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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지배구조 개선에 재등장한 '엘리엇'...주주행동주의 긍정적

황병우 기자 | 기사입력 2018/04/06 [13:37]

현대차 지배구조 개선에 재등장한 '엘리엇'...주주행동주의 긍정적

황병우 기자 | 입력 : 2018/04/06 [13:37]

엘리엇,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선에 일단 환영…지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공개 반대

 

▲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28일 현대모비스의 사업분할과 현대글로비스와의 부분합병 등을 통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내용의 기업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사진=현대차그룹) 

 

[파이낸셜신문=황병우 기자] 지난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반대해 국내 투자자들에게 낯익은 엘리엇이 현대차 그룹의 지배구조 개선방안 발표와 함께 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흥미로운 점은 삼성물산 합병 때와 달리 분위기기 상당히 우호적이다. 당시 삼성은 엘리엇에 대해 '투기자본'이라고 공격하는 등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했다. 그러나, 현대차는 층분히 대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약 1조원에 달하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분을 확보하고 출자 및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추가적인 조치를 요구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계열 투자자문사인 엘리엇 어드바이저스 홍콩은 4일 보도자료를 통해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3개 기업의 보통주로 10억달러에 달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의 주요 주주로서 현대차그룹이 지속가능한 기업구조로 개선을 시작한 것에 환영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엘리엇은 "출자구조 개편안은 고무적이나 회사와 주주를 포함한 이해 관계자를 위한 추가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경영진이 현대차그룹 각 계열사 기업 경영구조 개선과 자본관리 최적화, 그리고 주주환원을 어떻게 달성할지에 대한 더 세부적인 로드맵을 공유할 것"을 요청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28일 현대모비스의 사업분할과 현대글로비스와의 부분합병 등을 통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내용의 기업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엘리엇은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선 "현재로선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기 어렵지만, 추후 다시 공개하겠다"고 말해 후속 발표를 예고했다.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면 그 내용에 따라 압박의 강도를 조절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진다.

 

로이터통신은 엘리엇의 반응에 대해 미국과 중국에서 판매 둔화에 어려워진 현대차에 또 하나의 숙제를 던졌다고 분석했다.

 

▲ 폴 엘리엇 싱어(Paul Elliott Singer) 엘리엇 매니지먼트 회장 (사진=위키피디아)

 

> 삼성에 이어 현대차까지 흔들고 있는 엘리엇의 정체는?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지난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추진 당시 법적 소송을 불사할 만큼 강하게 반대했던 것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다.

 

엘리엇은 지난 1977년 설립된 행동주의 헤지펀드로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다. 사명은 억만장자 투자가이며 회장인 폴 엘리엇 싱어의 이름에서 따왔다. 현재 운용자산은 350억달러, 우리돈으로 37조원 규모다.

 

이 헤지펀드는 수년 전부터 글로벌 투자의 트랜드로 자리잡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요소를 투자 프로세스에 적용해, 그 중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한 구조조정이나 경영전략, 지분 및 출자구조 개편 등을 요구하는 방법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행동주의 헤지펀드'로 잘 알려져 있다.

 

엘리엇 어소시에이츠와 엘리엇 인터내셔널이라는 두개의 펀드를 운용하며, 지난 2015년 재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정에서 경영참여를 목적으로 지분을 상당수 매입한 것은 당시 145억달러에 달하는 운용자산의 엘리엇어소시에이츠였다.

 

엘리엇은 차익거래(컨버터블 아비트리지)와 부실채권 투자에 집중해 수익을 추구하는 모습을 종종 보이고 있지만, 지분투자를 통해 기업 경영에 참여하고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로 투자자와 주주의 가치를 높이는 것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때문에, 투자자들 사이의 이해관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단기차익을 노리는 일반적인 헤지펀드들과는 다르게, 엘리엇은 대주주와 경영진을 상대로 영향력을 행사하며 주가를 끌어올리는 전략을 사용하는 등의 모습으로 '소액주주의 대변자'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 지난 2015년 악셀 키실로프 아르헨티나 재무장관은 채권단과의 협상후 기자회견에서 "미국 헤지펀드들이 주도한 채권자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결국 채무상환을 수용하지 못하고 디폴트를 선언했다. (사진=연합) 

 

그러나, 이러한 호평과는 전혀 다른 이면의 모습도 있다. 엘리엇은 경제위기에 직면한 국채와 회사채를 헐값에 매입해 변제권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형태로 막대한 차익을 챙기는 벌처펀드의 성향도 지녔다는 악평도 있다.

