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배당금 사태를 어떻게 볼 것인가?
삼성증권 배당금 사태를 어떻게 볼 것인가?
  • 전진규 동국대 교수
  • 승인 2018.04.23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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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신문=전진규 동국대 경영대학 교수] 이번 삼성증권 배당 사태는 최근 들어 거의 잊어버린, 그러나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에게 꽤나 익숙하게 발생하였던 사건들을 떠올리게 한다.
 
사건의 심각성에 비해 발생이유는 불분명하고 진상파악은 더디고 난해하여 논쟁이 아직도 진행 중인 그러한 류(類)의 사건들 말이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히도 이번 삼성증권 사태는 매우 황당한 사건이지만 발생원인이 분명하고 처리방안도 쉽지는 않지만 명확해 보인다.
 
▲전진규 동국대 교수
처음 삼성증권 배당 사태를 접했을 때, 필자는 배당을 포함한 주식의 제반 권리행사를 위임받은 한국예탁결제원(이하 예탁원)의 실수로 이해하였고 증권시장의 인프라에서 문제가 발생한 매우 심각한 사건이라고 오해하였다.
 
그러나 우리사주에 대한 배당은 예탁원을 거치지 않고 증권사가 직접 처리한다는 사실에서 예탁원의 문제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또 하나 필자의 오해는 배당금 대신 배당주식을 지급하였다면, 마치 일반기업의 상여금을 지급하는 자금팀에서 실수로 상여금 대신 포상 유급휴가를 부여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과 같이, 업무의 처리부서가 다르므로 단순한 담당자의 실수가 아닌 조직차원에서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던 점이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의하면 삼성증권의 경우 한 담당자가 성격이 다른 두 업무를 처리하도록 되어 있어 필자의 의심은 역시 기우에 불과했다. 이러한 업무분장이 일반적이지는 않아 보이나 배당은 보통 일 년에 한번 발생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해가 불가능하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해가 되지 않은 부분도 있다. 먼저 어떻게 실체가 없는 유령주식을, 그것도 총 발행주식의 30배가 넘는 규모로 발행이 가능했는가이다.
 
이는 각 증권사가 운용하는 자체시스템 뿐만 아니라 주식시장의 증권 발행시스템에도 심각한 허점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신주는 예탁원 등록을 거쳐 발행되며, 그 이후 매매가 된다. 이번 사건은 예탁원 등록 절차가 무시되고 임의발행 후 매매가 성사된 사상 초유의 유령주식 발행 및 거래 사건이다. 더 큰 문제는 거래소의 매매시스템이나 시장감독시스템에서 전혀 걸러지지 않아 장 마감 전까지 이 유령주식들의 유통이 가능했다는 점이다.
 
이는 투자자보호를 강조하고 선진 증권매매시스템을 자랑하던 우리나라 증권시장에 대한 신뢰도를 현격히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금융당국의 전반적인 증권시장 시스템 점검과 재발 방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둘째, 삼성증권의 직원 16명은 왜 유령주식을 매도하였을까? 증권가 속성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전문가들은 자신의 계좌에 거액의 주식이 들어온 데 대해 분명히 착오임을 인지했을 것이다.
 
또한 그러한 주식을 매도한다고 해도 우리나라는 t+2 결제방식, 즉 3영업일 결제방식, 을 채택하고 있으므로 당일 현금화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러한 매도현상을 일시적 흥분상태에 따른 판단력 저하로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렇다하더라도 이는 매우 심각한 모럴헤저드이며 관련자들은 엄벌에 처해져야 한다. 
 
만에 하나,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이지만 이와 같은 매도행위가 관습적 불법거래의 결과 또는 이익을 얻기 위한 치밀한 계획에 의해서 진행된 일이라면 이는 우리 자본시장의 존립을 훼손하는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된다.
 
직원들의 매도 행위가 증권사 직원들에게 만연한 무차입공매(naked short sale)라는 불법적 행위의 결과라는 의심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20만명 이상이 서명한 공매도 폐지 청원으로 번졌다.
 
그러나 무차입공매는 예탁원이 매일 장 마감후 예탁자계좌부와 증권사의 투자자계좌부 상 종목 수량을 확인하므로 사실상 불가능하며, 시장의 버블을 방지하고 유동성을 공급하는 공매도의 순기능을 볼 때 이번 사태와 공매도 폐지를 연관시키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다만 장 마감 전 저가매수를 통해 이익을 실현하는 단타매매를 계획했을 가능성은 남아있다. 
 
나아가 삼성증권 직원과 선물투자 세력의 연계 가능성까지 의심되고 있다. 이는 금융당국의 선물거래 패턴조사를 통해 밝혀내야할 부분인데, 아직까지는 선물투자 세력과의 연루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마지막으로 사태 초기 삼성증권의 사건 은폐 또는 축소 시도 논란 및 직원 계좌를 정지시키지 않고 매도 금지만 공지한 점 등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며, 정확한 감사를 통해 책임소재를 명확히 가려야 한다.
 
요컨대 이번 삼성증권 사태는 우리나라 증권시장의 존폐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초유의 사태임에 틀림없다. 다만 지금까지 정보에 의하면 이번 사태는 조직적·의도적으로 기획된 범죄이기 보다는 담당자의 단순 실수와 직원들의 이기심에 의한 직업윤리 부재가 시장전체의 신뢰를 떨어뜨린 시장 시스템 문제로 인식될 수 있다.
 
그러므로 근거가 부족한 의혹을 부풀리고 논란을 확산시키기보다는 철저한 시스템 점검과 감시, 관련자들의 엄격한 처벌 및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 구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다만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이라도 고쳐야하는 역할이 절실한 상황에서 정치적 목적에 의해 권위가 흔들리고 있는 금융감독의 현주소는 마음을 답답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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