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잃은 부동자금...금융산업정책 대수술 시급
갈 곳 잃은 부동자금...금융산업정책 대수술 시급
  • 임권택 기자
  • 승인 2018.09.03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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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의 부동자금이 투자처를 찾지 못해 부동산에 쏠리고 있다.
  
2일 한국은행 등 금융권에 따르면 6월말 현재 6월 말 시중 부동자금은 1천117조3천565억원으로 파악됐다.
 
▲ 시중에 갈 곳 잃어 떠도는 자금이 1천117조에 달하고 있다(사진=파이낸셜신문DB)

  
그간 한국은행은 경기 부진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2016년 6월에 사상 최저인 연 1.25%까지 낮췄다.
 
그 뒤 지난해 11월 연 1.50%로 한차례 올렸지만 9개월째 기준금리를 1%대로 유지하고 잇다.
 
이같은 저금리는 가계대출 증가세로 이어졌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3일 발표한 '2분기 가계신용(잠정)'을 보면 6월 말 현재 가계신용은 1천493조2천억원에 달했다. 
 
이중 가계대출은 1천409조9천억원이고 판매신용은 83조2천억원이었다. 이러한 자금에다 대기업의 수출호조로 인해 금융권에 쌓아둔 자금도 계속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중 부동자금 1천117조 내역을 보면, 현금 99조원, 요구불예금 231조원, 수시입출식저축성예금 532조원, 머니마켓펀드(MMF) 66조원, 양도성예금증서(CD) 26조원, 종합자산관리계좌(CMA) 44조원, 환매조건부채권(RP) 9조원 등을 더한 것이다. 
 
여기에 6개월 미만 정기예금 83조원과 증권사 투자자예탁금 27조원을 추가해 집계했다. MMF 등의 잔액은 금융사 간 거래인 예금취급기관 보유분과 중앙정부, 비거주자의 보유분을 뺀 금액이다. 
 
시중 부동자금은 2016년 12월 말(1천10억원) 사상 처음 1천억원 선을 넘어섰으며 지난해 12월 말에는 1천72조원까지 불어났다. 
 
올해 들어서도 1월 말 1천75조원, 2월 말 1천87조원, 3월 말 1천91조원 등으로 증가했다. 지난 2015년 12월 931조에서, 2016년 12월 1천10조, 2017년 9월 1천69조, 2017년12월 1천72조로 증가했다.
  
이렇듯 시중에는 돈이 흘러 넘치고 있지만 투자처는 마땅하지 않다. 주식시장도 미중무역 분쟁과 신흥국 위기로 계속해서 조정을 받고 있다.
  
그러다보니 갈곳을 찾지 못하는 시중 자금이 때때로 부동산 시장이나 가상화폐 등으로 흘러들면서 거품 논란도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6일 KB국민지주의 부자보고서에 따르면, 한국부자들은 향후 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기대하는 유망 투자처로 ‘국내 부동산’ 응답 비중(29%)이 가장 높아 부동산에 대한 선호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자들의 2012년 이후 부동산자산 비중은 하락하고 금융자산 비중은 상승하는 추세가 지속됐으나, 2017년 들어 부동산 가치가 크게 상승하면서 부동산자산 비중이 지난해에 이어 연속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부자 중 85.5%가 투자용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부동산 유형별로는 상가(48%), 토지/임야(42%), 일반아파트(35%), 오피스텔(27%), 재건축아파트(11%) 순으로 높았다. 
 
향후 1년간 국내 부동산 경기에 대해서는 긍정 응답(25.5%)이 부정 응답(21.5%)보다 높았다. 
 
서울·수도권 부자의 경우 부동산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비중(31%)이 부정적으로 보는 비중(16%)을 상회하는 반면, 지방 부자는 부정 응답(37%)이 긍정 응답(10%)보다 높아 지역별로 시각차가 컸다.
  
한국 부자는 지난해와 비교해서는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감 하락으로 주식 비중이 크게 감소했다.
  
반면, 현금·예적금 비중 증가를 통해 안정적 수익 및 유동성 확보에 주력하고 펀드 등 간접투자 비중을 확대했다.
 
이런 보고서 처럼 한국 부자들은 아직도 부동산에 매력을 크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금융전문가들은 시중의 부동자금이 기업 등 생산적인 부문으로 흘러들어가도록 금융산업정책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20여년간 기업의 생산설비 투자 등이 급속히 감소하다 보니 경쟁력에서 문제가 생겼다. 
 
그간 한국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조선, 철강, 자동차, 전자, 해운 등이 제때에 구조조정을 하지 않아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 
 
그나마 반도체의 호황으로 전체적인 규모면에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듯한 ‘반도체 착시’ 현상으로 금융산업정책에 변화를 주지 못했다. 
 
그나마 3차산업 혁명을 이끌었던 우리나라 IT부문의 호황을 이끌었던 주요인은 시중의 부동 자금이 이 부문으로 쏟아져 들어간 결과이다. 
 
당시에도 제조업의 설비투자는 증가하지 않았다. 상당부문 제조업들이 IT란 이름으로 개명을 하고 부동산 투자와 주식상장을 통한 재테크에 열을 올렸다. 
 
금융권도 어려운 기업대출보다는 손쉬운 부동산 대출로 정책의 변화를 가져갔다. 은행 영업에 기업대출이 70%를 차지하고 있고 부동산 대출은 30% 비중에서 지금은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유통업도 대변화를 가져왔다. 어느 순간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자리에 대기업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식탁에도 변화가 왔다. 편의점에 가면 도시락 중심으로 간편식이 등장했으며, 싸고 좋은 물건이 마트 등에 가면 얼마든지 살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사회에 대변혁이 시작됐음에도 정부는 금융산업정책 변화를 주지 못했다. 이제는 시중의 부동자금이 생산자금부문으로 흘러 가게 하는 등 전반적인 금융산업 정책 대수술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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