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화재 김효준 회장 대국민 사과...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급부상

황병우 기자 | 기사입력 2018/08/07 [11:50]

BMW 화재 김효준 회장 대국민 사과...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급부상

황병우 기자 | 입력 : 2018/08/07 [11:50]

김회장 공개석상서 처음 직접 사과…BMW본사 임원 방한 'EGR결함' 원인 주장, '레몬법' 도입 탄력받나

 

"고개숙인 영맨의 신화" 김효준 BMW그룹 코리아 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김회장이 공개석상에서 직접 사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황병우 기자)

  

[파이낸셜신문=황병우 기자] 김효준 BMW그룹 코리아 회장이 최근 연달아 발생한 차량 화재 사고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와 함께 처음 고개를 숙였다.

 

이번 BMW 차량 화재 사고로 인해 차량 등 재산피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에 대한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효준 BMW그룹 코리아 회장은 6일 오후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일련의 화재 사고로 인해 고객과 국민, 정부 당국에 불안과 심려를 끼친 데 대해 진심으로 송구하게 생각하면서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최근 총 30여 건의 BMW 차량 화재가 발생하는 동안 김 회장이 공개석상에 나와 직접 사과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토교통부의 엄중한 요구에 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무엇보다 가장 먼저 화재 사고 당사자 고객들에게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BMW 본사에서도 이번 사안을 매우 무겁게 다루고 있으며, 최우선으로 해결하기 위해 경영진이 매일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BMW의 다국적 프로젝트팀 10여 명이 이미 한국을 방문해 BMW 코리아 및 관련 파트너사와 함께 조속한 문제 해결을 위해 24시간 근무하고 있다"며 "정부 당국과 면밀히 협조해 사전 안전진단과 자발적 리콜이 원활하고 빠르게 진행되도록 만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 요한 에벤비클러 BMW 그룹 품질 관리 부문 수석 부사장이 6일 오후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긴급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이번 화재 사고와 관련한 BMW 본사 차원의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황병우 기자)

 

이번 긴급 기자간담회에는 요한 에벤비클러 BMW 그룹 품질 관리 부문 수석 부사장이 직접 참석해 이번 화재 사고와 관련한 BMW 본사 차원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에벤비클러 부사장은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BMW 코리아가 기존에 밝힌 대로 디젤 차량의 EGR(배기가스 재순환장치) 쿨러에서 발생하는 냉각수 누수 현상이 근본적인 화재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EGR 쿨러에서 냉각수가 새어 나와 EGR 파이프와 흡기다기관 등에 침전물이 쌓였고, EGR 바이패스 밸브 오작동으로 인해 냉각되지 않은 고온의 배기가스가 빠져나가면서 침전물에 불이 붙는다는 것이다.

 

에벤비클러 부사장은 "EGR 쿨러의 냉각수 누수가 근본 원인이지만 누수 현상이 있다고 해서 모든 차에서 불이 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차량의 주행거리가 굉장히 길고, 장시간 주행했고, 바이패스 밸브가 열린 상태일 때에만 화재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량 화재는 오로지 주행할 때만 발생하고, 주차나 공회전할 때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국내 일부 전문가들은 EGR 부품 자체가 아니라 작동하는 시스템 등 소프트웨어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었으나, 에벤비클러 부사장은 화재 원인이 EGR 쿨러의 하드웨어적인 문제라며 소프트웨어와는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과 다른 해외 시장은 미국을 제외하고 모두 똑같은 소프트웨어를 적용한다"며 "하드웨어도 전 세계적으로 동일한 EGR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 BMW 그룹 본사에서 분석한 EGR 관련 부품의 결함 원인 분석 프리젠테이션 자료 화면 중 일부. 오른쪽 사진처럼 침전물이 쌓이면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진=황병우 기자) 

 

에벤비클러 부사장은 또 이번 EGR 결함이 한국에서만 발생한 특수 사례가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유사한 결함 사례가 있었고 전체 화재 사고 차량 중 EGR 결함률은 한국이 0.10%, 전 세계가 0.12%로 유사한 수준"이라면서 "다만 한국에서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문제가 나타난 것에 대해선 계속해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벤비클러 부사장은 리콜 조치가 늦었다는 지적에 대해 "2016년 흡기다기관 쪽에 작은 천공(구멍)이 형성되는 현상이 있다는 보고를 받아 원인 파악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지만 당시에는 정확한 원인을 몰랐고, 이것이 직접적인 화재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한국에서의 화재와 관련해) 정확하게 확신을 갖고 문제를 파악한 시점은 올해 6월이었다"며 "문제가 복잡하고 여러 분석과 다각적인 조사가 필요해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덧붙였다.

