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항용 선임연구위원 "사업계획의 타당성, 대주주의 자금조달 능력이 인가 획득 여부 척도"
2017년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한 이후 은행산업의 건전한 경쟁 촉진, 고객 만족도 제고 등 여러 긍정적인 효과를 거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동시에 고객 금리 부담 경감, 신용평가시스템 고도화 등 금융혁신 측면에서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 이에 가까운 시일 내 등장할 제4인터넷은행은 차별화된 신용평가체계 구축, 충분한 수준의 대주주 자금조달 능력을 갖처야 한다는 주장이 함께 제기됐다.
13일 한국금융연구원(KIF)는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후 그동안의 성과를 종합 평가하고 향후 제도적으로 개선할 사항을 모색하고자 서울 중구 명동 소재 은행연합회관 14층 세미나실에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성과 평가 및 시사점'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병윤 KIF 선임연구위원은 "인터넷전문은행은 그동안 기존 은행이 제공하지 못했던 편리한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은행산업에 대한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는데 기여했고, 이는 은행산업 전반의 건전한 경쟁을 촉진시켰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이 도입된 이후로 금융소비자는 점포를 방문하지 않아도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또, 금리·수수료 부담이 완화됐을 뿐만 아니라 저신용자 대상 중금리 신용대출 활성화의 계기가 됐다.
2022년 금융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은행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의 소비자 평균 평점이 인터넷전문은행 진입 초기인 2018년 11월(iOS 2.4점, 안드로이드 3.3점)보다 2022년 2월(iOS 3.0점, 안드로이드 3.6점)에 전반적으로 개선됐다.
이를 두고 이 선임연구위원은 "디지털 전환에 각 은행이 많은 투자를 한 데에도 기인했을 것이나, 소비자들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진입이 은행 모바일앱의 사용자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으로 평가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선임연구위원은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에 따른 금리 부담 경감 효과는 7년이 지났음에도 아직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며 “인터넷전문은행이 다른 은행에 비해 경쟁력 있는 가격을 제시하지는 못했다”점을 지적했다.
KIF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인터넷전문은행의 예금금리는 타 은행 대비 상대적으로 낮고 대출금리는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인터넷전문은행 영업초기(2017~2019년)에 고객 유치를 위해 타 은행 대비 평균 예금금리가 높았으나 그 이후에는 역전됐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이 선임연구위원은 영업초기 인터넷전문은행의 중금리대출 활성화와 중저신용자 신용공급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2017~2020년 인터넷전문은행은 중금리대출 중 보증부 정책상품인 사잇돌대출을 고신용자에게 공급하는데집중했다. 2020년 인터넷전문은행 중금리대출(1조4천억원) 중 91.5%가 사잇돌대출(1조3천억원)이었고, 이 중 66.4%가 1~3등급에 공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대출에 있어서도 고신용자 대상 영업에 치중하여, 2020년 말 기준 시중은행보다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이 낮았다. 2020년 말 신용대출 중 중저신용층 비중은 국내은행(수출입은행 제외) 평균이 24.2%였던데 비해 인터넷전문은행은 12.1%이었다.
이외에 혁신적인 방식으로 기존 은행과 차별화되는 신용평가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도 지연된 사례도 다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비금융 대안정보는 제한적으로 활용됐고, 일부 인터넷전문은행은 설립 전 개발된 신용평가시스템을 사용하는 등 한계를 노출하기도 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과거 두 차례에 걸친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경과 및 성과평가를 보면 향후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시 차별화된 신용평가체계 구축과 구현 가능성, 대주주의 자금조달 능력과 역할, 건전성 관리 역량에 대해 더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U뱅크·KCD뱅크·소소뱅크·더존뱅크 등 4개 컨소시움이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 특화 금융서비스를 비전으로 하는 제4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추진을 공식화한 상태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제4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 중인 컨소시움들은 상대적으로 신용 리스크가 크고, 비대면 영업방식의 한계 등으로 인해 기존 인터넷전문은행이 취급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중소기업 금융에 특화하고자 한다"며 "이런 면에서 사업계획의 타당성 및 대주주 자금조달 능력이 인가의 필수적 요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이낸셜신문=임영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