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매너-28] 프랑스식당에서 주인장 매너로 테이블 꾸려나가기 ④
[비즈니스 매너-28] 프랑스식당에서 주인장 매너로 테이블 꾸려나가기 ④
  • 신성대 동문선 사장
  • 승인 2018.10.10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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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식사 전 과정을 주인격로서 이끌어 가는 것이다. 호스트임에도 불구하고 잘못 배운 하급 매너로 응대했다간 하인격으로 취급받을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미세한 서비스라고 해서 귀찮다고 생략하거나 주저하면 안 된다. 비즈니스는 전쟁이다. 망설이면 죽는다. 무조건 방아쇠를 당겨야 한다. 
 
◇ 초대받은 다음날 감사인사 필수 
 
▲ 신성대 동문선 사장(품격경영 저자)
현지 주재원의 경우, 집에서 차릴 때는 접시 수를 너무 많이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요리를 모두 한꺼번에 올려놓지 말고, 차례차례 최대 두 접시 정도씩만 올려놓습니다.
 
양념이 약한 것에서 강한 순으로 서브하되 연어회로 스타트하면 무난합니다. 평소 집에 아뻬리띠프용 주류와 음료, 종류별 와인, 샴페인 등 스파클링와인, 꼬냑 등 브랜디의 재고를 유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와인과 스파클링와인의 보관시 반드시 눕혀 놓습니다. 잘못 세워놓을 경우 코르크가 말라 갈라져 내용물이 변질되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남의 집에 초대받았을 때 초대 감사의 표시로 가벼운 답례품을 반드시 가져가야 합니다. 데쎄르용 과자(생과자나 초코렛), 꽃 또는 샴페인이나 의미 있는 레드와인이면 좋습니다. 
 
스페인, 이태리식당 등 제3국 오리진 식당에서는 가급적이면 식당 국적과 같은 원산지의 와인을 주문해줍니다. 이태리식당에서는 스파게티 등 파스타와 피자를 가급적 시키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아주 극소량 맛뵈기가 아닌 이상 먹지 않습니다. 이것들은 우리나라로 치면 시장판 빈대떡 같이 못사는 사람들의 음식이니까요. 
 
영국인들은 일반적으로 저녁에는 일찍 가정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대개의 비즈니스 식사접대는 2시간 가량의 풀코스 오찬으로 합니다. 이때 디저트 와인으로는 브랜디 대신 포르투갈산 주정강화와인(14도 이상) 뽀르뜨(port)를 마시는데, 아뻬리띠프와 식사중의 와인들까지 합친다면 일인당 총 와인기준 1병반쯤 마십니다.
 
한국인들은 이 정도에서 그만 나가떨어지기 일쑤이니 각별히 조심해야 합니다. 
 
정규 레스토랑에서의 와인 주문은 식사비의 절반 정도 책정하면 무난합니다. 그리고 고급와인 남는 것은 식당 종업원의 당연한 몫입니다. 한국에서처럼 술병을 다 비우지 말고 웨이터들의 와인공부를 돕기 위한 배려로 고급와인일수록 병에 1/3 또는 1/4 정도 남겨두는 것도 고품격 매너에 속합니다.
 
따라서 남는 게 없는 상황이 예견되면 새 병을 추가 주문하는 게 고급 손님으로서의 예의입니다. 와인 주문을 하지 않으면 ‘이 친구 밥을 물하고만 먹으러 왔나?’하고 웨이터로부터 홀대받습니다. 
 
사족으로 치즈와 빵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근자에 유행하고 있는 한국의 와인 모임에 가보면 간단한 치즈 몇 조각을 안주 삼아 와인을 마시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원래 가난한 사람들이 포도주를 마실 때 치즈를 안주로 먹습니다. 그런 빈티 나는 주당들의 모임은 차라리 안 하는 게 낫습니다.
 
식사용으로서 빵은 조찬에서만 먹습니다. 오찬이나 디너 때에 미리 빵을 먹어 배를 불려버리면 메인 요리를 맛있게 먹을 수 없기 때문이지요. 아무튼 치즈와 빵의 용도는 안주나 식사용이 아닙니다. 
 
계산은 반드시 테이블에 앉아서 하되 식사의 전 코스가 거의 끝나갈 무렵 적당한 때 ‘라디씨용(계산서)’을 테이블로 가져다 달라고 합니다. 이때도 웨이터를 입이나 손짓으로 부르지 않습니다. 손님일지라도 다음 답례를 위해서 금액을 반드시 확인합니다. 
 
F. 피드백(후속 사후관리). 손님의 경우, 다음날 반드시 전화나 우편으로 감사인사하여 즉각적인 피드백(immediate feedback) 조치해야 합니다. 그리고 일정기간 후 답례 식사 제의로 정례적인 피드백(regular feedback, post follow-up) 조치는 필수입니다. 절대 빠트리면 안 됩니다.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가 바로 이 피드백 부재입니다. 패자부활, 기사회생도 이 피드백 하나에 달려 있습니다. 
 
◇식사는 연극이다 
 
대략적이지만 글로벌 무대에서 통하는 정품격 테이블 매너입니다.
 
온갖 식사 도구들이 놓인 B4 용지 한 장 혹은 두 장 면적의 좁은 공간에서, 그것도 바르게 앉아서, 능수능란하게 호스팅을 해내야 합니다. 이 정도의 내공이면 다음 식사 약속은 물론 머잖아 친구가 되어 그들의 사교클럽에 초대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밥맛없는 하인격으로 인식되어버리면 나중에 답례로 식사 초대를 해도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피해버립니다. 그러니 테이블 매너에 자신이 없을 경우에는 파트너를 정규 레스토랑에서의 디너로 초대하는 것을 피하고 사무실 인근 약식 식당에서 간략한 오찬으로 대신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한국인들은 “그깟 형식적인 행위가 뭐 그리 대수람! 내용이 중요하지!”라며 대충 얼렁뚱땅 생략하려 드는데, 자칫 글로벌 무대에서는 상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성공하고 나면 그런 못된 DNA가 발동하여 반드시 사고를 쳐 망하기 일쑤입니다. 
 
아무튼 위의 식사 전 과정을 물 흐르듯 부드럽게 이어가되 전체적으로 모든 말과 행동은 최대한 느려야 합니다. 느릴수록 오히려 상대는 더 집중하게 마련. 이는 리더십의 기본입니다.
 
레스토랑 사전 점검, 메뉴와 레시피 짜는 법, 와인 세련되게 따르는 법, 포크와 나이프 등 도구 다루는 미세한 요령, 사소한 걸로 상대의 호감을 유도하는 법, 메시지의 은유적인 전달법, 식사 중간 중간 입에 발린 감탄과 칭찬 날리는 법, 빵을 찢는 법, 와인과 고기를 입 안에서 섞는 법, 아이스크림을 먹는데 왜 스푼과 포크가 다 필요한지, 냅킨 구체적인 사용법, 커피를 우아하게 마시는 법, 실수나 사고에 대한 대처법 등등 구체적이고 세련된 미세매너, 나아가 보다 창조적인 고품격 매너는 실제로 정규레스토랑에서의 실습을 통해 머리가 아닌 몸에 기억시켜나가야 합니다. 
 
식사는 연극입니다. 그것도 자신이 직접 배우가 되어 무대에 서는 겁니다. 그 연극에서 주연이 되려면 철저한 프로정신으로 정품격 테이블 매너를 익혀야 합니다. 그리하면 세계를 자신의 무대로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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