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 수난사] 한국의 은행장 그들은 누구인가
[은행장 수난사] 한국의 은행장 그들은 누구인가
  • 임권택 기자
  • 승인 2018.06.0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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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장 수난이 다시 시작됐다. 은행 채용비리 의혹을 조사 중인 검찰이 KEB하나은행 함영주 행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지난달 30일 청구했다.  
 
이에 따라 지금 은행권은 그 칼날이 어느 선에서 멈출 것인가에 촉각을 곧추 세우고 있다.   
 
▲ 입지전적인 인물과 뛰어난 경영능력을 보여준 KEB하나은행 함영주 은행장이 채용비리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사진=파이낸셜신문 자료사진)
 
함영주 은행장의 구속 청구를 계기로 다시한번 한국의 은행장은 ‘파리목숨’이 아닌게 생각된다. 
 
지난 100여년 한국 금융사에 은행장은 한낱 ‘파리목숨’에 불과했다. 
 
때로는 비리로, 때로는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날 위에 서 있는 한국의 은행장들은 자리에서 주는 무게감에 비해 너무 쉽게 외풍에 흔들렸다.
 
은행장 임기는 3년이다. 운이 좋아 중임을 하더라도 6년에 불과하다. 한국 은행장들은 이 짧은 임기도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은행장을 3연임 한다는 것은 하늘의 운이 도와야 가능하다. 3연임을 추진하다가 권력에 눈밖에 나 하루아침에 영어의 몸이 되기도 한다. 
 
60년대 이후 전신용 은행장은 서울은행, 상업은행, 한일은행의 은행장을 번갈아 지냈다. 이보형 행장도 서울은행장은 물론 제일은행장을 7년이나 맡았다. 
 
김용운 행장은 국민은행, 조흥은행, 서울신탁 은행장을 맡았으며, 김진흥 행장은 한일은행, 주택은행, 한국신탁은행장을 지냈다. 
 
최근 3연임을 무사히 마친 은행장은 나응찬 전 신한은행장과 하나은행 김승유 전은행장 정도이다. 
 
나 행장은 신한은행의 비상임이사 대부분이 제일동포로 되어 있어 상대적으로 한국 권력의 입김이 먹히지 않는다. 
 
또한 고인이 된 이희건 회장의 정권에 대한 로비력은 타허추종을 불허한다. 이희건 회장의 비서실장 출신인 나응찬 은행장은 이 회장의 든든한 배경과 타고난 영업 감각으로 신한은행장과 회장으로 영화를 누렸으며 현재도 활동중에 있다. 
 
김승유 전 하나은행장은 IMF시작과 함께 은행장에 올라 다른 시중은행이 부실에 허덕일 때 뛰어난 영업력으로 입지를 다졌으며, 인수합병을 통해 하나은행을 대형은행으로 성장시켰다.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과는 고대 동문이라는 행운도 찾아 왔다. 
 
때맞춰 고려대 동문인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됨으로써 김승유 은행장의 출세가도는 당연한 수순으로 여길 정도다. 하나은행 출신 금융인들이 지금도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는 것은 이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최근 셀프연임 문제로 곤혹을 치른 적인 있는 김정태 회장의 경우 3연임에는 성공했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검찰 수사 향방에 따라 유동적이다.
 
◇ 한국의 은행장 수난사는 61년 5·16 군테타로 시작 
 
5·16 군데타 당시 은행장들은 모두 체포되거나 사임했다.
 
당시 취임한지 2개월도 안된 조흥은행 장용태 은행장을 비롯, 제일은행 정곤수 행장, 한일은행 서제식 행장, 서울은행 윤호병 행장이 강제로 물러났다.
 
당시에 선임된 은행장들의 임기를 보면 권력자들이 은행장을 얼마나 우습게 봤는지가 드러난다.
 
조흥은행 이호상 행장 4개월, 한일은행 김세련 행장 7개월, 제일은행 민병도 행장 11개월, 서울은행 이보형 행장 4년5개월 정도에 불과하다. 
 
자유당 정권에도 없었던 일이다. 은행장들은 중앙정보부를 들락거리며 로비를 해야 살아남을 수 있었던 서글픈 신세로 전락됐다.
 
당시는 금융사고가 아니라 권력자가 아무때나 별을 달았다 뗐다 했다. 
 
금융사고로 현직 은행장이 수난을 당한 첫 사례는 72년 외환은행 홍용희 행장의 LA지점 630만달러 부정대출 사건이다.
 
