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아직도 끝나지 않은 금감원 독립...한은 독립에 35년 소요
[기획] 아직도 끝나지 않은 금감원 독립...한은 독립에 35년 소요
  • 임권택 기자
  • 승인 2018.05.10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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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금감원 독립’이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불을 지폈다.
 
윤석헌 원장은 8일 취임사에서 “우리를 둘러싼 다양한 외부 이해관계자들로 요구에 흔들리고 내부의 정체성 혼란이 더해지면서, 금융감독원은 독립적으로 역할을 수행하는 데 미흡했다”며 “금융감독원이 수많은 과제들에 포획되어 금융감독의 지향점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 위험 관리자’로서의 역할이 일관되게 수행되지 못한 결과 가계부채 문제가 국가경제를 위협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고, 저축은행 사태나 동양그룹 사태에서와 같은 금융소비자 피해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헌 금감원장 취임이후 금감원 독립이 화두가 됐다. (사진= 이유담 기자)
 
그는 “금융감독원(金融監督院)’의 역할은 이름 그대로, 금융을 ‘감독(監督)’하는 것”이라며 “금융감독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독립성 유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감독이 단지 행정의 마무리 수단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금융시장과 금융산업에서 ‘견제와 균형’을 통해 국가가 필요로 하는 위험관리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법과 원칙에 따라서 그리고 소신을 가지고, 시의적절하게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듯 윤 신임금감원장은 유난히 독립을 강조하면서 금융위와 거리를 두는 등 ‘금감원 독립’을 위한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방점을 찍었다.
 
윤 원장은 교수 시절 금융위원회를 해체해 금융정책은 기획재정부로 넘기고, 금융기관 감독 기능은 금감원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주장해 왔다.
 
금감원 노조는 지난해 9월 성명서에서 문재인 정부 들어 금감원장 인선과 관련해 “금융위 관료의 허수아비”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의사를 표명해왔다.
 
마치 과거 한국은행이 재무부의 ‘남대문출장소’라는 비아냥을 다시 듣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러한 윤 원장의 금감원독립 시기에 맞춰 금융위 최종구 위원장도 금감원은 금융위 설치법에 따라 설치된 기관이고 선을 긋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선을 그었다.
 
사실 과거 금감원의 독립은 과거 한국은행 독립과 떼려야 뗄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한국은행이 독립하기까지는 은행감독원이라는 권력기관을 한국은행이 차지하느냐, 아니면 재무부 등 재경 부처가 차지하느냐로 그 긴 세월을 보냈기 때문이다.
 
명분은 항상 그럴 듯 했지만 결국은 밥그릇싸움이었다.
 
결국 수십년 동안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IMF라는 외부의 힘에 의해 종전되는 부끄러운 역사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이렇게 외부의 힘에 의해 설립된 것이 금융감독원이다.
 
윤석헌 원장이 ‘금감원 독립’을 강조하니까 금융위가 소리 없이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그동안 수면하에 잠복됐던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갈등표출도 보이기 시작했다.
 
단지 한국은행과 재무부, 한국은행과 재정경제원 등의 싸움에서 이제는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라는 이름만 바뀌어질 뿐이다.
 
금감원의 뿌리는 한국은행이고, 금감위 뿌리는 과거 재무부나 기획재정부이다.
 
대부분 국민들은 ‘금감원 독립’에 공감을 한다. 그러나 현재의 법 체계안에서는 완전한 독립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의 미묘한 시각차이 만큼 괴리가 있는 것이다.
 
◇재무부와 한국은행의 끊없는 영역싸움

떠나며 남으며

유구한 세월속에서
인간들은
만나고 헤어지고
헤어지고 만나고 하다가
자취없이 사라진다한들
어찌 이곳을 잊으랴

이곳은
한국금융의 고향
명예로운 곳
빛이여 영원하여라

우리도 서로
이 빛으로 살아가려니
한 마음 한 뜻, 이곳에 있으리

떠나며 남으며

이 글은 1998년 한국은행과 분리되어 여의도에 통합된 금융감독원으로 떠나면서 은행감독원 임직원들이 세운 비문의 내용이다. 이 비문은 한국은행 본관 서편 화단에 세워져 있다.
 
한국은행과 재무부의 싸움은 1950년 중반 한은법에서 시작한다. 당시 한은법이 금융민주화에 만 치중하여 중앙은행의 권한이 너무 강하고 정부와의 정책협조가 어렵다는 불만을 가진 재무부에서 출발한다.
 
이에 한국은행에 소속되어 있던 은행감독부(62년 한은법 개정에서 은행감독원으로 개칭)를 재무부로 이관하겠다는 것에 한국은행 독립전쟁의 시발점이다.
 
결국 1962년 5월24일 한은법 개정은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정부에 예속되는 시기였다.
 
