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증권사도 한순간 '풍비박산'…삼성증권 '팻핑거'란
멀쩡한 증권사도 한순간 '풍비박산'…삼성증권 '팻핑거'란
  • 황병우 기자
  • 승인 2018.04.09 13: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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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트레이더의 작은 실수가 한순간에 증권사를 공중분해 시키기도...한맥투자증권 파산이 대표적
▲ 삼성증권의 이번 우리사주 배당오류 사고를 일각에서는 심각한 주가조작 사건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사진=파이낸셜신문 자료)
 
지난주 발생한 삼성증권의 우리사주 배당 오류 사고는 사소한 실수와 이를 걸러내지 못한 내부 통제시스템 등 결국 인재에서 시작됐다. 여기에 사고로 배당을 받은 임직원들이 전후사정을 알아보지도 않고 즉시 매도하는 '모럴 헤저드(도덕적 해이)'가 복합되면서 사태가 일파만파 번졌다.
 
삼성증권의 이번 사고는 담당자가 전산에 주당 1000원을 입력해야 했지만, 주당 1000주로 입력한 것에서 부터 발생했다. 사후 경보가 즉각 발생해서 조치를 했다면, 사소한 실수로 끝났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9일 배당 오류 사고가 발생한 삼성증권을 대상으로 결제이행 과정에 대한 특별점검에 착수했다. 특별점검 이후에는 삼성증권에 대해 투자자 보호 밒 주식거래 시스템 안정을 위한 현장 감까지 실시할 예정이다.
 
아울러, 현장검사에 이어 전체 증권사와 유관기관 대상으로 주식 거래시스템 전반에 대한 점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4월 배당 예정인 상장 증권사들에 철저한 내부통제도 촉구했다.
 
금감원은 삼성증권의 배당착오 사태 당시 매도된 주식의 결제가 이뤄지는 9∼10일 이틀 동안 팀장 등 직원 3명을 삼성증권에 파견해 특별점검을 실시하고 미흡한 부분에 대해서는 즉시 시정하기로 했다.
 
▲ 삼성증권이 이번 사고로 홈페이지에 내건 대고객 공지문 (이미지=삼성증권) 
 
> 삼성증권 사태가 일파만파 번진 이유는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증권 배당 담당 직원이 지난 5일 주식배당을 전산에 잘못 입력한 뒤 최종 결재자인 담당 팀장이 이를 자세히 확인하지 않은 채 승인했고 다음 날인 6일 오전까지도 이러한 오류를 발견하지 않았다. 
 
대량 주식 오입고 사태에도 내부 통제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고, 허점까지 드러냈다. 또 삼성증권이 6일 오전 9시 31분 자체적으로 입력 오류를 인지하고 오전 10시 8분 잘못된 주문을 차단하는 데까지 37분이나 소요됐다.
 
삼성증권이 자체적으로 사태를 파악한 후 매도금지를 요청한 뒤에도 일부 직원들은 주식을 매도해 심각한 모럴 해저드를 드러냈다. 오입고된 주식을 매도한 직원 16명은 대기발령이 난 상태다. 
 
대기발령을 받은 16명 중에는 투자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애널리스트도 포함됐다. 애널리스트는 투자자에게 시장과 기업들의 상황을 철저히 분석해 정확한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업무를 하는데, 이런 애널리스트가 시장에 혼란을 야기하는 일에 가담한 셈이다.
 
이번 삼성증권 사태에서는 우리사주 배당 입력시스템의 문제와 주식거래시스템상 한계가 그대로 노출됐다. 우리사주 조합원에 대한 현금배당은 일반주주와 달리 예탁결제원을 거치지 않고 발행회사가 직접 업무를 처리한다.
 
이번 사태로 삼성증권을 비롯한 상장 증권사는 실제 발행되지 않은 주식이 잘못된 입력으로 실제 발행된 주식처럼 입고될 수 있는 시스템상 문제를 그대로 안고 있었음이 드러났다. 
 
또 발행주식 수(8900만주)를 약 31배 초과하는 수량(28억1000만주)의 주식 물량이 입고되어도 시스템상 오류가 확인되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 내부통제는 물론, 전산 시스템상 문제가 있는 것으로도 확인됐다. 
 
실제 발행되지도 않고, 존재하지 않는 주식이 발행된 것처럼 전산에서 처리되고 매매 체결까지 이뤄지는 등 주식거래시스템 전반에 심각한 문제가 발견된 것이다.
 
특히 삼성증권의 경우 발행회사로서의 배당업무와 투자중개업자로서의 배당업무가 동일한 시스템을 통해 이뤄져 언제든 시스템상 오류가 발생할 개연성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삼성증권이 발행회사로서의 배당업무와 투자중개업자로서의 배당업무를 분리하고 서로 장벽을 둬야 했는데 이것을 하나로 처리하는 시스템상의 문제가 있었다"며 "다른 증권사들도 이런 문제가 발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지난 2013년 12월, 한맥투자증권은 선물옵션의 주문실수로 단 5분만에 400억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하고 공중분해됐다. (사진=연합)
 
> 삼성증권의 '팻핑거' 실수, 멀쩡한 증권사도 한 순간에 '풍비박산'
 
이번 삼성증권의 우리 사주 전산 오입력 사고를 '팻핑거' 오류라고 말한다. 키보드 자판보다 살찐(Fat) 손가락(Finger)로 버튼을 눌러 입력하다 사소한 숫자나 단위를 잘못 입력하는 것을 의미한다.
 