 

김효준 회장은 "BMW 본사와 코리아가 이미 면밀히 조사를 진행했지만, 국토부에서 별도로 실시하는 화재 원인 조사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국토부 관계자들을 독일 BMW 본사에 초청해 투명하고 확실한 원인 규명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BMW 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으로 총 3만879대의 차량이 긴급 안전진단을 완료했고 1만4410대는 안전진단 예약이 이뤄졌다. 리콜 관련 콜센터 인력은 200명 충원됐으며 서비스센터 주차 전문 인력은 100명이 늘었다.

 

▲ 2일 오전 11시 47분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 흥호리 영동고속도로 강릉방면 104㎞ 지점에서 리콜(시정명령) 조치에 들어간 차종과 같은 모델인 BMW 520d 승용차에서 또 불이 났다. (사진=강원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 EGR 관련 부품만 리콜하면 문제가 없어질까?

 

요한 에벤비클러 BMW 그룹 품질 관리 부문 수석 부사장이 긴급 기자회견에 직접 참석해 전 세계적으로 BMW 디젤 차량의 화재 사고 중 EGR의 결함으로 인한 경우가 0.12%로, 한국의 0.10%와 별 차이가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최근 잇다른 차량 화재가 발생한 원인은 설명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리콜 사태에 대한 의혹을 잠재우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EGR 모듈을 교체한 이후에도 화재 사고가 중단되지 않는다면 '부실 처방', '엉터리 처방' 논란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리콜 사태의 1차 고비는 20일부터 개시되는 EGR관련 부품의 교체 이후가 될 전망이다. EGR 부품 교체 이후에도 BMW 화재 사고가 잦아들지 않는다면 논란은 대폭 늘어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BMW 차량의 화재원인으로 알려진 EGR 모듈 결함 이외에 다른 원인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BMW에 추가적인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6일 "BMW가 최근 차량 화재 원인과 관련한 기술분석 자료를 제출했지만 부실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현재 화재 원인으로 거론되는 다른 부분에 대한 보충 자료를 낼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요구한 자료는 EGR 결함 외에 전문가들이 제기하는 소프트웨어나 흡기다기관 결함 의혹과 관련한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앞서 국토부는 BMW로부터 4일 자정께 EGR 모듈 결함과 관련한 기술자료를 제출받았다. BMW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BMW 측의 설명만으로는 국민의 우려가 불식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국토부는 이들 자료도 받아 BMW 차량의 화재 원인을 입체적으로 분석할 예정이며, 자료를 외부 전문가에게도 공개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원인 분석에 참여하기를 희망하는 전문가에게는 자료를 제공하고 의견을 수렴할 방침이다.

 

▲ 2016년 9월 KBS의 시사프로그램 '창'을 통해 방영된 BMW 차량의 연료호스 결함이 알려졌다. 사진은 연료호스 결함으로 연료가 분무기처럼 유출되는 모습 (사진=KBS방송화면캡처)

 

다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2016년 리콜의 원인인 연료호스 결함을 주장하고 있다. 이번 기자간담회에서도 BMW 고위 관계자는 당시 연료호스 결함이 이번 리콜 사태와의 연관성을 부인했지만, 이와 관련한 의혹에 대해서는 시원하게 대답하지는 못했다.

 

지난 2016년 9월 국토교통부는 BMW차량의 엔진에 장착된 연료호스에서 균열이 발생해 주행 중 시동 꺼짐이 발생할 수 있고, 화재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리콜 명령을 내린바 있다.

 

과열된 엔진과 관련 부품 등에 유출된 연료로 인해 불이 붙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실제로 화재가 발생한 BMW 차량에 대해서는 차량이 전소된 이유로 명확한 화재 이유를 밝혀내지 못했다.

