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행 '금리조작' 왜 자충수 두나

이유담 기자 | 기사입력 2018/06/26 [13:58]

[기자수첩] 은행 '금리조작' 왜 자충수 두나

이유담 기자 | 입력 : 2018/06/26 [13:58]

[파이낸셜신문=이유담 기자] 은행들이 소득이나 담보를 빠뜨려 대출금리를 올려받은 '금리조작' 사태가 드러나면서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2~5월 9개 은행을 대상으로 대출금리 산청체계를 검사한 결과, 은행들이 대출자 소득이나 담보를 누락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올려받은 사례를 수천 건 적발했다. 대출금리를 부당하게 산출해 부과한 KEB하나‧씨티‧경남 은행은 26일 이자 환급계획을 발표했다. 

 

그중 KEB하나은행은 "2012년부터 2018년 5월까지 약 6년5개월 기간에 대한 대출금리 산정체계 적정성 점검을 통해 대출금리 적용오류가 확인됐다"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동 환급 이자금액을 해당 고객 앞 환급할 예정이며, 향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이 24일 밝힌 한 사례를 보면 연소득 8300만원 직장인은 소득이 0원으로 입력돼 부채비율이 350%를 넘으면서 가산금리 0.50%포인트가 붙고 50만원의 이자를 더 냈다. 

 

금감원은 이런 피해를 입은 대출자들에게 부당하게 더 낸 이자만큼 돌려주도록 했고 대처가 이뤄지고 있지만 금융소비자 입장에선 껄끄러움을 지울 수 없다. 

 

대출금리는 은행마다 다르게 산정될 수 있다. 은행들은 금융시장에서 결정되는 기준금리에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매긴 가산금리를 반영해 금리를 정한다. 신용도가 높은 이에게는 낮은 금리를, 신용도가 낮은 이에게는 높은 금리를 적용한다. 가산금리를 올리는 떳떳한 이유가 있다면야,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간 차이 '예대마진'으로 실적을 내는 은행업을 두고 '이자장사'로 손가락질만 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금리조작 사태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대출자 소득을 '0원'이나 '100만원' 등으로 창구 직원이 임의로 입력하거나 담보가 있는데도 없다고 입력해 가산금리를 높게 잡은 행태 말이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이번 금리조작이 고의성이 있다고 지적하며 은행 처벌과 소비자 손해배상을 제시했다. 일각에는 금리조작 발생 수가 전체 대출에 비해 미미하다는 점에서 단순 실수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고의든 실수든 잘못된 과정으로 이자를 더 받아내는 것은 은행업의 근본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행위다. 금리조작 사태를 제외하고도 금리인하 요구권을 빌미로 우대금리를 축소하거나 신용 프리미엄을 고정값으로 적용하는 등의 사례도 문제다.

 

한편 이번 금리조작 사태로 은행들의 금리 인상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앞으로 금리상승기에 접어들어 은행들의 이자이익은 늘고 그만큼 대출자들의 상환부담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 면에서 금감원의 금리산정 전수검사는 은행들의 이자이익이 급격히 늘어날 것을 견제하겠다는 당국의 시그널로 비춰지기도 한다.

 

은행들은 자율적으로 금리를 산정할 수 있지만 기본 룰은 지켜져야 한다는 취지에서 공동으로 '대출금리 체계 합리성 제고를 위한 모범규준'을 갖춰 운영해왔다. 그동안 실적 쌓기에 급급하여 불투명한 금리 책정이 발생하진 않았는지 진지하게 자문해보고 개선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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