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의 무술통공(戊戌通共)
금융산업의 무술통공(戊戌通共)
  • 임권택 기자
  • 승인 2018.01.27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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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신문= 임권택 편집위원]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무술통공이라는 말이 나와 속뜻이 궁금했다.
▲ 임권택 편집위원
내용인즉, 지난 24일 금융위는 2018년 업무보고에서 금융산업의 무술통공이란 제목을 통해 금융산업에 진입 규제를 개편하여 기득권을 깨고 경쟁과 혁신을 촉진 하겠다고 보고했다.
아마도 정조임금의 개혁정책의 하나인 신해통공(辛亥通共)에 빗대서 금융산업 진입을 낮추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신해통공은 시전상인이 독점하던 상업활동을 다른 상인에게도 허용한 조치를 말한다.
1791년 신해년에 문신 채제공의 건의로 시행된 통공발매정책(通共發賣政策)을 신해통공이라 한다.
특정계층에게만 주어졌던 권리인 금난전권(禁亂廛權)를 없애고 일반 다른 백성에게 문호를 개방한 정조의 대표적인 개혁정책의 하나이다.
지금 한국의 금융산업은 경쟁과 혁신이 부족하다. 금융위도 지적했듯이 지난 20여년간 신규진입자가 없다보니 현실에 안주하여 자아도취에 빠졌다.
시중은행은 지난 1992년, 생명보험사는 2013년, 부동산신탁회사는 2009년 이후 새로운 금융사가 신설되지 못했다.
핀테크산업 또한 육성해야 한다고 해도 규제와 제도 미흡으로 한 발짝도 못 움직이고 있다. 핀테크 기업이 성장하려면 과감한 규제혁신이 선행되어야 하는데도 말이다.
세계 100대 핀테크 기업 중 9개가 중국이다. 그중 1~3위가 중국기업이며 미국기업은 19개지만 우리는 1개 기업이 유일하다.
또 우리나라 자본시장 또한 회계부정과 주가조작으로 자본시장 신뢰도는 하위에 머물고 있다.
아직도 대출과 보증위주의 전근대적인 금융정책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 설립한지 10년 이하의 스타트업을 뜻하는 유니콘(Unicorn)의 기업 수는 미국이 99개, 중국 42개, 우리는 3개에 불과하다.
21세기는 종합적인 금융업 보다는 특화금융사가 생존하기에 유리한 환경이다. 우리나라는 기껏해야 카카오뱅킹이나 K뱅킹 정도가 새로 연업을 시작했지만 이들도 전통적인 은행산업을 인터넷에 옮겨놓은 것에 불과하다.
선진국은 다양한 특화 금융사가 출현했다.
영국의 경우 디지털 기반의 소매금융전문은행 인가가 활성화되어 20여개의 은행이 새로 출현 했다. 일본은 펫보험 등 특화보험사가 출현했으며 호주는 유언대용·치매 신탁 등 특화신탁사가 설립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정부 특히 금융위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도 전근대적인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실행의지 부족이고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자세 때문이다.
성공은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성취하는 것’이라는 환경조성을 위해 금융위는 규제혁파를 하겠다고 나섰다.
또 규제혁신을 위해 법 제정까지 기다리지 않겠다고 했다. 20여년전 서울을 동북아금융중심지를 만들겠다고 다짐했지만 아직도 그대로다.
최근 자산관리 중심으로 한 동북아 금융허브 얘기가 나오지만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은행들은 지난해 전통적인 금융업으로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두었지만 미래는 없고 자리보전을 위해 당국과 치열한 전투 중이다.
은행장이나 지주회사 회장들은 사외이사에 자기가 아는 사람을 임명해놓고 제국을 꿈꾼다. 자율인사가 안되니 정부에서 나서보지만 그들의 아성은 꿈쩍하지 않고 있다.
그래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고 사람중심경제를 하겠다고 하니 기다려 보는 수 밖에 없다.
하여 금융위의 무술통공이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정조가 이루지 못한 미완의 개혁이 이번 통공정책(通共政策)으로 살아났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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