 

'벌처 펀드'는 파산했거나 위기에 빠진 기업의 주식이나 채권을 헐값에 인수해 기업이 어느 정도 정상화 됐을 때 비싼 값으로 매각하거나 보유 채권을 이용해 막대한 차익을 챙기는 이른바 '구조조정' 전문 펀드다.

 

영국 시사지 가디언은 이러한 엘리엇에 대해 "지급가능성이 있는 부실채권을 저렴하게 매입해 수익을 내고 팔거나, 변제가능성이 희박해진 경우에는 소송을 통해 원리금을 받아낸다"고 보도했다. 

 

2014년 아르헨티나 부실채권 투자로 유명해진 엘리엇은 과거에도 패루와 콩고의 부실채권에 투자에 높은 수익을 챙기기도 했다. 당시 엘리엇을 비롯한 헤지펀드는 2014년 5월 미국 등 19개국으로 구성된 채권국(파리클럽)이 진행한 97억달러에 이르는 아르헨티나의 국가채무 조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들은 지난 2008년 아르헨티나 부실채권을 헐값에 매입한 뒤, 아르헨티나에 채권 원리금과 이자를 모두 갚으라며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으며, 미 대법원은 아르헨티나에 15억 달러를 갚으라고 최종판결했다. 이에 아르헨티나 정부는 채권 상환이 어려워 지자, 결국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고 말았다.

 

▲ 엘리엇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제일모직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결정됐다면서 공개적으로 반대하기도 했다. (사진=연합) 

 

>엘리엇, 삼성에 이어 현대차도 공격할까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공개적으로 반대하면서 국내에서 유명해졌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 7.12%를 매입한 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으로 인한 주식교환 비율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제일모직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결정됐다면서 주주총회 소집 및 합병 결의를 막기 위한 가처분신청 등 각종 소송을 진행했다.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흡수합병 후에도 공격은 계속됐다. 2016년엔 삼성전자에 지주회사 전환과 30조원 규모의 특별 배당 등을 요구했고, 삼성전자가 상당 부분을 이를 수용해 꽤나 높은 수익을 올렸다.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막대한 시세차익을 노리고 국내 대기업에의 경영참여 등으로 영향력을 끼친 일은 이미 여러차례 있다. 

 

소버린은 지난 2003년 SK글로벌 분식회계 사태 이후 SK 주식을 집중 매입해 2대 주주로 올라선 후 경영진의 퇴진을 요구하다 1조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얻었다. 그러나, 2005년 LG와 LG전자 지분을 대규모로 매입했지만, 1개월만에 전량 매도해 500억원이 넘는 손실을 입기도 했다.

 

또 다른 헤지펀드인 칼 아이칸은 2006년 KT&G 주식 5.69%를 사들여 2대 주주로 올라선 후 경영권 분쟁을 벌이다 1500억원의 매도 차익을 벌어갔다.

 

다만,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발언한 엘리엇이 과거 삼성물산 합병 당시 보여준 모습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지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다. 

 

고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라는 점에서 현대모비스의 일부 사업부의 분할·합병과정에서 피해가 있을 수 있다고 볼 경우 엘리엇은 추가적인 지분매입과 함께 경영 참여 등 직접적인 행동에 착수할 가능성이 크다. 

 

