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상사, 쌀 도정사업 진출 논란 '확산'

대한곡물협회 “중소·민간 RPC 도산으로 이어질 것”주장

2016-02-12     김선재 기자
롯데상사 “중간 품질 쌀 해당, 골목상권 죽이기 아냐”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상사가 쌀 도정판매 사업에 진출하기로 한 가운데 농민단체는 ‘골목상권 죽이기’ 라며 반발하고 나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롯데상사의 쌀 도정판매 사업 진출은 지금까지 롯데마트를 통해 포장된 쌀을 납품받아 판매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직접 쌀을 도정해 롯데 브랜드로 판매까지 나서겠다는 것이다.

롯데상사는 지난해 농협RPC(미곡종합처리장)로부터 국내 전체 쌀 생산량의 0.5%에 해당하는 연간 3만톤의 현미를 공급받아 이를 백미로 가공하는 ‘라이스센터’를 건설하기로 결정하고 사업을 검토 중이었다.

그러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은 지난해 김영준 대표이사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하고 사업 진출 중단을 설득했다.

이에 롯데상사는 홍 의원에게 보다 저렴한 품종의 쌀을 유통해 농민과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려한다는 사업 취지를 설명하고 농민들의 반대가 있다면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었는데, 몇 달 지나지 않아 다시 사업을 추진한다는 사실이 일부 언론을 통해 전해진 것이다.

황 의원은 지난 11일 성명을 내고 “롯데상사의 도정업 진출은 새로운 수요 창출이 아닌 기존에 하던 산업에 대자본이 뛰어들어 상품의 가격 혼란만 가중시키는 것”이라며 “지난해 사업 중단 이후 아무런 환경 변화도 없는데 불과 몇 달 만에 입장을 번복한 것은 국정감사만 피해가고 보자는 이기적인 태도로 국회와 국민을 우롱하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농민들을 비롯한 중소RPC들도 “대기업의 시장 진출은 결국 중소·민간 RPC의 도산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는 명백한 ‘골목상권 죽이기’이다”고 주장했다.

대한곡물협회 김종성 상무는 “매년 작황이 다르고 지속적으로 쌀 수요가 줄고 있기 때문에 중소·민간 RPC들이 굉장히 힘든 상황”이라며 “128개에 이르던 RPC가 지금은 75개 밖에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시장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이 시장에 진출해 대형마트에서 할인행사를 하면 원가 이하로 납품하기를 원하고 할인하지 않는 제품은 팔리지 않게 돼 농민들의 피해가 많아진다”고 덧붙였다.

롯데상사는 이에 대해 “사업진출에 대한 왜곡된 시선과 황 의원의 비판 성명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롯데상사 관계자는 “검토 중인 사업은 중간 단계 품질의 쌀을 유통해서 농민들의 소득을 증가시키고 소비자들에게도 저렴한 가격에 쌀을 판매하려고 하는 취지”라며 “황 의원에게도 사업의 취지를 잘 설명해서 오해가 풀렸기 때문에 국정감사 증인채택이 취소됐던 것이고, 농민 대상 간담회를 통해서도 그들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결과를 얻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쌀 유통 시장은 고가의 고품질 쌀과 저가미(米)가 주로 유통되고 있는데, 이번에 진출하려고 하는 사업은 중간 품질의 쌀이 대상”이라며 “저가미가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일본처럼 쌀 시장을 개방해도 흔들림이 없을 정도로 소비자들의 국내 쌀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고 농민들의 소득수준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기존에는 없었던 중간 품질의 쌀을 대상으로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고, 현미를 백미로 가공하는 사업을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 RPC와도 거래를 이어나갈 수밖에 없다”며 “‘골목상권 죽이기’라는 지적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롯데마트를 통해서만 쌀을 유통시킬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롯데마트를 통한 판매도 하겠지만, 다른 유통채널을 통한 판매도 할 것”이라며 “이미 호주, 온라인을 통해 쌀을 유통시켰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