“금융통화운영위원회는 한국은행의 정관에 정하고 매년도 예산과 결산을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승인하여야 한다”
 
재무부가 예산권을 가지고 한국은행을 좌지우지 하는 계기가 됐다. 1차 재무부 승리였다.
 
이어 1977년에는 재무부가 은행감독원을 한국은행에 분리, 재무부 산하에 두려했으나 당시 실세였던 김정렴 비서실장 덕에 한은이 역전승을 거두게 됐다.
 
그리고 1980년 전두환의 경제가정교사였던 김재익의 한은 독립 드라이브에, 전두환 첫 번째 가정교사인 박봉환씨의 간곡한 설명으로 한은독립이 무산 됐다.
 
그리고 1983년 재무부와 한국은행의 접전은 또 다시 시작됐다.
 
재무부는 당시 장영자 사건을 빌미로 83년 5월 은감원을 분리 독립시켜 금융감독원으로 개편하고 금융감독원· 증권감독원 및 보험공사를 지휘 감독할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하자는 안을 금융산업발전심의위원회에 올렸다.
 
그러나 금발심은 “은행감독원 분리는 금융자율화 추진과 상충될 뿐 아니라 중앙은행 기능을 약화시킨다”고 함으로서 무산됐다.
 
한국은행은 독립을 꾸준히 주장하다가 1987~88년 부산지점 행원을 시작으로 독립운동을 본격화 했다. 민주화 열풍을 타고 한은독립을 외쳤으나 재무부 선방으로 중앙은행 독립에 진전이 없었다.
 
김영삼 정부가 들어선 95년에는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이 통합된 재정경제원의 반격이 시작됐다.
 
당시 홍재형 장관의 안을 보면 다음과 같다.
 
“대통령이 임명한 금통위의장이 한은총재를 겸하고 한은 산하 은감원은 증감원과 보감원과 합쳐 금감원으로 확대개편하고, 재경원 산하에 둔다”
 
1997년에 들어서도 한국은행과 재정경제원은 끊임없이 밥그릇싸움으로 일관했다. 나라가 거덜나고 있는 와중에도 한국은행 직원들과 재정경제원 직원들은 국회에서 영역 고수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1997년 11월21일 정부는 IMF에 긴급 구제금융을 요청했으며, IMF는 금융지원조건으로 다음과 같이 우리정부에 요구했다.
 
“금융개혁법안을 조기에 처리하여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제고하고 통화관리 목표를 물가안정으로 명확히 한다. 독립적인 통합감독기구를 설립하고 금융기관에 대한 강력한 권한을 부여한다”
 
가장 핵심인 독립적인 통합감독기구는 은행감독원을 한국은행에서 분리한다는 것이다. 수십년동안 한국은행과 재무부와의 싸움의 결과는 외세에 의해 군소리 없이 한방에 정리됐다.
 
그럼에도 두 기관은 국민들에게 누구도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 금융위, 정책기능과 금융사 건전성 감독기능 이해상충
 
이제 다시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간 독립이라는 말이 나오고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자칫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될까 무섭다.
 
금융감독원은 독립을 외치기전에 자기 자신을 돌아 볼 때이다. 전임 김기식 원장 취임때에는 채용비리 검사결과를 발표했고, 이번 윤석헌 원장 취임식 날에는 삼성증권 검사결과를 발표하는 등 마치 영을 세우는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임 최흥식 원장 재임시에는 시중은행과 은행경영진 인사로 인해 볼썽 사나운 힘 겨루기 모습을 보여 국민들로부터 눈총을 받았다.
 
이런 와중에 금융위는 때로는 금감원편에, 때로는 기업 입장을 옹호하는 듯한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은행 채용비리가 그렇고 최근에 발생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그렇다. 심지어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금감원에 위탁한 사전통지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한 발 더 나아갔다.
 
금융감독원의 독립은 당연한 것이다. 또한 독립도 법과 제도에 앞서 구성원들 스스로 권위를 찾을 때 가능하다 할 것이다.
 
이러한 금융위와 금감원의 불협화음은 나타나는 것은 현재의 금융위가 가진 기능에 이해 상충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금융산업을 진흥하는 '금융정책' 기능과 금융사의 건전성을 관리하는 '금융감독' 기능을 함께 갖고 있다.
 
따라서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을 강조하다 보면 감독이 문제가 되고, 건전성 감독에 집중하면 정책 추진에 문제가 생기는 체계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금감원과 금융위 입장이 다른 것은 이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산업 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금융감독체계 개편도 이루어 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과거 한국은행 독립에 대해 수십년간 논의를 하고 전문가들의 수많은 논리를 앞세워 주장했지만 결과는 외세에 의해 정리하는 수모를 겪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시점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이해상충 문제가 있더라도 관련 기관간 소통과 협력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나은 정책이라는 게 과거 역사에서 배운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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