▲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현대차그룹의 대응과 추가적인 지배구조 개선 방안에 따라 엘리엇의 향후 움직임이 결정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사진=황병우 기자)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현대차그룹의 대응과 추가적인 지배구조 개선 방안에 따라 엘리엇의 향후 움직임이 결정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엘리엇이 지적한 것은 현대차그룹의 이번 지배구조 개선 방안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 3사 인적분할 후 지주회사로 합병이라는 시장에서 예상한 '3사 분할합병' 방안보다 주주들이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대차그룹 발표에 대해 공정위는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주주들에게는 얻는 것이 거의 없어 발표 이후 주가는 오히려 내려갔다"며, "현대차그룹은 이번에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큰 그림만 언급한 것에 그치고 전체에 미칠 실질적인 작은 그림에 대해서는 충분한 이야기를 안해서 엘리엇이 추가 설명을 요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방안은 삼성이나 SK 등 다른 대기업이 추진한 것과 달리 투자자들에게 생소한 것"라며 "엘리엇이 총대를 메고 현대차그룹을 압박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고태봉 연구원은 "엘리엇이 현대차그룹과 사전 조율을 하고 투명경영위원회 등을 통해 압박하다가 만족하지 않으면 결국 주총에서 반대할 소지가 있다"면서 "엘리엇이 나서면 현대모비스 지분 47%를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동조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헤지펀드가 지분 매입과 경영권 참여 등의 모습을 보일 때에는 기업이 주가가 부진하고 성장이 주춤할 때"라면서,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국내 대기업들은 행동주의 펀드 입장에서 충분히 개입할만한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윤지호 센터장은 "엘리엇은 현대모비스가 현대글로비스에 모듈·AS사업부문을 넘겨주는 것에 대해 다른 보상 방안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현대차에 대해서도 주주이익 방안을 요구할 것이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다"고 강조했다.

 

▲ 정승혜 모닝스타코리아 리서치팀장이 지난달 27일 모닝스타 글로벌세미나를 통해 글로벌 투자회사들의 투자기준이 단순히 수익을 추구하는 것에서 지속가능성 투자로 변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황병우 기자)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에 발언한 이유는

 

엘리엇이 현대차 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에 보유 지분을 밝히면서 추가적인 방안을 요구한 것은 수년 전부터 글로벌 투자시장에서 주류 트랜드로 자리잡은 '지속가능성 투자'가 가장 큰 이유로 분석된다.

 

펀드분석과 평가로 잘 알려진 글로벌독립투자리서치 업체 모닝스타코리아는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2018 모닝스타글로벌 세미나를 통해 '지속가능성 투자'가 주요 글로벌 투자회사들의 투자기준이 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승혜 모닝스타코리아 리서치팀장은 "지속가능성(ESG)투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등 세 요소를 투자 프로세스에 통합하는 접근방법"이라며, "지속가능성투자를 지금 이야기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하지만, 글로벌에는 이미 주류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모닝스타코리아에 따르면, 지배구조 부문의 요소로는 뇌물과 부패, 이사회 구조 및 규모, 신뢰성, 기업인수규제, 최고경영자 이원성, 임원보수 구조, 주주권리, 투명성 등이다. 글로벌 투자 운용자산 중 지속가능성 투자자산은 23조 달러에 달하며, 2014년 이후 25.7% 성장했다고 모닝스타코리아는 설명했다.

 

▲ 현대차는 부진에 빠진 북미시장 점유율을 회복하기 위해 최근 신형 싼타페의 생산라인을 기아차(KMMA) 조지아공장에서 현대차(HMMA) 앨러바마공장으로 이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사진은 지난달 21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진행된 현대차 신형 싼타페 공식 출시행사에서 (왼쪽부터) 이광국 현대자동차 국내영업본부장(부사장)과 루크 동커볼케 현대디자인센터장, 허재호 현대자동차 이사가 포즈를 취하는 모습. (사진=황병우 기자)

 

모닝스타코리아의 설명을 기준을 바탕으로 바라보면, 엘리엇의 현대차그룹을 향한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추가적인 요구들은 지속가능성 투자 중 지배구조 부문을 특히 강조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업계에서는 엘리엇이 실제로 현대차그룹의 경영권을 흔들지는 못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엘리엇이 보유한 현대차그룹 및 계열사 지분 총액이 1조원에 달한다고 하지만,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의 합산 시가총액이 3일 종가 기준으로 73조원이 이른다는 것을 바탕으로 엘리엇의 보유 지분율은 2%도 안되는 것으로 계산된다. 

 

물론 엘리엇이 밝히지 않은 현대차그룹 계열사 지분이 더 있을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롯데나 SK등 타 대기업과 달리 정의선 부회장이 일선에 직접 나서지 않고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있을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비친다.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는 엘리엇에 대해 언론을 중심으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현대차그룹이 국내 뿐만 아니라, 북미와 유럽, 중국 등에서 공장을 세우고 사업을 진행 중이며, 주식시장에서 전체 외국인 지분이 46%에 달하기 때문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엘리엇의 추가요구 발표 직후 공식적으로 "향후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투자자 이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노력할 것이며 국내외 주주들과 충실히 소통할 계획"이라고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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