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회장·은행장 10명 ‘중징계’ 임박

제재심의위원회, KB금융 임 회장·이 행장 '문책경고' 중징계 앞둬

2014-06-10     황혜연 기자
▲ (자료=금융감독원)

그동안 개인정보 유출을 비롯한 각종 금융사고와 내분을 일으켰던 금융권에 솜방망이 처벌을 양산해 온 금융당국이 이번엔 칼날을 바짝 세웠다.

일벌백계의 의지로 은행권 수장들 10여명에게 중징계 또는 문책을 통보한 것. 업계에서는 이들을 금융권에서 퇴출시키려는 조치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그룹과 국민은행을 시작으로 각 시중은행의 수장들은 금융당국의 징계를 기다리고 있다.

특히 KB금융그룹은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9일 늦은 밤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은행장에 대해 잇따른 금융사고와 경영진 내분 사태의 책임을 물어 동시에 중징계를 통보해 그룹 경영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6일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임 회장과 이 행장에게 '문책경고' 수준의 중징계가 내려지면 이들은 향후 3년간 금융권에 재취업이 불가능해 진다. 하지만 현재의 직위는 임기 만료까지 유지할 수 있다.

두 최고경영진이 KB국민카드 정보유출 사건과 도쿄지점 부당대출, 100억원대 국민주택채권 횡령사건에 이어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갈등으로 결국 무거운 책임을 지게 됐다.

카드사태와 도쿄지점 비리에 책임이 있는 국민은행 전·현직 임원과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된 사외이사와 감사도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최대 100여명의 임직원이 징계 대상이다.

어윤대 전 회장과 민병덕 전 행장은 각각 카드 개인정보 유출 관리 부실과 도쿄지점 수천억원대 부당대출 관리 부실로 문책경고에 해당하는 중징계를 통보받았다.

박지우 국민은행 고객만족본부 부행장, 김재열 KB금융지주 전무는 직무정지 처분을 통보받았다. 직무정지는 업무 수행을 금지하는 중징계이기 때문에 사퇴가 불가피하다.

전산시스템 교체 문제를 지적하고 감사를 벌인 정병기 국민은행 감사는 주의적 경고에 해당하는 경징계를 통보받았다.

이 밖에 리처드 힐 전 한국SC은행장과 최기의 전 KB국민카드 사장, 박상훈 전 롯데카드 사장, 손경익 전 NH농협카드 분사장 등 전직 카드사 CEO들도 고객 정보 유출 혐의로 중징계 리스트에 포함됐다.

하영구 씨티은행장도 지난해 12월 고객정보 유출에 대한 책임으로 경징계 수준의 제재가 내려질 것으로 알려졌다. 씨티은행 내부 직원은 당시 고객정보 3만4000건을 프린트물로 출력해 대출모집자에게 건내면서 고객정보를 유출시킨 바 있다.

금융당국은 이번 대규모 징계를 금융권 기강을 잡는 계기로 삼고 금융사들에 내부 쇄신을 강력히 요구할 방침이다.

한편, 금감원의 중징계가 확정되면 현직 지주 회장과 은행장이 동시에 물러나야 하는 초유의 사태 발생과 금융권 수뇌부를 포함한 대규모 인사태풍도 예상됨에 따라, KB금융과 국민은행은 징계 수위를 낮추기 위해 적극적인 소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