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부동산 상승세 멈추고 거래 실종
재건축 3000만∼4000만원 하락…강북도 "정부대책 보고 사겠다"
 
연성주 기자

[파이낸셜신분=연성주 기자]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를 앞두고 주택시장이 숨죽이고 있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단지는 중개업소들이 일제히 문을 닫은 가운데 3000만∼4000만원 떨어진 매물이 나와 있지만 거래가 중단된 채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분양시장에도 파장이 미치고 있다. 분양 성수기에 부동산 대책 발표가 예고되면서 건설사들이 분양 시기를 잡지 못하는 것이다.

지난주엔 대책 발표를 앞두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신규 분양 사업의 분양보증을 전면 중단하면서 건설업계의 손발이 꽁꽁 묶였다.

  

정부가 합동 단속반을 투입할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강남권 재건축 단지 일대의 중개업소는 지난 12일부터 일제히 문을 닫았다.

일부는 단속반을 피해 문을 닫았다가 퇴근 무렵에 문을 여는 등 '숨바꼭질'도 하고 있지만 수요자인 양 접근하는 정부의 '함정 단속'이 무서워 대부분 영업을 중단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 부동산 대책 발표를 앞두고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거래가 실종됐다.    (사진=연합)

 

강남구 대치동 중개업소 대표는 "불가피한 중도금, 잔금 처리만 겨우 할 뿐 신규 거래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며 "지난 금요일에는 중개업소들이 문을 닫은 채 잔금 처리 업무를 보느라 이 일대 커피숍이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고 전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를 앞두고 서울 아파트값은 상승세가 한 풀 꺾인 모양새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그 전주 대비 0.32% 상승했다. 이는 2주 전 상승률(0.45%)보다 오름폭이 0.13%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특히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폭이 크게 둔화했다. 이달 초 주간 상승률이 1.05%였으나 지난주 조사에선 0.32%로 축소됐다.

 

매수 문의도 끊기면서 강남구 개포 주공아파트와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 등은 매매 호가가 3천만∼4천만 원가량 하락했지만 거래가 안되고 있다.

개포 주공아파트 36㎡는 이달 초 10억1000만원까지 호가했으나 현재 9억7000만∼9억8000만원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둔촌 주공아파트 3단지 102㎡도 이달 초 10억원에서 현재 9억7000만원으로 3000만원 하락했다.

서울 마포·성동·용산구 등 강북의 아파트값 급등 지역도 규제 강화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중개업소들이 군데군데 문을 닫았다.

 

마포구 아현동 중개업소 대표는 "(단속을 피해 다니느라) 업무를 제대로 못보고 있다"며 "매도자들은 대책의 강도를 보겠다며 적극적으로 팔려는 분위기는 아니고, 매수자들은 일제히 관망하면서 거래가 끊겼다"고 말했다.

성동구 성수동 중개업소 대표도 "대책이 나온다고 하니 거래도 거의 없고, 호가 상승세도 멈춘 상태"라며 "매수·매도자 모두 대책의 내용을 보고 움직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규제와 무관할 것으로 예상되는 입주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의 거래는 여전히 이뤄지기도 한다.

용산구 한강로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 일대 신규 입주 아파트와 오피스텔은 지난주에도 거래가 많이 됐다"며 "특히 오피스텔은 이번 정부 대책 이후 오히려 반사이익을 보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도 있다"고 말했다.

 

분양시장도 부동산 대책을 앞두고 직격탄을 맞았다. 당장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정부 대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분양보증 발급 절차를 중단하면서 이달 말 이후 분양을 계획했던 건설사들의 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롯데건설이 서울 수색4구역을 재개발하는 'DMC 롯데캐슬 더 퍼스트'와 현대산업개발 등이 강동구 고덕 주공5단지를 재건축하는 '고덕 센트럴 아이파크' 등의 일반분양이 이달 말에서 다음 달로 연기될 전망이다.

 

건설업계는 지난해 11·3대책 발표 전에도 약 2주간 분양보증 업무가 중단됐던 점을 미루어 볼 때 7월 초나 돼야 분양이 재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사들은 분양보증이 풀리더라도 새 정부의 본격적인 부동산 규제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분양시장이 침체될까봐 노심조사한다.

최근 중도금 대출이 꽉 막힌 상태인데 만약 집단대출에도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적용하는 등 추가 규제가 이뤄진다면 분양시장에 커다란 악재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이 달 분양물량도 확 줄었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당초 6월에는 장미 대선 등으로 연기됐던 물량이 몰리며 총 7만3000여가구가 분양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최근 실시한 조사에선 실제 분양물량(2만4000가구)과 예정물량(1만6000가구)까지 포함해 4만가구로 급감했다. 부동산 대책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 이달 초부터 건설사들이 눈치보기에 들어가며 공급을 미루기 시작한 때문이다.

 

그나마도 지난주 주택보증공사가 보증 업무를 중단하면서 나머지 계획물량 1만6천가구중 상당수 분양도 다음달 이후로 연기될 공산이 커졌다.

대형 건설사 마케팅 담당 임원은 "올해 하반기에만 1만5000가구 이상을 분양해야 하는데 6월 부동산 대책에다 7∼8월 여름 휴가철까지 겹치면서 분양일정 잡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일단 정부 대책을 봐가며 분양시기를 조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올해 하반기 수도권에 새 아파트 입주물량이 급증하면서 최대한 상반기에 많은 물량을 소화하려 했던 건설사들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부동산114 통계를 보면 올해 하반기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은 11만6000여가구로 이 지역 연간 입주 물량(16만4000여가구)의 약 70%가 하반기에 몰려 있다.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4∼6월이 최고 분양성수기인데 탄핵과 대통령 선거, 부동산 대책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 때문에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많다"며 "불확실성이 빨리 걷히기 바란다"고 말했다.

 


기사입력: 2017/06/18 [10:18]  최종편집: ⓒ파이낸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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