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캠페인⑦]은행이 제대로 서야 나라가 산다

임권택 기자 | 기사입력 2018/05/07 [09:23]

[생활경제캠페인⑦]은행이 제대로 서야 나라가 산다

임권택 기자 | 입력 : 2018/05/07 [09:23]

[파이낸셜신문= 임권택 기자] 과거 우리는 은행이 망하지 않는다는 믿음 속에서 살았다. 이런 신화가 깨진 것은 97년 IMF위기때 부터이다. 

 

당시 많은 은행이 망할 정도니 우리기업의 상황은 말로 표현을 못할 정도이다. 결국 자력으로 우리경제가 살 수 없어 IMF에 구원의 손길 내민 것이다. 

 

IMF는 고금리의 자금을 빌려주면서 점령군처럼 행동했다. 

 

▲ 은행들이 현재의 상호를 쓰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많았다(사진= 이유담 기자)

 

1997년 당시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102억8,500만 달러로 적자였다. 97년말 외환보유액은 204억 달러였지만 실제로는 30~40억 달러에 불과했다. 

 

이에 김영삼 정부는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고, 1997년 12월 3일 IMF는 우리나라에 총 210억 달러의 구제금융 지원을 승인했다. 

 

이때부터 혹독한 시련기에 접어들었다. 

 

한보그룹, 대우그룹, 기아그룹 등 대기업들이 줄줄이 쓰러졌고 제일은행은 스탠다드차타드로, 외환은행은 론스타로 헐값에 넘기게 된다. 

 

지방은행인 충북은행과 강원은행은 조흥은행으로 합병됐고 후에 조흥은행은 신한은행으로 넘어갔다. 

 

동남은행은 주택은행으로, 장기신용은행은 국민은행으로 합병됐고 주택과 국민이 합병되어 오늘의 국민은행이 탄생됐다. 

 

동화은행은 신한은행에 합병됐으며, 충청은행은 하나은행, 경기은행은 한미은행으로 인수됐고 결국 한민은행은 씨티은행으로 넘어갔다. 

 

투자금융사가 전신은 하나은행과 보람은행은 합병을 하여 하나은행으로 출발하게 됐으며, 평화은행과 한일은행, 상업은행이 우리은행이라는 상호 밑으로 뭉쳤다. 

 

100년 은행이라는 역사와 전통은 냉엄한 자본주의 시대에 의미가 없는 구호에 불과 했다.

 

IMF위기를 겪으면서 이상한 상황이 발생했다. 그간 정권의 시녀 역할을 하여 기업들에게 엄청난 대출을 해준 은행들이 망하고 기업대출을 외면한 국민은행이나 주택은행 등은 살아남게 된 것이다. 

 

신한은행은 제일동포들이 주주로서 이희건이라는 걸출한 인물의 지휘아래 돈장사라는 개념을 가지고 한국의 금융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결국 100년 전통의 조흥은행을 합병하는 행운을 갖게 되었다. 

 

당시 5개 시중은행인 조흥, 상업, 한일, 서울신탁, 외환은행들은 한국 대기업의 주거래은행으로서 엄청난 자금을 대출해주고 이자를 받는 편안한 장사를 해오다가 대기업이 무너지면 5개 시중은행이 골고루 분담하여 책임을 지는 희안한 경영을 해왔다. 

 

다시 말하면 말이 5개 시중은행이지 정부의 은행 역할을 해온 셈이다. 그간 한국의 은행들은 살릴 기업은 죽이고, 살리지 말았어야 할 기업을 살리는 전근대적인 행태로 인해 일정시간이 지나면 국민세금을 쏟아 붓는 행태가 반복된 것이다. 

 

은행영업에도 지연, 학연, 혈연이 작용한 것이다. 30여년 동안 경상도 출신이 한국의 은행을 지배하다보니 자금배분도 한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셈이다. 

 

오죽하면 호남의 한 대기업은 은행대출이 1조원이 넘으면 함부로 죽일 수 없을 것이란 판단으로 대출을 이용하다가 망하는 이상한 일이 한국에서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

 

대기업들은 정부의 비호아래 국민들이 저축한 돈은 물론 차관을 싹쓸이해서 부를 이뤘다. 

 

요즘 갑질로 유명한 어느 항공사의 성장의 내막을 들여다보면 명동 조그만한 사무실에서 은행의 차관을 통해 성장한 기업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중소기업은 항상 어려웠다. 따라서 정부는 중소기업 육성이라는 미명하에 엄청난 자금을 지원해왔고 지금도 해오고 있다. 

 

중소기업 자금도 힘 있는 기업인만 사용하고, 힘없는 기업인은 그마저 만져보지도 못하고 쓰러져 갔던 것을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보곤 했다. 

 

은행이 기업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보니 모든 게 담보로 통했다. 담보가 있으며 가능하고 아무리 기술이 있어도 담보가 없으면 허사이다. 

 

여신 결재가 올라오면 책임자가 가장 먼저 물어보고 확인하는 것이 담보유무다. 담보만 있으면 책임도 면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전 국민들은 부동산에 열광하게 된다. 부동산만이 나를 보증하고, 나를 이끌어주는 신이 된 것이다. 

 

은행의 담보문화가 한국을 천민자본주의로 이끌었다는 시각도 있다.

 

앞으로의 우리사회는 은행이 제대로 서야 나라가 잘 산다라는 믿음속에서 새로운 문화로 바뀌어가는데 앞장서야 할 것으로 본다. 

 

아직도 채용비리다 셀프연임이다 하는 문화가 존재하는 것을 보면 금융개혁의 필요성이 높다는 것을 반증하기도 한다.

 

관치금융, 정치금융도 은행을 망하게 하는 지름길이다. 이제는 시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은행이 제대로 서지 못하면 언제든지 은행도 망하고 기업도 망하고, 나라도 망한다는 비장한 각오로 한국의 금융산업을 이끌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공정위를 통해 60대 대기업집단들이 많이 이익을 내고 있다고 자랑하지만 60대 대기업집단 부채총액은 2,028조원에 달한다. 

 

한국GM만해도 7조5천억원이다. 매각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는 대우건설의 부채도 7조1천억원에 달한다. 

 

은행이 기업구조조정과 산업구조조정에 나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은행은 경제의 혈맥이자 동맥이다.

 

은행이 어떤 스탠스를 취하느냐에 따라 경제의 운명이 좌우된다. 이익이 많이 시현했다고 자랑하지 말아야 한다. 이면을 파악해보면 보면 그저 돈놀이 불과하다는 것을 알수 있다. 

 

새로운 시대에 대비하는 은행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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