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기업 회사채 부도…국내 금융사 판매규모 1천645억
中 기업 회사채 부도…국내 금융사 판매규모 1천645억
  • 이유담 기자
  • 승인 2018.06.10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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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이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황에 빠지면서 해당 기업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발행을 도운 한화투자증권을 중심으로 국내 증권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ABCP는 매출채권이나 부동산 등의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기업어음이다. CERCG는 ABCP를 발행하기 위해 사실상 페이퍼컴퍼니인 SPC(특수목적회사) CERCG오버시즈캐피털를 설립했는데, 이곳의 ABCP 발행을 위해 주간사인 한화증권‧이베스트투자증권이 국내 자본시장에 들여온 매출금액은 자그마치 1645억원 규모다.
 
한화증권‧이베스트투자증권을 통해 발행된 ABCP 물량은 5곳 증권사(현대차투자증권, BNK투자증권, KB증권, 유안타증권, 신영증권)가 인수하게 됐다. 하지만 ABCP를 발행한 CERCG가 채무불이행 상황에 빠지면서 ABCP에 투자한 증권사들은 낭패를 본 상황이다.
 
한화투자증권‧이베스트투자증권은 부실한 중국 기업이 발행한 ABCP를 인수해 국내 증권사들이 사갈 수 있게 한 복덕방 역할을 한 셈이다. 
 
특히 현대차투자증권 경우 가장 많게 500억원을 중국발 ABCP에 투자했지만 새로운 판매처를 구하지 못했던 이유인지 그대로 묵혀뒀다. 다른 증권사들의 투자 규모는 BNK투자증권 200억원, KB증권 200억원, 유안타증권 150억원, 신영증권 100억원 등이다.
 
8일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최초 기관투자자들의 요청을 받아서 유동화를 만들어 달라 해서 (발행 절차를) 진행했으며, 해당 채권이 A0 신용평가등급을 받았고 그리고 유동화를 거치면서 나이스신평에서 A2 받아서 기관투자자들에 판매하도록 했는데 그러다가 (CERCG가 보증한) 3억5000만 달러화 채권이 만기상환되지 않았고 이후 ABCP 관련 크로스 디폴트가 발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이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황에 빠지면서 해당 기업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발행을 이끈 한화투자증권을 비롯, 사태 관련 금융사들이 대처에 나서고 있다. (사진=이유담 기자)
 
ABCP 물량 중 일부를 편입해와 'KTB전단채펀드'에 포함시킨 KTB자산운용도 물매를 맞고 있다. KTB자산운용의 'KTB전단채펀드'는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 NH농협투자증권 등의 증권사들과 일부 시중은행도 판매하는 펀드로, ABCP 자산이 포함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도 속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펀드를 판매한 한 금융사 관계자는 "한화투자증권을 통해 발행된 ABCP 물량 중 5%를 KTB자산운용이 떼와 KTB전단채펀드에 반영했다"면서 "고객 입장에서는 채권형펀드는 안전하다고 생각하므로 조금이라도 손실이 났을 때 충분히 기분이 나쁠 수 있고, 펀드를 많이 판 금융사에서의 민원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KTB전단채펀드를 가장 많이 끌어모은 곳은 미래에셋대우로 펀드자산의 60.5%(약 1300억원)에 달한다. 
 
한편 중국발 ABCP 사태는 발행을 도와준 한화투자증권‧이베스트투자증권 등을 비롯해 CERCG 신용평가를 맡은 나이스신용평가‧서울신용평가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부실한 중국 회사의 신용을 평가해 국내 금융기관으로의 ABCP 발행을 성사시켰으므로 책임 소재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신용평가 관계자는 "나이스신용평가와 함께 CERCG의 재무자료나 주주구성을 보고 신용등급을 매긴 것이며,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부실한 회사는 아니었다"면서 "특히 중국의 은행들이 최근 자금회수 추세가 강해져 CRECG도 유동성 경색의 문제로 어려워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계자는 "현재 자료를 입수하긴 어려운 상황이라 진행되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지만, 업체에서 당초 약정인 11월까지 이자와 원리금을 상환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는 점을 보아 회수 가능성이 아예 떨어졌다고 단언하긴 어렵다"면서 "채권단 회의 때 이야기나온 것처럼 11월까지 정상적으로 상환된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고 법률적인 사안도 그 결과와 연동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한편 KTB자산운용의 경우 이번 일의 책임을 판매사인 한화투자증권‧이베스트투자증권에, 한화투자증권‧이베스트투자증권은 신용평가회사에 잘못을 물을 수 있겠지만, 감독당국 입장에서는 "선수들끼리 왜 이래"라는 말로 모두를 다그칠 수 있는 문제일 수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중국기업의 ABCP 물량을 국내에 끌어온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뿐 아니라 KTB전단채펀드에 ABCP를 포함시킨 KTB자산운용과 그걸 판매한 금융사들, 나아가 신용평가회사까지 모두에 불만을 가질 수 있는 문제"라며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행태가 벌어진다면 아주 관행화된 비윤리적 태도"라고 지적했다.
 
중국발 ABCP 사태의 실마리를 풀고자 한화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신용평가회사, 기관투자자들은 지난 4일 중국 CERCG를 방문해 상환계획을 논의했지만, CERCG이 6월 말까지 내놓겠단 자구안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다. 감독당국은 이번 중국발 ABCP 사태에 대해 전수조사를 나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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