증시에서는 트레이더들이 주문을 입력하면서 저지르는 실수가 종종 발생하곤 한다. 대부분은 내부 통제 시스템을 통해 방지가 되지만, 가끔은 이를 무시하는 일도 벌어지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천문학적인 자금이 유통되는 금융 시장에서는 사소한 '팻핑거'오류 만으로 멀쩡한 증권사가 공중분해 되는 일도 발생한다.
 
국내 증시에서 이와 관련한 대표적인 사례가 한맥투자증권의 파산이다. 지난 2013년 12월, 선물옵션만기일에 한맥투자증권은 코스피200 12월물 콜옵션 및 풋옵션에서 시장 가격보다 현저히 낮거나 높은 가격에 매물을 쏟아냈다.
 
나중에 밝혀진 사고원인은 프로그램 매매에 적용된 이자율 입력 오류 때문이었다. 잔여일/365로 계산을 해야 하는데, 실수로 0을 써넣는 바람에 프로그램이 모든 코스피200 옵션에서 차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 엄청난 양의 매수 매도 주문을 낸 것이다. 
 
당시 사고는 5분간 벌어진 일에 불과했지만, 금융시장과 증권사들은 해킹이나 도발, 핵실험 등 북한발 리스크를 걱정했고, 일부는 국내외에서 대형 사고가 발생했는지를 찾아보는 등 혼란에 빠졌었다. 그 5분간 발생한 사고로 한맥투자증권은 무려 460억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하게 됐다.
 
당시 한맥투자증권의 실수 덕에 돈을 벌었던 일부 증권사는 이익금을 돌려주기도 했지만, 가장 많은 이익을 가져간 싱가포르의 한 업체가 360억원에 달하는 이익금을 돌려주지 않았고, 결국 한맥투자증권은 공중분해돼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올해에도 주문 실수로 인한 손실이 발생했다. 케이프투자증권은 2월 초 장 시작 전 코스피200 옵션의 매수·매도 주문 착오로 잘못 보낸 거래 주문이 체결되는 바람에 무려 62억의 손실을 봤다. 이는 케이프투자증권이 지난해 번 당기순이익(135억원·개별)의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다.
 
일본이나 미국, 독일, 영국에서도 비슷한 사례는 발견된다. 일본 증시에서는 2014년에도 무려 67조7800억 엔 규모의 주문 실수가 발생했으나 주문이 곧바로 취소돼 대형 사고를 피했다. 당시엔 증권사 직원이 거래량과 가격을 오인했다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2015년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는 헤지펀드와 외환거래를 하면서 신입사원이 60억 달러(약 6조원)을 잘못 입금했다가 되찾기도 했다. 
 
▲ 원승연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감원 브리핑실에서 삼성증권의 배당 오류 사고에 대한 금감원 및 금융당국의 입장과 대응방안을 밝히고 있다. (사진=파이낸셜신문 자료)
 
> 우리사주 조합 제도의 대대적 손질 필요
 
한편, 금감원은 투자자 보호 및 주식거래시스템의 안정을 위해 11∼19일(7영업일) 기간에는 삼성증권에 대해 현장검사를 할 예정이다.
 
검사 대상은 ▲ 보유하지 않은 주식이 입고돼 장내에서 매도된 경위 ▲ 직원이 대량의 자사주를 아무런 제한 없이 매도할 수 있는 내부통제시스템 문제점 ▲ 투자자 피해 보상을 위한 대응 현황 ▲ 관련 내부통제 체계 및 운영현황 적정성 등이다.
 
금감원은 "검사에서 위법사항이 확인된 경우에는 관련자 및 삼성증권에 대해 법규에 따라 엄중하게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삼성증권 검사 이후에는 전체 증권사와 유관기관 등을 대상으로 주식거래시스템 전반을 점검하고 금융위원회 등과 함께 제도 개선 등 구체적인 재발방지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자본시장의 핵심은 거래시스템에 대한 신뢰와 안정성"이라며 "국민과 투자자의 자본시장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투명하고 정확하게 정보를 제공하고 안정성을 저해하는 요인을 제거하겠다"고 말했다.
 
원 부원장은 "김기식 원장도 이번 사건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삼성증권을 비롯한 증권사 전반의 내부통제 문제로 지적했다"며 "전반적인 시스템 재검점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금감원은 삼성증권과 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4월 중 배당을 예정하고 있는 상장 증권사들에 대해서는 배당 처리 시 내부통제를 철저하게 하는 등 사고예방에 각별히 유의할 것을 촉구하기로 했다.
 
한국거래소와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은 6일 주가 급등락 당시 대량매도 계좌에 대해 선물 연계 거래 등을 철저히 분석해 시장질서 교란행위 등 불공정거래 소지가 있었는지도 조사하기로 했다. 
 
본지와 전화로 통화한 예탁원 관계자는 "이번 삼성증권 배당 오류 사건은 조사를 이제 착수했기 때문에, 자세한 것은 밝힐 수 없지만, 조사를 마친 후에는 그 결과에 따라서 제도의 개선이 있을 수 있다"고 답변했다. 금융업계 일각에서는 우리사주 조합 제도에 대해서 대대적인 손질이 가해질 수 있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현재, 각 증권사들의 우리사주조합은 조합 또는 조합원이 취득한 우리사주를 제도에 따라 한국증권금융에 예탁하고 있으며, 한국예탁결제원을 통해서 예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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