 

연료호스 결함으로 리콜 대상이 된 BMW 차량은 약 1700여대로 대부분 3시리즈 였으며, 5시리즈와 7시리즈 차량은 극히 일부에 그쳤다. 당시 최근 12건의 화재 사고 중 11건은 5시리즈와 7시리즈 등에서 발생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BMW는 2016년 국토교통부의 리콜명령에도 "실제 연료호스로 인해 화재가 발생한 일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했었다.

 

올해 발생한 BMW 차량 화재 사고가 주로 5시리즈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에서 2016년 연료 호스 결함 리콜에서 5시리즈가 상당수 제외돼 있었다는 것과 상당한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BMW 측은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다.

 

▲ 김효준 BMW그룹 코리아 회장(왼쪽 두번째)과 요한 에벤비클러 BMW 그룹 품질 관리 부문 수석 부사장(왼쪽 세번째) 등 BMW그룹 코리아와 본사 임원들이 이번 리콜 사태에 대한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황병우 기자)

 

>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탄력받을까

 

그동안 여러 자동차 제조사들에 대한 한국판 '레몬법(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에 대한 목소리는 꾸준히 있어왔으나, 이번 BMW 차량 화재 사고에 대한 리콜 사태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7일 정부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BMW 화재 사고 및 리콜 사태를 계기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자동차 리콜 제도 개선 방안을 추진해 이달 중 법령 개정 등과 관련한 방침을 결정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우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할 계획이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제조사가 고의적·악의적으로 불법행위를 한 경우 피해자에게 입증된 재산상 손해보다 훨씬 큰 금액을 배상하게 하는 내용이다.

 

이 제도하에서는 기업이 소극적으로 대응하다가 존립이 위태로울 정도의 배상금을 물 수 있어 소비자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BMW 리콜 결정 및 이후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 종합적인 리콜 제도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으며,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나라에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계기로 제조물책임법에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돼 피해의 3배까지 손해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배상액 규모가 크지 않고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손해를 끼친 경우에만 해당돼 이번 BMW 사태처럼 재산상 손해만 발생한 경우는 적용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도입되면 최근 기아차 쏘렌토의 에바가루 문제도 해결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사진은 기아차 쏘렌토 실내의 변속기 레버 주변에 쌓인 에바가루들 (사진=인터넷 자동차 커뮤니티)

 

▲ 지난 2016년 8월에 발생한 부산 싼타페 급발진 사고도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도입됐다면, 강제 리콜로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 있다. (사진=연합) 

 

자동차 회사에 대해 리콜과 관련한 자료 제출 기준을 강화하고, 부실자료를 제출할 때 과태료 등 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도 리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이 검토되는 것은 BMW가 리콜을 결정하기 전까지 정부의 자료 제공 요구를 거부하며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는 등 리콜 제도의 한계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자동차 회사에 대해 리콜과 관련한 자료 제출 기준을 강화하고, 부실자료를 제출할 때 과태료 등 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또 결함을 은폐·축소하는 경우 매출액의 1%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법적 근거도 마련할 방침이다.

 

현재 늑장 리콜에 대해서는 매출의 1%를 과징금으로 물리는 규정은 있지만 은폐 등에 대해서는 벌칙이나 처벌은 가능하되 과징금 부과는 근거가 부족하다.

 

아울러, 국토부는 턱없이 부족한 자동차안전연구원의 조사 인력을 현재 13명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35명으로 대폭 확충하기로 했다.

 

한편, 국토부는 BMW 사태와 관련해서는 화재 원인 조사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학계와 연구원 및 시민단체 전문가 10인 내외로 민관 전문가 집단을 구성할 방침이다. 논란이 된 지난 4월 환경부 리콜과 관련해서 이번 화재와 상관성도 조사할 예정이다. 

 

BMW는 4월 이번에 문제가 된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부품 결함을 이유로 환경부 승인을 받아 5만5천대에 대한 리콜을 시행했으나 정보 공유가 제대로 되지 않아 국토부는 이에 대해 조사를 하지 못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리콜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내부의 심도 있는 검토와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야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 2일 서울 시내 한 기계식 주차장에 BMW 승용차 주차 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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