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총체적’ 문제...금융위·금감원 특별검사 착수
삼성증권 ‘총체적’ 문제...금융위·금감원 특별검사 착수
  • 임권택 기자
  • 승인 2018.04.09 08: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부통제·도덕적 해이 겹쳐...구 대표 “원인 파악과 재발 방지 약속”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9일 삼성증권 주당 배당금 사건 관련, 특별 검사에 들어갔다.  
 
삼성증권이 지난 6일 주당 배당금 지급과정에서 1천원씩 배당해야 되는데 1천주를 배당하는 사건이 발생, 시장을 대혼란에 빠뜨렸다.  
 
▲ 삼성증권은 8일 오후 구성훈 대표이사 명의로 우리사주 배당금 사고에 대한 공식사과문을 발표했다(사진= sbs cnbc 캡쳐)
 
이번 사건은 존재하지도 않은 주식이 시장에서 유통되는 과정에서 내부통제 부재, 시스템 미구축, 도덕적 해이 등 총체적인 문제가 나타난 것이다. 신뢰가 생명인 증권사, 그것도 한국 최고라 자부하는 삼성증권에서 일어난 사건이라 파장이 크다. 
 
이와 관련, 삼성증권은 "6일 오전 직원 보유 우리사주에 대해 배당금이 입금되는 과정에서 배당금 대신 주식이 입고되는 일이 발생했다"며 "원인은 담당 직원의 입력실수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삼성증권이 우리사주 조합원에게 존재할 수 없는 주식을 배당하는데 시작됐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우리사주조합의 소유주식은 283만1천620만주(3.17%)에 달해 1천주씩 배당이 됐다면 28억3천만주 가량 배당이 됐고 5일 종가 기준으로 한다면 112조6천985억원이 된다.
 
이날 삼성증권 주가는 장중 3만5천150원까지 11.68% 급락해 동반 매도한 일부 투자자들의 피해가 예상되며, 외국인이나 기관투자가들이 하락한 삼성증권 주식을 매수했다. 
 
그런데 주식을 배당받은 직원 중 16명이 501만2천주를 급하게 매도했다. 1인당 평균 31만3천주 가량 매도한 셈이다. 
 
특히 직원 중에는 입고된 주식을 100만주가량 처분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져 도덕적 해이는 물론 법원의 판단도 필요해졌다. 
 
그러나 삼성증권은 보유한 자사주가 없다. 발행주식은 8천930만주, 발행한도는 1억2천만주여서 28억3천만주는 애초 존재할 수 없는 주식인 것이다.
 
주식을 발행하려면 주주총회 등의 절차를 거처야 하지만 이런 과정 없이 존재할 수 없는 유령주식이 시스템상에서 거래되는 사상 유례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삼성증권이 28억주를 배당할 때 일종의 오류가 발생한 것인데도 시스템상으로 경고 메시지가 전혀 없고 그대로 처리된 것으로 드러났다. 전산 시스템이 비슷하다면 다른 증권사들도 삼성증권 배당착오 사태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공매도와 비슷하게 볼 수 있다는 말도 있었지만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매도하는 무차입 공매도는 법률적으로도 금지돼 있어 이번 삼성증권 위령주식하고는 다르다. 
 
이와 관련, 삼성증권 직원들이 전산 착오로 배당된 거액 자사주를 매도해 회사 주가가 폭락한 소식과 관련해 공매도를 금지해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도 제기됐다. 
 
전산 조작만으로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대량의 주식이 배당돼 일부 유통됐다는 점이 논란이 되면서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금융감독원도 이번 사건과 관련, 긴급하게 움직였다. 8일 유관기관과 함께 삼성증권을 포함한 모든 증권사의 계좌관리 시스템을 일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을 반장으로 '매매제도 개선반'을 구성해 주식관리 절차 전반을 재점검하고 확인된 문제점에 대해서는 제도 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삼성증권에 대해서는 9일 특별점검을 진행해 삼성증권이 해당 주식을 보유하지 않았음에도 어떻게 우리사주의 개인 계좌로 주식배당처리를 할 수 있었는지, 일부 물량이 장내에서 매매체결까지 이뤄질 수 있었는지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삼성증권이 해당 주식을 보유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우리사주의 개인 계좌로 주식배당 처리를 할 수 있었는지, 일부 물량이 어떻게 장내에서 매매 체결됐는지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삼성증권 사태는 모든 증권사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라며 "다른 증권사들도 가공으로 주식을 발행하고 유통할 수 있는지 재발 방지 차원에서라도 시스템을 점검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삼성증권의 내부통제 문제와도 연관된다. 삼성증권 직원이 '원'을 '주'로 잘못 입력했더라도 상급자가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했는데 그런 과정이 없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전산시스템과 내부통제 문제를 철저히 점검한 뒤 위법사항이 확인되면 엄중히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법인 차원의 제재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과 금감원, 한국거래소는 공조해 주가 급등락 당시 대량매도 계좌에 대해 연계거래 등을 철저히 분석해 시장질서 교란행위 등 불공정거래 소지가 있었는지도 조사할 계획이다. 
 
이번 삼성증권 사태는 금융회사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도 그대로 드러냈다는 지적도 있다. 
 
삼성증권은 8일 오후 구성훈 대표이사 명의로 우리사주 배당금 사고에 대한 공식사과문을 발표했다. 
 
구 대표는 신뢰회복을 위해 투자자피해 최대한 구제, 도덕적 해이가 발생 직원 엄중문책, 철저한 원인파악과 재발방지 등의 방침을 밝혔다. 
 
구 대표는 사과문에서 "배당금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일부 직원이 매도해 주가의 급등락을 가져온 것은 금융회사에서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잘못된 일로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전 임직원을 대표해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저 또한 삼성증권 대표이기에 앞서 한 명의 투자자이기에 이번 사태에 대해 더욱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이제 어떤 사죄의 말보다 진심 어린 행동이 필요한 순간이라는 점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삼성증권의 사건으로 삼성증권은 물론 전 증권사 내부통제, 시스템 정비 등 점검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합정동 386-12 금성빌딩 2층
  • 대표전화 : 02-333-0807
  • 팩스 : 02-333-0817
  • 법인명 : (주)파이낸셜신문
  • 제호 : 파이낸셜신문
  • 주간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8228
  • 등록일자 : 2009-4-10
  • 발행일자 : 2009-4-10
  • 간별 : 주간  
  • /  인터넷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825
  • 등록일자 : 2009-03-25
  • 발행일자 : 2009-03-25
  • 간별 : 인터넷신문
  • 발행 · 편집인 : 박광원
  • 편집국장 : 임권택
  • 전략기획마케팅 국장 : 심용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임권택
  • Email : news@efnews.co.kr
  • 편집위원 : 신성대
  • 파이낸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파이낸셜신문. All rights reserved.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