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매너-9] 글로벌 신사들은 넥타이 칼러로 소통한다

신성대 동문선 사장 | 기사입력 2018/03/26 [10:27]

[비즈니스 매너-9] 글로벌 신사들은 넥타이 칼러로 소통한다

신성대 동문선 사장 | 입력 : 2018/03/26 [10:27]

[신성대 동문선 사장] 대화만이 소통이 아니다. 

 

입으로 하는 말은 다양한 소통 방법 중의 하나일 뿐, 글로벌 상류층으로 올라갈수록 직설적인 표현보다는 고품격 매너를 통한 이미지, 은유, 간접 화법을 많이 쓴다. 넥타이는 글로벌 신사들의 가장 고전적인 자기표현 및 소통 도구이다. 

 

▲  신성대 동문선 사장

예전에 모자동차 회사에서 판매사원들을 대상으로 영업에 도움이 되는 코디를 강의하는 기사를 보고 어이없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늘씬한 여성 강사가 넥타이 고르는 법을 가르치고 있는데 내용인즉슨, 당신은 인상이 어떻게 생겼으니 무슨 색이 잘 어울리고, 무슨 옷, 무슨 계절엔 어떤 넥타이가 주목을 끌 수 있다는 식이었습니다. 

 

기껏 돈 들여 장사 망치는 법을 가르치고 있으니 그런 난센스도 다시없겠습니다.

 

글로벌 매너적 기준에서 보면 한국은 아직 미개국이라 할 수밖에 없습니다.  

 

넥(neck, 목)과 타이(tie, 매다)의 복합어인 넥타이는 고대 로마 병정들이 무더위를 식히기 위해 스카프를 찬물에 적셔 목에 감았던 것에서 유래했다고도 합니다.  

 

오늘날과 같은 본격적인 넥타이의 등장은 17세기 프랑스의 용병 크로아티아 병사들이 터키 전투에서 승리한 후 목에 붉은 천을 두르고 시가행진을 벌이는 것을 본 루이 14세가 이를 따라 하기 시작한 데서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여 프랑스어로 넥타이를 ‘크라바트(Cravate)’라 하지요. 

 

제2차 세계대전 때 연합군 승리를 견인했던 미국의 조지 패턴장군은 자신의 부대 모든 장교들에게 아무 끈으로든 넥타이를 매게 했습니다.  

 

▲  흉기 피습을 당한 뒤 치료를 받아온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서울 신촌세브란스 병원을 퇴원하고 있다. (사진=연합)

 

◇ 초록넥타이에 숨은 뜻은? 

 

2015년 3월 5일, 피습으로 입원했던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퇴원 기자회견에서 초록색 넥타이를 매고 나와 한국어로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고 했습니다. 

 

한데 한국에선 그 누구도 그가 왜 하필 초록색 넥타이를 매었는지에 대해 아무런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쩌다보니 그날 초록색이 마음에 들어서 그걸 매고 나왔을까요? 

 

굳이 그 의미를 해석하자면, 봄을 맞아 새롭게 돋아나는, 비 온 뒤에 솟아나는 새싹처럼 자신의 상한 몸도 회복되었음을 명시적으로 표현해내기 위해서였을 거라고 연상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사실 초록색 넥타이는 너무 튀는 색이어서 평소 신사들도 잘 매지 않는 색입니다.

 

그만큼 쉽지 않은 짙은 초록색 넥타이를 매고 전 세계인이 지켜보게 될 기자회견에 굳이 초록색 넥타이를 매고 나왔다는 건 아무래도 예사로운 일이 아니지요. 더구나 그는 보통인도 아닌 외교관이지 않습니까?

 

서양에선 미국 PGA 마스터스대회 우승자를 위한 그린재킷 외 아무 데나 초록색 옷을 걸치고 나갔다가는 자칫 정신이 좀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습니다. 

 

한데 이 초록색 넥타이 혹은 초록색 리본 등 초록색 의상과 액세서리가 대대적으로 허용되는 시기가 일 년에 딱 한 차례 있습니다. 바로 ‘성 패트릭 데이’ 축일(3월 17일) 전후한 기간입니다. 