이어 74년 4월 그 유명한 금융사기 대부라 일컫는 ‘박영복 사건’으로 중소기업은행 정우창 행장과 서울은행 심병식 행장이 물러났다.
 
76년 8월에는 ‘소위 허위 주식담보대출사건’으로 윤승두 한일은행장을 비롯, 경기은행 류제국 행장, 전북은행 최주열 행장이 물러났고, 경남은행 최희열 행장은 충격으로 지병이 재발하여 사망했다. 
 
79년 4월에는 외환관리법 위반으로 시작된 ‘율산사건’으로 4개 시중은행이 옷을 벗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신탁은행 홍윤섭 행장은 구속됐고, 한일은행 김정호 행장, 조흥은행 이동수 행장, 제일은행 홍승환 행장이 물러났다. 
 
82년 4월 전두환 인척이던 ‘이철희·장영자 사건’의 거액어음사기 사건으로 임재수 조흥은행장과 공덕종 상업은행장이 구속됐다.
 
◇ 김영삼 정부 사상 최대 은행장 불명예 퇴진 
 
93년도부터 97년 김영삼 정부시절에는 사법 처리된 6명의 은행장을 비롯, 총21명이 임기도중 물러났다.
 
93년 금융계사정으로 서울신탁은행 김준협 행장, 보람은행 이병선 행장, 외환은행 김재기 행장, 제일은행 박기진 행장, 동화은행 안영모 행장 등이 물러났다.
 
이들의 사정내막을 보면, 6공정부와 가까웠거나, 비자금이나 대출문제였다.  
 
94년 1월에는 동화은행 선우윤 행장과 서울신탁은행 김영석 행장은 장영자 사건과 금융실명제 위반 감독 책임을 물어 사임한 케이스다. 82년 일어난 장영자 사건으로 구속 수감된 장영자가 가석방 뒤에 다시 사기거래를 해오다가 금융실명제로 들통 난 사건이다.
 
94년 4월 외환은행 허준 행장은 한국통신주 공개입찰가 전산조작사건으로 사표를 냈다. 
 
95년 장기신용은행 봉종현 행장은 대출비리, 96년 제일은행 이철수 행장과 96년 서울은행 손홍균 행장은 대출커미션 수수로 물러났다. 
 
그리고 97년 1월 한보철강 부도로 제일은행 신광식 행장과 조흥은행 우찬목 행장이 구속됐다. 
 
◇김대중 정부...구조조정 태풍으로 은행과 운명 같이해 
 
김대중 정부는 김영삼 정부의 IMF체제를 이어받아 은행 구조조정이 시급한 과제가 됐다. 
 
이에 따라 98년 동화, 동남, 대동, 경기, 평화 은행 5개 은행과 은행장이 퇴출로 운명을 같이 했다.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합병을 해서 한빛은행으로 출범하게 되자, 상업은행 배찬병 행장과 한일은행 이관우 행장이 퇴진했다. 
 
또 하나은행과 보람은행 및 충청은행이 합병하게 됐고, 새수장에 김승유 행장이 선임됐다. 이에 따라 구자정 보람은행장과 충청은행장이 사임했다. 
 
그리고 2000년에 취임한 강정원 서울은행장은 서울은행이 하나은행에 인수되면서 마지막 서울은행장을 기록했다. 후에 국민은행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하게 된다. 
 
◇ 현직은행장 구속 청구...금융권 충격
 
이번 함영주 현직 은행장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금융권은 충격에 휩싸였다. 더구나 하나은행에서 끝날지, 더 확대될지 진행중이라 은행가는 좌불안석이다. 
 
최근에 물러난 은행장 사건을 보면, 2010년 '신한 사태'의 핵심 인물이었던 이백순 신한은행장도 검찰의 기소결정에 자진사퇴로 물러났다.
 
또 김종준 하나은행장은 지난 2014년 미래저축은행 부당 지원 논란으로 금융당국의 중징계로 물러났다.
 
올해 초 채용비리로 박인규 DGB대구은행장이 사임뒤, 전직 행장 신분으로 구속됐다. 
 
지난 2014년 KB금융지주가 전산 시스템 교체 문제로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도 나란히 현직에서 물러났다. 임영록 회장은 지난 2015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11월에는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바로 사퇴한 후 불구속됐다. 
 
또한 임기를 마치고 재임중 문제가 된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은 유죄가 확정됐으며, 이팔성 전 우리금융회장도 뇌물관련, 수사가 현재 진행중에 있다.
 
아직도 금융권 수사는 계속되고 있어 은행장 수난사는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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