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블랙리스트' 한국 국가브랜드 훼손 불가피
OECD 국가 중 첫 '불명예' …정부 "명단서 빼도록 노력할 것"
 
연성주 기자

[파이낸셜신문=연성주 기자] 정부가 유럽연합(EU)이 한국을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에 포함시킨 것에 강하게 반발하며 "명단에서 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EU의 논의 과정이 지난 1년여간 진행됐으며 비슷한 경제규모의 국가 중에서 한국만 유일하게 명단에 포함됐다는 사실 등을 고려할 때 우리 정부의 소홀한 대응이 문제를 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6일 EU와 정부 등에 따르면 EU는 전날 한국을 포함한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 17개 국가 명단을 발표했다.

 

한국이 블랙리스트에 포함되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로는 첫 지정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 유럽연합(EU)의 유로화 사용국가 재무장관 협의체 '유로그룹'의 새 의장으로 선출된 마리우 센테노 포르투갈 재무장관이 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

 

한국과 함께 명단에 오른 국가은 미국령 사모아, 바레인, 몽골, 튀니지, 세인트루시아 등 경제규모나 인지도 측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한국이 블랙리스트에 포함될 것이라는 예상은 누구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충격은 상당했다.

 

정부는 EU의 발표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면서 EU의 결정이 국제 기준이 부합하지 못하며 조세 주권 침해 우려가 있다고 반발했다.

 

특히 지난 9월 OECD·G20(주요 20개국)의 BEPS(조세 관련 금융 정보 교환) 프로젝트에서도 우리의 외국인 투자지원제도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는 점을 내세웠다.

 

블랙리스트 지정에 따른 물리적인 제재나 불이익은 없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은 이번 명단 발표로 그동안 쌓아온 국가 브랜드가 훼손되는 손해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정부는 블랙리스트 지정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는 만큼 모든 방법을 동원해 명단에서 한국이 제외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재목 국제조세제도과장은 "어떻게든 명단에서 빼야 하고, 빼도록 하겠다"며 "명단에서 한국을 빼는 것이 쉽지 않다면 다른 방안도 범정부적으로 찾아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외국인투자지원 국가 중 한국만 명단에 포함됐는지에 대해서는 "OECD 국가 중에 우리와 유사한 외국인 투자지원제도를 운용하는 국가로는 터키가 있다"며 "터키는 EU의 지적을 받고 개선을 확약해 지정을 피했다"고 말했다.

 

이어 "터키는 EU 가입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 개선 확약을 해야 하는 정치적인 이유가 있다"며 "하지만 우리는 그와 같은 이해관계가 없어 국익을 고려해 개선 확약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명단에 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다만 한국의 외국인 투자지원 세제가 다른 국가에 비해서 어떤 면이 문제가 있다고 평가를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안택순 조세총괄정책관은 "다른 나라도 외국인투자유치를 위해서 세제 지원을 하고 있는데 조금씩 차이가 있다"며 "우리나라와 일률적으로 비교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과 환경이 비슷한 다른 국가들은 왜 빠졌는지 조사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설마 한국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겠느냐"는 안이한 대응이 화를 불러왔다는 분석마저 있는 실정이다.

 

지난 1년간 EU와 블랙리스트 명단 지정을 위해 꾸준히 소통했고 그 과정에서 EU의 경고가 있었지만 이에 대해 적절하게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부가 EU의 결정에 반발하고 그 의미를 과소평가하는 것에 앞서 향후 영향에 대한 전망과 이에 따른 구체적인 대응 방안에 고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안 국장은 "OECD 등에서 우리 제도가 투명하고 공정하고 국제적 규범에 적합한 제도라는 점을 공인받았다"며 "담당 국장이 한국의 입장을 설명하기 위해 지금 EU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사입력: 2017/12/06 [17:53]  최종편집: ⓒ파이낸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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