 

한국인들에겐 생소하지만 ‘성 패트릭 데이’는 아일랜드 최대의 축제일입니다. 

 

하여 영연방 국가들은 함께 이날을 축하하며 즐기지요. 미국에서도 해마다 뉴욕 최대의 퍼레이드를 펼치는가 하면 다른 대도시에서도 각종 축하 이벤트가 열립니다. 

 

385년경 잉글랜드에서 태어난 아일랜드의 수호성인인 세인트 패트릭은 16세에 켈트족 해적에게 납치돼 아일랜드로 끌려갔습니다. 당시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지역에 거주하던 켈트족은 야만인이나 다름없었지요.

 

패트릭은 그곳에서 양치기 노예로 일하다가 탈출해 사제가 됩니다. 432년 그는 신의 계시를 받고 켈트족에게 기독교를 전파하기 위해 다시 아일랜드로 건너가 기독교를 전파하고 461년 3월 17일에 그곳에서 죽었습니다. 

 

‘성 패트릭 데이’ 축제의 특징은 녹색 옷과 녹색 모자, 그리고 녹색 리본입니다. 녹색은 패트릭 성인이 아일랜드 이교도들에게 기독교의 삼위일체를 설명하기 위해 토끼풀을 사용했다는 일화가 널리 퍼지면서 패트릭 성인을 상징하는 색깔로 자리 잡았답니다. 

 

하여 매년 3월 17일에 아일랜드의 거리는 온통 녹색 물결을 이룹니다. 도시에서는 강물에 녹색 물감을 풀고, 건물에 녹색 조명을 비춥니다. 녹색으로 치장한 주민과 관광객들은 녹색의 음식과 술, 음료를 즐깁니다.  

 

◇ 공인에게, 비즈니스맨에겐 사적 취향이란 없다

 

마크 리퍼트 대사가 퇴원 기자회견에서 초록색 넥타이를 맨 것은 자신을 성 패트릭에 비유한 것이지요. 외교관답게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 초록 넥타이를 맨 자신의 모습이 전 세계에 알려질 것임을 염두에 둔 것입니다. 

 

며칠 후면 ‘성 패트릭 데이’이니 백악관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 영연방 국가 등 세계인들은 그날을 축하하기 위해 초록색 치장을 준비한다고 여념이 없을 터, 외신으로 스쳐 지나가는 자신의 사진 한 장만 보고도 자신의 메시지를 읽어낼 것임을 계산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간단하게 넥타이 한 장으로 글로벌 선진문명권 세계인들과 소통해낸 것입니다. 이런 게 바로 글로벌 소통 매너입니다. 

 

요즘 한국에선 인문학 강좌가 붐을 이루고 있지만 인문학만을 위한 인문학, 그저 지적 희열을 위한 인문학 강좌가 기실 현실에서 얼마나 소용이 될까요?

 

▲  2015년 3월 17일 ‘성 페트릭데이’를 맞아 초록색 넥타이를 매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사진=백악관)

 

비즈니스 현장에 바로 적용가능하지 못한 인문학적 지식은 죽은 지식, 즉 화석화된 지혜일뿐입니다. 매너는 그걸 살아 있는 생체(生體) 지혜로 환원시키는 프로그램이지요.

 

‘소통 매너’ 기반이 없는 한국식 인문학은 허학(虛學)에 지나지 않습니다. 비즈니스 생태계의 상업적 니즈에 긴밀히 맞추어 세속화된, 보다 통속적인 인문학이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리퍼트 대사의 기자회견 이후 한국에선 초록 넥타이를 매는 사람이 늘어나고, 대통령조차 자주 초록색 상의를 입고 나오는데 과연 초록색의 사회학적 의미를 알고 있을지 의문스럽습니다. 

 

어쨌든 해마다 3월이면 미국이나 영연방 국가에 있는 친구나 비즈니스 파트너에게 초록색 카드나 선물을 보내보시길 바랍니다. 필시 ‘한국인 중에 이런 센스 있는 친구가 있었다니!’하고 크게 환대받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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