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판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연성주 기자

[파이낸셜신문=연성주 기자] '세기의 재판'이라 불릴 정도로 세인들의 관심을 끌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1심 재판이 끝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는 25일 이 부회장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측에 뇌물을 준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특검이 기소한 뇌물공여, 횡령, 국외재산도피 등 5가지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다

재판부는 "삼성이 경제정책에 대해 막강한 권력을 가진 대통령에게 경영승계의 도움을 기대하고 거액 뇌물을 제공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법원 안팎에서는 선고 결과를 놓고 '엄벌'이라는 평가가 대체로 나온다.

지난 2006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후 재벌 총수 가운데 가장 무거운 형량이 내려졌다.

비록 항소 절차가 남아 있으나 이번 선고로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총수 3대 중 처음으로 '옥살이'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1심 판결에 양측이 다 불만을 표시했다.

집행유예를 은근히 기대했던 삼성측은 "즉각 항소"를 밝혔고 특검팀도 "어느 정도 만족"하면서도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명시적으로 청탁한 사실은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사람이 부인하고 있고 독대 등을 녹취한 자료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에게 경영권 승계라는 현안이 있었고 이 부회장은 승마 지원이 최순실씨에 대한 지원이며 그것은 곧 대통령에 대한 금품 제공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고 한다. 두 사람 사이에 이심전심으로 '묵시적 부정 청탁'을 주고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증거없이 정황만으로 기소했다는 법조계의 중론에도 재판부는 특검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본질은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밀접한 유착"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전형적인 뇌물사건과는 좀 거리가 있다. 기업이 수동적으로 끌려간 사건에 자본권력이란 말은 어색해 보인다. 또 기업이 대통령 요구를 거부하면 보복당하는 상황에서 요구를 들어주었다고 뇌물죄로 처벌하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

 

'묵시적 청탁'에 대해서는 법리적 논란의 소지가 있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서로 마음속으로 청탁을 주고받았는지는 이들 마음속에 들어가지 않고는 확인할 수 없다. 이는 증거가 아니고 전적으로 판사의 판단에 달린 문제다.

 

판사 출신의 모 변호사는 "재판부가 묵시적 청탁을 유죄 이유로 들었다면 판결에서 좀 더 객관적인 증거로 뒷받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1심 판결에서 인정한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공모관계'도 문제가 있다.

법조계는 재판부가 제시한 '공모'의 근거가 빈약하다고 설명한다. 두 사람이 뇌물을 공유했다는 증거는 없기 때문이다.

 

다수의 국민들은 명쾌한 판결을 기대했지만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정치와 대중여론을 의식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은 진작부터 제기돼 왔다.

영국의 유력일간지 가디언은 "한국 여론은 법원에 대해 이 부회장에 대한 유죄 판결을 내리라는 거대한 압박을 했다"고 분석했다.

 

재판부도 유무형으로 쏟아지는 법정 밖 압력에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본다.

이미 정치권과 여론재판으로부터 중형을 선고받은 마당에 재판부에 독립적인 판단을 기대한다는 것부터가 무리였을지도 모른다.

  

이재용 재판은 1심이 끝이 아니다.

재판부의 1심 판단은 뇌물죄에 대한 최초의 사법적 판단으로서 존중돼야 하지만 아직 상급심이 남아 있다.

 

어떻게 보면 이제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항소심에서 더욱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1심 재판부가 실형의 근거로 제시한 ‘묵시적 청탁’과 ‘수동적 뇌물’이 주요 쟁점이 될 것이다. 구체적 물증없이 정황증거만 갖고 하는 재판이니까 어느 때보다 재판부의 양심과 판단이 중요하다.

상급심이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지 지켜보겠다.

 

 

 

 

 

 


기사입력: 2017/08/25 [20:23]  최종편집: ⓒ파이낸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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