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초소형 3.3㎡당 5천만원 웃돌아

안정적 월세수익과 증여용 수요 많아

2017-05-23     연성주 기자
서울 강남의 초소형 아파트가 최근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다.
저금리를 틈타 월세 수입을 얻으려는 임대사업자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3.3㎡당 시세가 5000만원을 넘어선 곳이 속출하고 있다.
2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 주공2단지를 재건축한 리센츠 아파트 전용 27.68㎡C형(공급면적이 42.57㎡)의 시세는 6억5000만∼7억원이다.
지난 2008년 준공해 입주 10년 차에 접어들었고 방과 욕실도 각 1개뿐인 초소형 아파트인데 몸값은 웬만한 강북지역 중형아파트 수준을 뺨친다.
3.3㎡로 환산한 가격은 5048만∼5436만원.
이 아파트 대형이 3330만원, 전용 84㎡의 중형 인기 주택형도 3800만원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3.3㎡당 1000만원 이상 높은 것이다.
2005년 당시 분양가(1억9230만원)와 비교하면 230∼260% 상승했다. 이자비용과 세금 등을 제외한 단순 시세차익만 4억5000만∼5억원이다.
이 아파트 전용 84㎡의 분양가 대비 상승률이 110% 안팎, 중대형은 100%에도 못 미치는 점을 감안하면 초소형 분양 계약자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투자해 훨씬 높은 이득을 얻었음을 알 수 있다.
▲ 초소형 아파트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는 잠실 리센츠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
부동산114 시세에 따르면 강남구 삼성동 AID차관 재건축 아파트인 힐스테이트 2단지 전용 38∼40㎡(공급면적 51∼56㎡)는 현재 호가가 8억∼8억6000만원으로 3.3㎡당 가격은 5000만원을 웃돈다.
2006년 2월 분양 당시 이 아파트의 분양가가 2억6000만∼2억9000만원대였던 것을 고려할 때 188∼208% 오른 것이다.
이보다 조금 큰 전용 43㎡(공급면적 59㎡)는 지난 4월 8억3800만원에 실거래가가 됐고 현재 매매 호가가 최고 8억8000만원으로 올랐다.
강남구 역삼동 개나리2차 아파트를 재건축한 역삼아이파크 전용 28.24㎡(공급면적 36.27㎡)는 현재 시세가 5억원으로 3.3㎡당 가격이 단지 내에 사장 높은 4500만원 선이다. 분양가(1억6775만원)대비 수익률도 198%로 전용 116㎡ 이상 대형(46∼65%)을 크게 웃돈다.
이처럼 초소형 아파트의 몸값이 치솟는 이유는 강남권에서 임대사업을 통해 안정적인 월세 수입을 노리는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잠실 리센츠 전용 27.68㎡의 경우 보증금이 3000만원일 때 한 달 월세로 120만∼150만원을 받는다. 전셋값이 4억2000만∼4억6000만원 선인 것을 감안하면 월세 수익률은 연 3.7∼4.2%로 은행 이자보다 높다. 송파구는 전국에서 월세 전환율이 가장 낮은 곳이다.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위원은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베이비붐 세대 은퇴자들이 부동산 임대사업을 선호하고, 안정적인 월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소형 아파트에 투자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강남권 아파트는 월세 수입 외에 시세차익도 올릴 수 있어 투자자들이 특히 선호한다"고 말했다.
최근엔 아파트를 선호하는 신혼부부 등 젊은층의 수요가 늘었고 증여용으로도 인기라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잠실 J공인 대표는 "이 동네 전셋값이 높아 부모들이 사전 증여 방식으로 결혼을 앞둔 자녀에게 초소형 아파트를 사주기도 한다"며 "당분간 임대를 놓으려는 투자자들과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