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에 대기업 영업익 66%↑…SK하이닉스·삼성전자, 57조원 급증

CEO스코어, 국내 500대 기업 2023~2024년 실적 조사 지난해 500대 기업 매출액 5.8%↑…순이익은 74.5%나 급증 SK하이닉스 영업익 증가폭 31조원 ‘최대’…삼성전자 26조원 ‘2위’ 현대건설, -2조원 최대 감소…LG화학·LG엔솔·삼성SDI는 -1조원대

2025-03-26     임권택 기자
삼성전자·SK하이닉스

지난해 국내 500대 기업의 영업이익이 지난 2023년 대비 66%, 73조원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시장 호조로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의 영업익 증가 폭이 2023년 대비 850% 넘게 늘면서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

26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지난해 지정 500대 기업 중 결산보고서를 제출한 상장사 253개사를 대상으로 연간 실적을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전체 매출액은 2천523조908억원으로 2023년 2천384조262억원 대비 5.8%(139조646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의 오름세는 더 가팔랐다. 지난해 500대 기업의 영업익은 183조6천690억원으로, 2023년 110조6천428억원 대비 66.0%, 금액으로는 73조262억원이나 급증했다. 또한 같은 기간 순이익도 78조4천977억원에서 137조59억원으로, 무려 74.5%(58조5천82억원) 확대됐다.

CEO스코어

이같은 호실적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 호조로 SK하이닉스·삼성전자 등 K-반도체 실적이 가파르게 상승한 때문으로 CEO스코어는 풀이했다.

특히 AI(인공지능) 메모리 훈풍에 올라 탄 SK하이닉스의 영업익이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영업익은 23조4천673억원으로, 2023년 -7조7천303억원 대비 흑자전환했다. 영업익 증가 규모는 2023년 대비 무려 31조1천976억원에 달했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익이 이처럼 급증한 것은 AI 반도체 구동에 필수인 HBM(고대역폭메모리)이 ‘슈퍼 사이클’에 진입한 데 따른 수혜를 독점한 데 따른 것이다. 글로벌 빅테크의 AI 서버 투자가 확대되고 AI 추론 기술이 날로 고도화되면서, HPC(고성능컴퓨팅)에 필수인 HBM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전 세계 HBM 시장 선점에 성공한 SK하이닉스는 AI 칩 선두 주자 엔비디아를 핵심 고객사로 확보하며 역대 최고의 실적을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3년 SK의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53%로, 절반을 넘겼다.

SK하이닉스의 뒤를 이어 삼성전자가 두 번째로 영업익 증가 폭이 컸다. 삼성전자도 지난 2023년 ‘반도체 한파’의 직격탄을 맞으며 영업익이 6조5천670억원에 그쳤지만, 반도체 업황이 빠르게 개선되면서 1년 만에 영업익이 26조1천590억원이나 증가한 32조7천260억원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이어 한국전력공사 12조9천63억원, HMM 2조9천280억원, LG디스플레이 1조9천496억원, 한국가스공사 1조4천500억원, 기아 1조592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1조408억원 순으로 영업익 증가 규모가 컸다.

반면, 현대건설은 건설 경기 부진, 원자재 가격 급등, 고환율 등 복합 악재에 직면하면서 영업익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현대건설의 영업익은 -1조2천634억원으로, 2023년 7천854억원 대비 대규모 적자전환했다. 

또한 전기차 캐즘, 석유화학 업황 침체 등으로 배터리·석유화학 관련 기업들도 실적이 악화됐다. 국내 석유화학 대표기업인 LG화학의 영업익은 지난 2023년 2조5천292억원에서 지난해 9천168억원으로, 1년 만에 1조6천124억원이나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도 2조1천632억원에서 5천754억원으로, 1조5천878억원이나 줄었다. 또한 삼성SDI -1조2천701억원, S-Oil -9천324억원, 한화솔루션 -9천47억원 순으로 영업익 감소 폭이 컸다.

지난해 영업익이 가장 큰 기업은 삼성전자로, 32조7천260억원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가 23조4천673억원으로 2위를 기록했고, 현대자동차는 14조2천396억원으로 3위에 랭크됐다. 뒤이어 기아 12조6천671억원, 한국전력공사 8조3천647억원, HMM 3조5천128억원, LG전자 3조4천197억원, 현대모비스 3조735억원, 한국가스공사 3조34억원, 삼성물산 2조9천834억원 순이었다.

반면, 지난해 영업 적자가 가장 큰 기업은 현대건설로, -1조2천634억원의 영업익을 거뒀다. 다음으로 -8천941억원의 영업익을 기록한 롯데케미칼이 2위, -5천606억원의 적자를 낸 LG디스플레이가 3위에 자리했다. 또한 엘앤에프 -5천587억원, 한화솔루션 -3천2억원, 금호건설 -1천818억원, 효성화학 -1천705억원, 영풍 -1천607억원, 엔씨소프트 -1천92억원, 동부건설 -969억원 등도 영업적자 폭이 컸다.

업종별로는 전체 19개 업종 중 11개 업종에서 영업익이 증가했다. 특히 반도체 등 수출을 주도한 IT전기전자 업종의 실적 개선이 두드러졌다. IT전기전자의 지난해 영업익은 63조2천885억원으로, 2023년 대비 무려 853.9%(56조6천540억원) 급증했다.

공기업 업종의 영업익도 크게 개선됐다. 2023년 2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던 공기업은 지난해 12조1천913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 1년 간 영업익 증가 폭이 14조3천832억원에 달한 것이다.

이는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극심한 적자에 시달려 온 공기업들이 재무 건전성 제고에 주력한 결과다. 이 외에도 운송 3조532억원(50.1%↑), 조선·기계·설비 1조9천472억원(29.6%↑), 증권 1조7천412억원(57.9%↑) 순으로 영업익 증가 규모가 컸다.

반면 석유화학 업종에서 영업익이 가장 크게 축소됐다. 지난해 석유화학의 영업익은 2조9천202억원으로 2023년 대비 62.3%(4조8천165억원)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건설·건자재도 31.1%(1조8천882억원) 감소한 4조1천851억원에 그쳤다.

또한 △통신 -9천50억원(20.6%↓), 철강 -6천647억원(30.4%↓), 유통 -3천69억원(12.3%↓) 등 업종에서 영업익 감소 폭이 컸다. [파이낸셜신문=임권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