탁자 감독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나아가 AI 관련 이용자 보호 규제의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인증절차 다중화, 탐지 시스템 고도화, 고객 데이터 확보 절차 간소화, AI 윤리기준 강화, 이용자 보호 규제 도입, 보안 취약점 신고포상제 개편, 내부통제 강화, 최신기술 정보공유 등을 통해 딥페이크, 해킹 범죄에 대응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서 위원은 "범죄의 완벽한 예방이 불가능한 만큼, 피해자 구제 또한 강화해야 한다"며 해킹 피해 보상금을 해외 주요국 수준으로 확대, 사이버책임 보험 활성화 등 일련의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준배 경찰대학교 교수는 '기관 사칭형 보이스피싱 : 피해자의 심리적 요인에 관한 분석연구' 주제 발표에서 "실제 기관 사칭형 보이스피싱에서 사용되는 스크립트 분석 결과,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 시나리오는 검찰 수사관 사칭(1단계) → 검사 사칭(2단계) → 금융감독원 사칭(3단계) 순으로 구성된다"고 설명했다.
단계별로 사기범들은 수사기관 사칭으로 파생되는 신뢰와 권위를 악용해 피해자들이 구속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공포를 느끼게 한 뒤, 정신적·물리적으로 고립되도록 지속적으로 유도하는 수법을 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해당 연구 결과를 국민대상 교육자료 제작이나 정책 모델 개발에 활용한다면, 범죄 예방 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상현 통합신고대응센터 경정은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신고대응센터 현황 및 발전방향’ 주제 발표에서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신고대응센터는 지난해 10월 출범 이후 6개월 간 총 12만8천483건, 1일 평균 1천53건을 상담했다"며 "범행 수단으로 전화의 비중이 최근 소폭 줄어든 반면, 스미싱·미끼문자 등의 비중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박 경정은 "통신사기 피해 근절을 위해 센터는 오는 2분기 중 신종 스미싱 유형에 대한 대국민 예·경보를 발송할 예정"이라며 "통신사기 통합 분석·대응 시스템 구축을 위한 관련 기관과의 협업, 통신사기에 이용된 번호 공유·차단 시스템 도입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스톱 통합 대응이라는 센터의 설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센터에 대한 민관의 적극적인 협력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지훈 KB국민은행 소비자지원부 팀장은 '은행의 보이스피싱 예방현황 및 향후 과제' 주제 발표에서 "KB국민은행은 대포통장 감축, 보이스피싱 모니터링 시스템을 중심으로 악성앱 탐지 기능 지속 강화 등 고객 자산보호와 피해 예방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보이스피싱은 발생 전 예방이 가장 중요하므로 이를 위해 사회 각 기관들과 긴밀히 협조해 범죄발생 시도 자체를 근절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KB국민은행은 대포통장 감축 노력을 지속해 나가면서, 실질적인 고객 보호를 위한 취약계층 지원 등 상생금융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찰청, 국방부 등 대외기관과의 협력도 강화해 취약계층 대상 보이스피싱 근절사업을 확대해 나가는 등 정부정책에도 적극 동참해 나가겠다"고 첨언했다.
주제 발표 후 종합 토론에서 유지훈 경찰청 금융범죄수사계장은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을 활용한 신종 금융 범죄에 유기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 부처와 민간 협력을 토대로 상설 조직을 구축·운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승훈 신한은행 소비자보호부장은 "금융기관 자체 모니터링만으로는 보이스피싱 대응에 한계가 있다"며 "금융위에서 최근 증가중인 가상계좌를 이용한 보이스피싱 피해예방을 위해 여신전문금융사업자의 자체 FDS 강화, 지연 환불 조치 등의 방안을 검토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파이낸셜신문=임영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