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식품, 아들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 '의혹'

성제개발, 전체 매출 90% 정도 계열사 일감 통해 올려

2013-08-21     김상호 기자
▲동서는 지난해 말 기준 동서물산(62.50%), 동서실업유한공사(100%), 동서식품(50%), 동서유지(48%), 성제개발(43.09%), 대성기계(48%), 동서음료(17%) 등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김상헌 ㈜동서 회장이 ‘아들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면서 불법으로 재산을 증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곤욕을 치루고 있다.

동서그룹은 주력사인 동서식품과 동서식품에 포장재와 차(茶)를 납품하면서 지주사 역할도 겸하는 ㈜동서 등 9개 계열사로 이뤄져 있는 회사다.

주력사인 동서식품은 지난해 1조5600억원을, ㈜동서는 42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 성제개발에 일감 몰아주기

21일 재계에 따르면 동서그룹은 지난해 말 기준 지주회사 격인 동서를 중심으로 8개의 국내 계열사를 두고 있다.

동서그룹은 그동안 오너 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 같은 의혹이 불거진 것은 동서그룹의 계열사 지분율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동서는 지난해 말 기준 동서물산(62.50%), 동서실업유한공사(100%), 동서식품(50%), 동서유지(48%), 성제개발(43.09%), 대성기계(48%), 동서음료(17%) 등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오너 일가의 지분율을 보면 동서만큼 지배력이 막강한 기업이 없을 정도이다. 동서그룹은 창업주 김재명 명예회장의 두 아들이 경영하고 있다. 장남 김상헌 회장은 동서그룹을, 차남 김석수 회장은 동서식품을 경영하고 있다.

공시자료에 따른 김상헌 회장과 김석수 회장의 동서 지분은 지난해 말 기준 각각 24.63%, 19.99%이다.

이어 지난 2월 동서 상무직에서 물러난 김종희(9.33%), 김상헌 회장의 아내 한혜련(3.21%), 장녀 은정(3.19%) 등 오너 일가가 동서의 지분 67.86%를 보유하고 막강한 지배력을 보이고 있는 기업이다.

성제개발은 지난 1986년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된 이 건설사는 김상헌 회장의 아들인 김종희 ㈜동서 상무를 비롯한 친인척 3명이 지분 56.9%를 갖고 있다. 나머지 43.09%는 ㈜동서가 보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성제개발은 전체 매출의 90% 정도를 계열사 일감을 통해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동서 관계사인 성제개발 지분은 김상헌 회장의 장남 김종희 전 상무가 32.98%로 최대 주주이며,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의 아들 김동욱(13%), 김현준(10.93%) 등 동서그룹 3세들이 대주주로 있다.

성제개발의 매출이 급격하게 증가한 시기가 김상헌 회장이 아들 김 전 상무에게 지분을 증여한 이후부터이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성제개발의 계열사 일감 수주도 늘었다.

김 전 상무는 지난 2010년 아버지인 김 회장으로부터 계열사인 성제개발 지분 33%를 증여 받았다. 지분을 증여받기 전만 하더라도 2007년~2009년 당시 성제개발의 매출은 60억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김 전 상무가 대주주가 된 2010년 계열사 매출은 124억원, 2011년 177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매출의 대부분이 계열사 일감을 통해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제개발은 2011년과 2012년 각각 매출의 94%, 44%를 그룹 내 계열사 일감을 통해 얻었다.

성제개발의 일감 수주와 그에 따른 매출만 보더라도, 오너 3세가 최대 주주로 있는 계열사에 그룹이 나서서 일감을 몰아주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오너 3세에게 경영을 승계하기 위한 수순으로 보았다.

김 상무는 2011년 2월 이후 지난해 10월까지 동서 주식을 100억원 넘게 매입하면서 편법승계 의혹도 떠안게 됐다. 일감을 몰아주면 회사 수익이 올라가고 이에 따른 배당금도 아들과 오너 일가의 몫이 돼 ‘실탄’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서그룹 관계자는 “성제개발 일감 몰아주기는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 2012년 매출은 오히려 60억원이나 줄었다. 내부거래도 거의 없다. 일시적인 매출을 가지고 몰아주기로 몰아가는 것은 이해가되지 않는다”고 일부에서 제기된 의혹을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