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지점장 '불법대출' 가담…은행권 만연

검찰, ‘제이제이에이치’에 7억원 대출…수재 혐의

2016-05-26     홍성완 기자
검찰, 은행권 만연…전방위 수사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통해 불법으로 대출을 받도록 도운 우리은행 지점장이 구속됐다. 검찰은 올초부터 시중은행에서 이런 불법 대출이 만연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불법대출 행위가 전 은행권에 퍼져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은행지점장들의 불법대출 행위가 더 많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25일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조사1부(부장검사 서봉규)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수재 혐의로 우리은행 영업지점장 원모씨(48)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원씨는 페이퍼컴퍼니 ‘제이제이에이치’에 7억원의 불법 대출을 받게 해주는 대가로 2억5000만원을 수수함 혐의다.

이번 사건은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신종 불법대출이 이뤄지고 있다는 제보에 따라 검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발각됐다.

업계에 따르면 검찰은 이달 초 제이제이에이치 대표 전모씨(41)가 불법대출을 받은 혐의를 포착했으며, 이 과정에서 대출을 알선한 브로커 홍모씨를 구속했다. 이후 수사과정에서 우리은행 A기업센터 영업지점장인 원씨가 불법대출에 가담해 수수료를 챙긴 혐의를 포착한 것이다.

이들은 비외감법인(자산총액 100억원 미만)의 경우 30억원 미만의 소규모 대출은 지점장 주관에 따라 전결 처리할 수 있다는 점과 본점의 감시를 받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했다.

검찰은 전씨가 소규모 자본금을 가진 중소기업인 것처럼 꾸며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뒤, 브로커 홍씨와 함께 홍씨와 친분이 있던 은행지점장 원씨를 끌어들여 불법 대출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이들은 재무제표와 세금계산서 등을 허위로 작성해 정상적인 대출인 것처럼 위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원씨의 혐의는 내부적으로 대부분 입증되고 있다.

이 관계자는 “기업신용등급에 따라 다르지만 지점장 재량으로 보통 1억원의 대출이 이뤄질 수 있으나, 7억원까지 대출이 될 수 있던 과정은 좀 더 알아봐야 한다”며 “원씨의 대부분의 혐의는 인정되는 분위기이며, 손해배상 청구 등 내부 징계도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런 불법대출 행위가 시중은행 전체적으로 만연돼 있다는 것이다. 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 뿐만 아니라 이 사건들이 전체 은행으로 확대돼 앞으로도 비슷한 혐의가 드러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검찰은 현재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불법 대출이 시중은행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기획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과 이달 초 국민은행과 기업은행에서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불법대출을 받은 혐의로 태산E&C 대표 손모씨(46)와 금산덕원 대표 김모씨(41)가 구속기소 되기도 했다.

또한 불법대출을 받도록 알선한 브로커들은 시중은행 출신들로, 은행 지점장들과의 친분과 은행시스템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중간에서 불법대출을 알선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따라서 이들 외에도 더 많은 불법대출이 이뤄졌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점장이나 기업투자 담당자의 재량에 의한 대출을 없애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으나, 은행권에서는 현실은 다르다고 반박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점장 전권의 대출을 아예 없애거나 대출 기준을 더욱 강화하는 게 가장 나은 방법으로 보일 수 있으나, 정부의 기술금융 등의 중소기업 정책 등에 반해 지점장 전권의 대출을 줄이거나 대출 기준을 강화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결국 IB(투자은행)라는 것이 어느 정도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재무제표 외에 기업 오너의 자질과 기업의 미래가치 판단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시스템이 아무리 잘 돼 있어도 사각지대는 존재하기 마련”이라며 “결국 이를 관리해야 하는 책임자들의 개인적인 윤리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체적으로 관련 교육을 강화하고, 시스템을 아무리 개선한다 해도 금융사고는 결국 윤리적인 문제가 가장 크다”며 “은행도 내부적인 손실이 발생하는 문제다 보니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개선책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