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리아 계열 앤제리너스의 ‘덮치기’ 꼼수

2012-11-15     신정훈 기자
▲ 롯데리아 계열 커피전문점 '앤제리너스'가 후발주자란 핸디캡을 깨기 위해 최근 외형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고덕역점.

동반성장·상생 위한 대기업 인식전환 시급
공정위, 불공정 행태 실태조사 실시 계획


대기업 집단의 문어발식’ 사업확장 불공정거래 행태가 업종을 가리지 않는 가운데 이제는 프랜차이즈의 한 형태인 커피전문점으로까지 진출하고 있다.

롯데리아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커피전문브랜드 ‘앤제리너스(Angel-in-us)’가 최근 전국의 중소 커피전문점 흡수를 시도하면서 상권 장악에 나서자 비난의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앤제리너스의 중소 커피매장 흡수가 본격화 된 것은 3년 전인 2008년부터이다. 특히 서울에 본사를 둔 ‘할리스’가 주요 타깃이다.

할리스 커피 관계자는 “가맹점 보호차원에서 구체적인 숫자는 언급하기 어렵지만 자사의 각 매장들이 앤제리너스로부터 매장변경 권유를 받은 적이 있었고 실제로 변경된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앤제리너스측은 이 당시 경기지역에서 할리스커피 가맹점을 열 계획이었던 점주 A씨에게 접근해 자사 매장을 오픈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A씨는 이를 단번에 거절했고 다행히 할리스 매장이 오픈하게 된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할리스의 서울 지역점 한 곳과 부산 지역점 한 곳의 점주를 설득해 자사 매장으로 재오픈했다. 이어 올해 8월 부터는 서울 지역점 한 곳의 흡수작업을 진행중이다.

할리스는 비록 중소규모의 커피 프랜차이즈 회사지만 1998년 창업해 현재 외국계 스타벅스, 커피빈 등 외국계 브랜드가 승승장구 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도 업계 2위 자리를 고수하며 호전하고 있는 한국 토종회사다. 할리스는 전국에 355곳, 해외에 8곳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앤제리너스는 할리스 외에도 지난해 카페베네를 자신들의 가맹점으로 재오픈했다. 대기업의 중소업체 죽이기란 비난에도 불구하고 고집스럽게 매장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앤제리너스의 이런 행태에 대한 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특히 거대자본을 이용해 매장을 확대해 나가는 것에 큰 빈축을 사고 있다. 앤제리너스가 다른 커피전문점 점주들을 설득하는 방식으로는 매장 인테리어와 기기장비 등의 비용을 지원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업확장 방식을 이른바 ‘덮치기’ 수법이라고 부른다. 덮치기란 대기업 계열 브랜드가 중소브랜드 가맹점주에게 거액의 금전적․물적 지원을 통해서 자사 브랜드로 전환을 유도하는 행위이다. 가뜩이나 장사가 잘 되지 않는 상황에서 거액의 비용을 제시하는데 점주들의 마음은 솔깃하지 않을 수가 없다.

실제로 앤제리너스는 2008년 할리스 경기 지역점 오픈 당시 점주 A씨에게 인테리어 비용 전액인 1억5000만원을 제시했다. 점주는 이를 거절했지만 앤제리너스측은 3년 후인 2011년 4월 시설 개보수 비용을 제시하면서 자사 브랜드로 바꿔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점주 A씨는 이를 다시 거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앤제리너스는 가맹점 확대를 위해 조직폭력배처럼 협박을 하는 행태도 서슴지 않았다.

최근에는 광주지역에서 롯데리아와 할리스 커피가 동시에 입점해 있는 건물의 건물주를 찾아가 할리스를 앤제리너스로 바꾸지 않을 경우 롯데리아 입점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협박했다. 건물주는 어쩔 수 없이 이를 받아들여 결국에 할리스커피는 앤제리너스로 바뀐 경우도 발생했다.

앤제리너스가 할리스에게 이처럼 유독 눈독을 들이는 것은 커피시장 후발주자란 핸디캡을 깨고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여겨진다. 앤제리너스측은 이를 위해 지난 2008년부터 할리스를 자사브랜드로 흡수키 위해 점주들을 끈질기게 설득 중이다.

김재경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앤제리너스가 물량공세를 통해 할리스를 자사로 편입하려고 작업을 시도한 건수는 총 30건, 이중 10여곳은 앤젤리스로 브랜드를 바꾼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앤제리너스 관계자는 “브랜드 전환 요구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점주들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다는 할리스측의 주장과는 달리 컨설팅 주문이 들어와 방문한 것 뿐”이라며 “자료와는 달리 할리스측 매장이 브랜드를 바꾼 곳은 1곳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할리스 매장은 현재 전국 알짜 상권 중에서도 노른자위 위치에서 성업중이다. 하지만 앤제리너스의 집중 공격으로 그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커피 전문 중소브랜드 업계 한 관계자는 “커피시장을 현재의 위치로 올려 놓은 공신은 바로 중소브랜드 업체들”이라며 “시장이 안정된 후 진출한 대기업들이 품질 경쟁이 아니라 자본력을 동원해 중소브랜드가 이룬 입지를 빼앗으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최근 커피전문점 출점 기세가 한풀 꺾인 분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의 올해 신규 매장 출점이 지난해 절반 또는 3분의 1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하지만 유독 앤제리너스만 외형확장을 멈추지 않고 있다. 다른 브랜드와는 달리 올해 약 90개의 신규매장을 오픈하며 규모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가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균형 있는 경제 성장과 적정한 소득분배, 시장 지배력 남용 방지와 경제주체 간의 조화 등이 주요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도 자본력으로 시장을 잠식하려는 대기업 계열 브랜드의 중소브랜드 죽이기에는 충분한 조치가 내려져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일부 프랜차이즈 업체를 대상으로 해당 가맹사와 가맹점주 사이의 불공정 거래관행 조사에 이어 동일 업종 내 대기업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횡포는 조사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아 향후 이에 대한 실태조사와 집중조사를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