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매너-12] 건배는 눈으로 ‘챙!’

신성대 동문선 사장 | 기사입력 2018/05/02 [09:07]

[비즈니스매너-12] 건배는 눈으로 ‘챙!’

신성대 동문선 사장 | 입력 : 2018/05/02 [09:07]

[신성대 동문선 사장] 대부분 한국인의 건배 자세는 글로벌 시각에서 보면 완전 어글리 매너에 해당합니다. 상대방과 눈맞춤을 못하고 잔을 보며 ‘챙!’ 하는 것은 물론 어깨와 목까지 움츠려 보기에 민망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 신성대 동문선 사장

 아직도 전근대적인 봉건적 문화가 살아있어 그런지 건배하는데도 갑(甲)과 을(乙)이 확연히 구별됩니다. 심지어 대통령이나 외교관들까지 굽신 건배를 하고 있어 ‘코리아디스카운트’에 크게 일조를 하고 있습니다. 

 

 

 

▲ 상대방과 눈맞춤을 못한 건배. 강경화 장관이 지난 4월2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타에서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취임 축하행사에 참석, 이혁 신임 사무총장과 건배하고 있다(사진= 연합)

 

 

◇ 취하기 위한 술자리는 없다 

 

잔의 수위가 낮아지면 호스트가 수시로 채워줍니다. 호스트가 자신의 잔에 와인을 따를 때에는 먼저 상대방 잔에 조금이나마 따른 후에 자기 잔을 채워야 합니다.(이같은 상대방을 우선 존중하는 배려 방식은 프랑스와 같이 선진문명권에 속하는 중국에서 차를 따를 때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흔히 한국인들이 하듯 호스트도 아니면서 와인 병을 잡고 호스트나 다른 손님에게 술을 따르는 행위는 큰 실례가 됩니다. 그랬다간 필시 ‘남이 차린 상에서 자기가 왜 생색을 내지?’ 하고 이상한 사람 취급 받습니다. 

 

와인을 따르는 것은 웨이터나 식사자리의 돈을 내는 주최측 호스트의 몫이고 손님들은 편안히 대접만 받으면 됩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외국인 비즈니스 파트너를 데리고 한식당을 찾아 전통술을 대접하는 경우에도 한국에 왔으니 무조건 우리식을 따르라고 강요하지 말고, 가능하면 불투명 사기잔 대신 유리 와인잔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우선, 술은 시각적인 어필이 매우 중요한데 투명한 유리잔이어야 외국인이 사기잔 속을 구태여 들여다보는 수고를 안 치르고서도 그 색깔부터 바로 즐길 수 있지요.

 

또한 한국의 작은 사기잔 내지 유리 소주잔은 입구가 넓거나 깊이가 얕아 술을 따르거나 건배 시 술이 넘치기 딱 좋은 모양에다 소리까지 투박합니다. 

 

게다가 대개 한국인은 아직도 배고팠던 옛 시절의 버릇이 남아있어 잔을 가득 채우려는 타성이 있습니다. 때문에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술을 쏟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절로 상대를 안 보고 술잔을 주시하게 되는 겁니다. 

 

술의 빛깔을 살피고 입술에 닿는 두께가 얇은 유리잔의 산뜻한 느낌도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포장이나 용기에 애국심이 잔뜩 묻은 전통주를 마음 편하게 마실 외국인들 몇이나 되겠습니까? 그들이 비즈니스를 하러 왔지, 한국의 음주문화 배우러 온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니 한국 전통주를 글로벌 무대로 내보내려면 사기잔을 고집하지 말고 이미 세계인들에게 익숙한 적절한 크기의 글로벌 정격 화이트와인 잔을 사용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 오두방정 유치 개그 건배사는 금물  

 

마지막으로 튀고 싶어서 분위기 오버하며 내지르는 한국식 억지 개그 건배사는 절대 금물입니다. 

 

2013년 9월 한미동맹 60주년 기념행사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새누리당 모 국회외교통일위원장이 그날 저녁 한미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케네디센터에서 열린 한미동맹 60주년 기념 리셉션에서 축사를 한 뒤 건배사로 '사우디'를 제안했는데 무슨 의미인지 아는 참석자가 있을 리가 없지요. 

 

‘사’는 사랑을, ‘우’는 우정을 뜻하고 ‘디’는 경상도의 비속어 ‘디지도록(죽도록)’에서 따온 것이라는 부연 설명까지. 그나마 통역자가 이를 "영원히(Forever)"라고 영어로 옮겨 천만 다행이었다고 합니다. 

 

어물전 망신 꼴뚜기가 시킨다더니, 한국식 억지 유치 개그 건배사를 미국에까지 들고 나가 코리아디스카운트를 자초한 것이지요. 

 

그냥 점잖게 건강과 행운을 위하여 건배하면 됩니다. (와인잔을 들고 건배하며) “치어스!” 특히 중국에서의 비즈니스 술자리에서라면 만남의 목적에 어울리는 한시(漢詩)를 건배사로 읊으면 크게 존중받습니다. 

 

이렇게 품격있는 우아한 디너라면 능히 거래 규모나 파트너십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습니다.  

 

◇ 와인은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음료 

 

에이 무슨 소리? 상당수 와인스쿨 강사들은 이런 주장에 동조하지 않고 “내 돈 내고 내 와인 마시는데 왜 굳이 서양인들 눈치를 보느냐? 그냥 아무렇게나 자기 편한 대로 잡으면 되지. 

 

술 마시는 게 목적이지 서양 예법 지키는 게 뭐 그리 중요하냐”며 막가파식으로 주당들을 선동하기도 하는데 이는 매우 잘못된 생각입니다. 디테일한 것을 싫어하고 뭐든 대충 넘기려는 국민성에 편승한 무책임한 주장이라 할 수 있지요. 

 

물론 그런다고 누가 면전에서 뭐라 하지 않습니다. 일단 남의 문화도 존중해주는 게 선진시민으로서의 매너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속으로 불쾌한 감정이 스쳐지나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아무렴 그렇다 해도 당신이 절대적인 갑(甲)이라면 그래도 무방하겠습니다. 

 

그렇지만 비즈니스 상대방 눈치 안 봐도 되는 갑이 될 때까지는 글로벌 정격 매너를 따라는 것이 백번 자신에게 이롭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설사 슈퍼 갑이라 할지라도 그같이 품격 있는 매너로 환대한다면 이왕지사 더욱 존경받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어쨌든 자신의 엉터리 강의 내용에 손해배상 책임도 지지 않을, 남을 가르칠만한 비즈니스 교섭 실전 경험이 전무한, 무작정 얻어먹기만 한 경험밖에 없는, 자기 돈 크게 들여 정품격 와인디너 호스트를 해본 기억이 전무한 교수나 강사들의 사탕발림에 넘어가면 언제든 비즈니스 협상을 망칠 수 있습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취하기 위해 마시는 비즈니스 술자리는 글로벌 사회에선 없습니다. 와인은 술이 아니라 소통의 도구입니다. 

 

상대방이 아무리 지체 높은 사람이라 해도 황송해하며 움츠리거나 두 손으로 잔을 받들지 말고, 반드시 바른 자세에서 당당하게 눈방긋으로 먼저, 이어서 잔을 ‘챙!’ 하십시오. 감사나 찬사 역시 온 몸이 아닌 눈과 입으로 표현하며 대화를 이어나가야 합니다. 

 

그러니 댁에서 식사할 때마다 와인잔에 물을 반 정도 채운 상태에서 안 보고 더듬더듬 들었다 놓았다 해가며 평소에 연습을 해두길 바랍니다. 분명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할 찬스가 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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