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2선 후퇴…형식적 퇴진에 무게

황병우 기자 | 기사입력 2018/05/24 [11:57]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2선 후퇴…형식적 퇴진에 무게

황병우 기자 | 입력 : 2018/05/24 [11:57]

2년 전부터 밝혀온 구상을 실천한 것에 불과하다지만…증권가 일각 "국내 경영에서 완전 손떼지 않을 것"

 

▲ 박현주 미래에셋대우 회장 (사진=연합)

 

[파이낸셜신문=황병우 기자] 금융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해온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2선 후퇴를 암시하는 내용을 전격적으로 발표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해외사업을 진두지휘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알려져 있지만,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편압박 때문으로 보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올해 초 불거진 이른바 '황제놀이' 논란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23일 박현주 회장을 해외 사업 전략에 주력하는  글로벌경영전략고문(GISO·Global Investment Strategy Officer)에 선임했다고 23일 밝혔다.

 

박현주 회장은 "지난 2016년 5월 미래에셋대우 회장 취임 시에 글로벌 기업 수준의 경영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면서 "국내 경영은 계열사 부회장 및 대표이사가 책임 경영할 것"이라고 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이번 발표는 2년 전 미래에셋대우 회장 취임 당시부터 밝혀 온 박 회장의 구상"이라며 "2년 임기가 끝나면서 GISO로 선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대우는 10개국에 14개 거점(현지법인 11개, 사무소 3개)을 둬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많은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해외 현지법인의 자기자본 규모는 2조3000억여원, 직원 수는 700여명으로, 현지 직원들이 IB와 PI, 트레이딩, 글로벌 브로커리지, WM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 미래에셋대우 여의도 사옥 (사진=파이낸셜신문자료)

 

> 2선 후퇴 이유는?…금융당국 지배구조 개편 압박

 

박 회장의 미래에셋대우 회장 임기는 지난 12일로 마무리됐다. 박 회장의 퇴진으로 미래에셋대우는 최현만 수석부회장과 조웅기 사장이 경영하게 된다.

 

박 회장은 대우증권을 인수한 뒤 미래에셋대우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고 하며 직접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한 바 있다.

 

미래에셋대우 대표이사 회장을 내려놓은 박 회장은 홍콩에 머물며 글로벌경영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알려진다. 박 회장은 지난 3월 미래에셋대우 글로벌 본사(홍콩법인) 회장으로 취임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사실상 2선으로 후퇴하는 것에 대한 이유로 표면적으로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겠다는 약속도 있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 조사, 지배구조 개선 명령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말부터 미래에셋그룹의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조사하고 있고, 금융당국은 지난달 25일 그룹 간 교차출자와 차입금을 활용한 자본 확충 등 6건의 사항을 지적한 바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모회사 미래에셋캐피탈이 채권 발행을 통해 자산을 단기간에 늘려 지주회사 강제 전환 요건을 회피해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리고, 박 회장과 부인 등 오너 일가가 9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미래에셋컨설팅에 '일감몰아주기'를 하고 있다는 설에 조사가 진행 중이다.

 

▲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사진=황병우 기자)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박 회장이 국내 부문에서 2선으로 물러난다고 해서 공정위와 금융당국이 제기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2선으로 물러난다고 완전히 국내 경영에서 손을 떼는 것도 아닐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공정위, 금융당국의 감시 눈길을 피하기 위해 국내법인 회장직 지위를 내려놓는 것일 뿐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지난 3월 홍콩법인 회장에 취임한 것도 이번 글로벌경영전략고문 선임과 같은 맥락"이라면서 "지주사 체제 전환 등 지배구조 개편은 금융당국과 협의하며 성실하게 추진할 방침"이라고 세간의 의혹을 일축했다.

 

지난 달 25일  금융감독원은 금융그룹 통합감독 관련 업계 간담회 자리에서 금융그룹 리스크와 관련 9가지 사례를 들었는데 이 중 6개가 미래에셋 그룹이었다.

 

그룹 간 자사주 교차출자가 대표 사례로 꼽혔다. 우호적인 관계인 A그룹과 B그룹이 각자 갖고 있는 자사주를 맞교환하는 방식이다.

 

A회사가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어도 자본으로 인정되지 않지만 이를 B회사에 넘기고 대신 B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를 받아 오면 그만큼 인정받을 수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네이버와 각자 보유한 자사주를 5천억원씩 매입해 자본 증가 효과를 얻었다.

 

아울러, 차입 자금으로 자본확충을 하는 것과 함께 과도한 내부거래 의존도도 금감원은 문제로 인식했다.

 

▲ 2016년 7월 미래에셋 여직원 골프대회가 치러진 강원도 홍천 블루마운틴CC의 운영권은 미래에셋컨설팅이 소유하고 있어서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사진=블루마운틴CC)  

 

> 2선 후퇴 이유는?…여직원 참가 '황제놀이' 논란

 

올해 초 박현주 회장이 매년 여직원 골프대회를 개최하고 참석자들에게 장기자랑을 시키고 새벽까지 술자리를 강요하는 등 갑질을 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국내 비영리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는 "박현주 회장이 해마다 여직원 골프대회를 열고 대회에 참석한 여직원들과 함께 새벽까지 술자리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며 "미래에셋 내부에서는 박현주 회장이 여직원들을 동원해 이른바 '황제 놀이'를 즐기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고 지난 1월 말에 보도한 바 있다.

 

이 보도가 나간 후 2월 초 고용노동부는 미래에셋대우 본사에서 행사에 참석한 여직원 12명을 상대로 대회 참석과 장기자랑, 뒤풀이 등 참석이 강압적이었는지 등을 놓고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미래에셋대우 노조도 2016~2017년 이 행사에 참석했던 임직원 80%를 대상으로 진상조사를 벌였고, 그 결과 대부분 "비자발적 참여나 강압적인 분위기는 없었다"고 대답했다고 전했다.

 

다만 노조는 "행사 취지에 반해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의무적인 참석 권유와 여흥으로 인한 늦은 귀가 등 개선사항을 인사부문 대표에게 건의하고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비록, 현장조사 결과 대부분 참석자들이 참석 강요와 인사상 불이익, 성희롱 여부 등에서 문제가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금융인으로서의 도덕성에는 치명적일 수 있는 부분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대우의 초대형IB 인가와 관련해서 대주주 도덕성 적격 심사에서 또 다시 탈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 2선 후퇴를 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한편, 금융그룹 통합감독이란 금융회사를 계열사로 둔 대기업 집단이나 보험·증권사를 모기업으로 둔 금융그룹이 자본금은 충분한지, 리스크 관리는 제대로 할 수 있는지를 따져보는 감독체계다.

 

계열사 간 순환 출자나 내부거래 비중이 지나치게 높으면 한 계열사의 부실이 그룹 전체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으니 자본금을 충분히 쌓게 하던가 내부거래를 줄이도록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서정호 금감원 금융그룹감독실장은 "업계에서 통합감독에 이해도가 부족한 것 같아 이 같은 사례를 든 것"이라며 "이런 사례들이 전부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니고 위험 요소들이 있으니 이를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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