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유령수술은 중대 범죄…'Ghost Doctor'와 수술병원 실명 밝혀져야
국내 모 언론 보도, "보험청구 관련매출 추정하니 5년간 약 1천억원 넘어"
의사 1명이 1년 동안 약 4천여 건에 달하는 수술을 진행했을 뿐만 아니라 2번째로 많이 한 의사보다 2배나 많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고스트 닥터에 대한 논란과 파문 등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최근 시민단체들은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어떤 전문의가 연간 4천여 건이나 집도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의협은 아무런 말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의협에 '의협 입장은 무엇인가', '무면허 의료행위 해당 여부에 관한 의견요청', '무면허 의료행위 의료기관 고발방침 준수 여부'등을 담은 공개질의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공익감시 민권회의, 국민연대, 기업윤리경영을 위한 시민단체협의회(이하 기윤협, 가칭) 국민생명 안전네트워크(준) 등 시민단체들은 8일 오전 보건복지부 국정감사가 열리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9년 4천16건, 2020년 3천633건, 2021년 3천486건, 2022년 3천123건, 2023년 2천940건 등 지난 5년간 1만7천198건에 달하는 수술을 나홀로 집도한 특정 A 의사와 수술병원 공개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들은 "A 의사가 1년간 혼자서 4천여건 인공관절 치환술 등을 집도한 2019년을 살펴보면, 365일 중 토요일(52일)과 일요일(총 52일), 설과 추석 등 공휴일(총 13일) 등을 제외하면 업무일은 248일"이라며 "하루 평균을 계산해 보면 최소 16건의 수술을 진행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어서 "만약 일요일은 쉬고 전부 일했다고 가정하더라도 하루 13건의 수술을 진행한 꼴"이라면서 "사실상 대리수술과 유령수술 등을 집도한 것이라는 아주 강력한 의혹을 제기하고 '국민 알 권리' 차원에서 수술병원과 수술의사 실명 공개를 강력하게 촉구한다"라고 전했다.
이들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를 위해 무면허 의료행위 및 유령수술(일명 고스트닥터) 등을 근절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적절한 조처가 이루어져야만 한다"고 강조하면서 수술병원과 수술의사 실명 공개가 재발 방지 차원의 조치라고 주장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박희승 의원은 언론 보도자료 및 언론 보도를 통해 "진료기록부상에는 자신을 집도의로 기재하고 실제 수술은 다른 사람이 진행한 유령수술의 정황이 짙다"라며 "심평원 청구 현황을 점검해 대리수술·유령수술로 의심받는 사례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엄중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박 의원은 "최근 대리·유령수술 사례가 계속 불거지고 있는데, 적발되더라도 재판을 거쳐 최종 판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과 설령 면허가 취소되더라도 면허가 재교부될 수 있어 이 같은 불법행위가 끊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시민단체들은 이에 대해 "나 홀로 수술로 5년간 수십억원대의 보험료 청구, 1천억원대 추정 매출이 대리수술 등 불법행위로 막대한 수익을 챙긴 것 아니냐는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면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모든 것을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익감시 민권회의 송운학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연간 4천여건 이상 수술을 했다는 그 의사가 실존 인물인지 유령인물인지를 성명을 공개해야 하며 심지어는 어제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더불어민주당 박희승 의원이 Y병원이라고 밝혔는데 그 Y병원에 대한 실제 병원명을 밝힐 것"을 촉구했다.
송 의장은 "이는 피해자의 권리를 구하는 것보다는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국민 생명을 보호하고 국민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한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자 정당한 요구"라며 "Y병원이니 A 모 검사니 A 모 의사니 이런 방식의 발언은 하지말고 그 의사의 이름 그리고 그 병원의 실명을 즉각 공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송 의장은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와 관련해 박희승 의원이 "대리불법 수술이 발각될 경우에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는가"에 대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의 답변이 지난해와 똑같이 '고장난 시계'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당시 조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만약에 대리.유령수술이 발각되면 이는 중대한 범죄"라며 "그동안 현행법은 법에서 유죄 판결이 확정돼야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데 그 전에라도 사법 기반으로부터 명단을 통보받으면 그 즉시 뭔가 행정 조치를 하기 위해서 노력하겠다"라고 말한 바 있어 시민단체들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송 의장은 "문제를 지적한 내부 제보자 등은 불이익을 받고 있어서 자신의 실명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토로했다"며 "이런 억울함이 반복되는 한 대한민국의 대리·유령 수술은 계속될 것이며 이로 인해서 받는 그 모든 피해는 국민이 짊어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국회를 상대로 반드시 의료법과 보특법을 강화해 이런 사건이 적발되자마자 즉각 행정 조치를 통해 의사에게서는 면허를 정지하고 그 병원은 등록을 정지할 수 있는 이런 강력한 처벌 추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대리.유령 수술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할 것"이라면서 오는 16일 심평원 국정감사가 열리는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다시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이낸셜신문=황병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