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하이텍, 국세청 법인세 부과…대규모 소송전 예고

동부 "인수·합병(M&A) 과정서 발생한 회계상 영업권 정당"

2013-03-29     김상호 기자
▲동부하이텍 전경

국세청 “M&A 기업 회계상 영업권에도 과세”
동부하이텍 등 3곳 이미 872억 추징…대규모 소송전 예고


지난 2007년 이후 기업들의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발생한 회계상 영업권에 대해 국세청이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28일 동부하이텍은 지난 2007년 동부한농과 동부일렉트로닉스가 합병하는 과정에서 회계상 영업권에 대해 국세청이 법인세를 부과하겠다고 하자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는 국세청이 지난 2007년 5월 동부한농과 동부일렉트로닉스가 동부하이텍으로 합병할 때 발생한 영업권에 대해 지난 5년간의 비과세 대상이라는 입장을 바꿔 과세 대상 영업권으로 간주하고, 과세가 가능한 제척기간(2013. 3. 31)이 경과하기 전인 28일 2007년 법인세 778억원(본세 457억원, 가산세 321억원)을 동부하이텍에 부과한 데 따른 것이다.

동부하이텍측은 “합병 당시 과세하지 않았던 영업권에 대한 법인세를 상당한 기간이 지난 후 과세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며 “합병 당시부터 지금까지 과세대상 영업권으로 인식하지 않았던 것을 갑자기 과세대상으로 인식해 과세한다는 것은 과세당국의 일관된 세무행정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특수 관계에 있는 기업들 중 일부는 영업권을 부풀려 넘겨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이익을 조장하는 거래로 부당행위에 해당 한다”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영업권 계상금액을 합병 평가차익으로 볼 수 있다는 법인세법 제17조를 적용했다.

국세청은 앞으로 법인세를 부과할 수 있는 제척기간(5년)이 아직 지나지 않은 합병 기업부터 순차적으로 추징금을 물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동부하이텍은 조세심판청구 절차를 거쳐 취소 결정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동부한농은 2007년 5월 동부일렉트로닉스를 흡수 합병해 사명을 동부하이텍으로 바꿨다. 동부일렉 주주들에게 동부하이텍 신주를 나눠주는 합병 방식을 택했다. 이 과정에서 신주 발행 총액 5924억원과 동부일렉 자산가치 2992억원의 차액인 2932억원을 회계상 영업권으로 계상했다.

2007년 합병 당시 동부한농과 동부일렉트로닉스는 둘 다 상장법인이었기 때문에 당시 증권거래법에 따라 합병 3개월 전 양사의 주가를 기준으로 합병비율이 정했고, 이에 따라 기존 동부일렉트로닉스 주주는 동부하이텍의 신주를 교부 받았다.

동부하이텍은 ‘매수원가 중 매수일 현재 피매수회사로부터 취득한 식별 가능한 자산·부채의 공정가액에 대한 매수회사의 지분을 초과하는 부분은 영업권으로 인식한다’라는 금융감독원의 기업인수·합병 등에 관한 회계처리준칙(제1장 9의 가)에 따라 합병 절차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신주의 발행총액(5924억원, 매수원가)과 동부일렉트로닉스의 자산금액 (2992억원, 자산 부채의 공정가액)의 차이 2932억원이 발생했고, 이를 회계상의 영업권으로 계상했다.

회계상 영업권이란 대차대조표의 차변과 대변을 맞추기 위한 회계상의 항목으로서 통상적으로 기업이 보유한 특수한 제조기술 또는 특수거래관계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무형의 자산가치인 영업권과는 다른 개념이다.

부과 대상 기업은 70여개로, 추징금이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해당 기업들이 불복 절차를 밟기로 해 대규모 소송전이 이어질 전망이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동부하이텍과 오성엘에스티, SM엔터테인먼트 계열사인 SM C&C 등 3개사가 지난 22일부터 이날까지 국세청으로부터 거액의 법인세를 부과 받았다.

2007년 3월 이후 이뤄진 기업 합병과 관련한 추징금이다. 가산금을 합한 추징금은 동부하이텍 778억원, 오성엘에스티 57억원, SM C&C 37억원 등이다. 3개사는 모두 세금 부과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하기로 했다.

지난 2007년 3월에 합병을 마무리한 오성엘에스티, SM C&C도 동부하이텍과 비슷한 방법으로 합병해 수십억원의 추징금을 부과 받았다.

컴퓨터 주변기기 업체인 코스닥 상장사 에스비엠은 같은 이유로 지난 13일 45억원을 추징당했다가 ‘상장 폐지 가능성이 커 과세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22일 추징금 취소 결정을 받았다.

국세청 관계자는 “동부하이텍 주장처럼 비과세에서 과세로 입장을 갑자기 바꾼 것은 아니다”며 “동부하이텍뿐 아니라 2007년부터 2012년 사이 비슷한 방법으로 합병한 모든 기업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과세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지난 5년 동안 합병한 기업이 7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국세청이 일부 기업들이 악용하는 사례를 방지한다는 이유로 이미 정해진 원칙과 기준을 바꿔 일괄 과세하는 것은 과도한 조치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