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손보 ‘새 주인’ 누가 될까?
범 LG그룹 거론…구 회장 매각 발표 전 새로운 주인 타진 추측도
2013-11-20 김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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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절차와 방법 발표가 전격적이었던 만큼 총수 쪽에서 어느 정도 새로운 주인에 대해 타진하지 않았겠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LIG손해보험은 최대주주인 구본상 외 16인의 보유 주식 1257만4500주(지분율 20.96%)에 대한 전량 매각계획을 공식화했다.
LIG손보 관계자는 “주관사 선정 작업부터 착수할 예정으로 매수희망자 모집 및 가격 협상 과정을 통해 매각이 이뤄질 계획”이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매각 방법은 공개매각으로 진행될 예정이어서 자금력을 갖춘 금융사 중 대형 보험사나 지주사에서 인수 의향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그러나 손보사들의 영업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매각작업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범LG그룹이 과거 한 식구였던 LIG손보 인수에 나서면서 잃어버렸던 금융산업에 다시 진출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우선적인 인수 예상 후보군으로는 범LG그룹이 꼽힌다. LIG손보와 LIG그룹이 LG그룹에서 분가해 나왔고 혈연을 중시하는 그룹 분위기 등을 감안할 때 범 LG그룹의 핵심 금융사가 그룹 테두리에서 이탈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LG그룹은 과거 LG투자증권(현재 우리투자증권)과 LG카드(현 신한카드) 등 금융사를 모두 매각한 뒤로 금융 계열사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하지만 전자, 화학 등 LG그룹 주력 계열사의 실적이 빼어나지 못하고 계열사 차원에서 신규자금이 많이 필요한 만큼 자금 여력이 빠듯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외형상 LG쪽은 현재 주력 사업에 집중할 계획으로 LIG손해보험 인수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역시 범LG그룹 계열인 GS는 지주회사법 등 관련 규정탓에 손해보험사를 편입하는 게 쉽지 않고 인수 의사 또는 검토한 사실도 없다고 거리를 뒀다.
LIG손보의 주인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보험업계 순위는 크게 흔들릴 것으로 예상된다. 손보사 상위 4개 업체인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LIG손보는 전체 보험시장에서 7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화재의 시장점유율은 26.5%, 현대해상 16.3%, 동부화재 15.5%, LIG손보 13.8% 등이다.
삼성화재를 제외한 3개사의 점유율은 1~2%의 근소한 차를 보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은 메리츠화재, 한화손해보험이라도 LIG손보와 합쳐질 경우 순위가 2위까지 급상승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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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금융지주사들이 뛰어들 가능성도 크다. 은행 등에 치중된 상품 포트폴리오를 보험상품을 통해 강화할 수 있고 이미 손보사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 외형확장을 수월히 진행할 수 있다.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NH농협 등이 거론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생명보험사를 운영 중이며 NH농협도 손보와 생보사를 보유하고 있다. KB금융지주는 KB국민은행을 통해 방카슈랑스 보험상품을 판매 중이다.
KB금융지주와 NH농협금융지주 등 은행계 금융지주사들이 비은행권 강화에 적극성을 띠고 있는데다 자금력과 경영여건 등을 고려할 때 보험사보다는 금융지주사의 인수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NH농협은 NH손보를 두고 있긴 하지만 은행(NH농협은행)과 생명보험(NH농협생명)에 비해 손보 분야가 시장 점유율 등이 미미해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과거 그린손해보험(현재 MG손해보험) 등이 매물로 나왔을때 단골 인수후보자로 꼽혔던 이유다.
하지만 현재 NH농협은 우리투자증권 등 우리금융 계열사 인수에 뛰어든 상황이고 다른 금융지주사들도 지방은행(광주, 경남은행) 매입과 연결돼 있는 만큼 당장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하긴 어렵다. 손보업 진출(롯데손해보험 인수) 이후 외형 확대 등을 위해 모멘텀이 필요한 롯데그룹도 잠재적인 후보군이다.
11월 현재 LIG손보 시가총액은 1조7970억원으로 대주주 지분은 23.14%에 달한다. 경영권 프리미엄과 현재 급히 처분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매각가는 4500억~5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손보사들이 불황을 겪고 있고 금융지주사들도 최근 실적이 좋지 않은 것도 매각가격이 예상만큼 높지 않을 수 있는 원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매각은 LIG건설 CP투자자에 대한 피해 보상 자금 마련을 위한 것으로,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매각이 이뤄지면 구자원 회장 일가는 지난 50여년간 경영해 온 LIG손보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나게 된다.
보험업계는 LIG그룹이 LIG손보 매각을 선택하게 된 이유에 대해 ‘안정적인 사업 영위’ 차원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편, LIG는 올해 초부터 사재출연을 통해 730억원 상당의 피해보상 조치를 이행한 바 있다.
또 지난 14일부터 CP투자자 700여명 전원에게 약 1300억원을 추가로 지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말까지 검찰 공소장에 기재된 전체 피해액 약 2100억원에 대한 보상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