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돈 “우리 금융시장 국제 면역력 높여야”

본지 단독 인터뷰…올해 세계경제 및 한국 경제‧금융 진단

이유담 기자 | 기사입력 2018/01/05 [15:43]

정규돈 “우리 금융시장 국제 면역력 높여야”

본지 단독 인터뷰…올해 세계경제 및 한국 경제‧금융 진단

이유담 기자 | 입력 : 2018/01/05 [15:43]

[파이낸셜신문=이유담 기자] “국제 금리·물가·환율 등 가격의 통제된 부분, 아직 실현되지 않은 가치들에 주목하고 대비해서 결과적으로 우리 금융시장 문제를 우리가 책임질 줄 알아야 합니다.”

 

정규돈 국제금융센터 원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금융이란 실물 변화를 빨리 잡아내 가격에 빨리 반영시키는 것”이라며 “세계 금융시장의 가려진 가격들을 최대한 예단하고 국제 금융 이벤트에 휘둘리지 않도록 우리 금융시장의 면역력을 키워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규돈 국제금융센터 원장이  3일 은행회관 3층 원장실에서 주요 글로벌 리스크와 국내 경제‧금융 향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유담 기자)

 

국제금융센터는 외환위기 재발방지를 위해 지난 1999년 설립된 이래 지금까지 주요국들의 금융정보를 조기 수집‧분석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뉴욕의 블룸버그 등 금융전문통신 및 투자은행(IB)의 자료, 각종 리서치 유료자료를 통해 국제금융 정보를 잡아내고 국내 리스크를 관측해 올바른 정책 방안을 유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정 원장을 만나 올해 세계경제 및 한국 경제‧금융에 대한 진단을 들어보았다.

 

-올해 세계경제를 어떻게 전망하는지.

 

 “올해는 세계경제가 전반적으로 물가안정 하에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되는 골디락스 상태를 보일 것이다. 미국은 고용여건이 개선돼 가계소비가 늘어나고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정책이나 인프라투자 가세가 겹쳐 견고한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다. 유로존은 완화적 금융여건으로 내수 중심의 성장모멘텀이 유지되는 한편 2019년 3월 브렉시트 발효를 앞둔 불확실성 등으로 회복세는 다소 제약될 전망이다. 일본은 통화정책 완화기조가 유지되고 일손부족 등으로 고용 및 소득여건은 개선되지만 장래 불안으로 인한 가계소비 부진은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경우 시진핑 2기 정부가 질적 성장을 위해 부동산시장 과열 및 금융리스크 억제, 환경규제 강화 등을 추진하면서도 안정 성장을 중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가 관심 가져야 할 글로벌 리스크 요인은 무엇인가.

 

 “미국 국제금융협회 사무총장이 언급했지만 중국의 신용 리스크가 굉장히 중요한 리스크로 지목되고 있다. 2016년 1월 중국에서 자본이 유출되면서 중국증시가 떨어지고 우리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부족한 달러를 한국의 달러로 끌어다 쓴 것인데 이 리스크는 끝났다고 보기 어렵다. 앞으로도 중국 리스크는 잠복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 금리는 계속 영향을 받게 된다.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중국 리스크 충격에 대한 면역력을 높이면서 금융이든 외환이든 건전성을 유지하고 중국 의존도를 계속 줄여가야 하는데 하루아침에 될 일은 아니다. 아울러 북한 리스크도 빼놓을 수 없다. 국제 사회의 대북제재 강화가 북한 도발을 억제시킬 것이므로 대화 여지가 작년보다 높아질 수 있다.”

 

-시진핑 2기 중국 정부의 정책방향에 따른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시진핑 2기는 우리와 같이 ‘혁신’을 기반에 둔 신성장 동력 확충 노력을 강화하려고 하고 있다. 중국의 성장둔화 및 수입대체 증가 등으로 우리경제는 동반성장 측면에서 제약을 받게 된다. 그러한 과정에서 서비스업 등이 신규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게 된다. 중국 신용 불안의 국내 전이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국내 금융 시장의 너비와 폭을 확대하는 금융안정을 도모하면서 우리 산업구조가 반도체 등 특정산업에 치중된 것을 개선해야 한다. 베트남, 인도 시장을 개척하여 중국발 글로벌 밸류체인(가치사슬) 변화에 대응하는 노력도 강화해야 한다.”

 

-올해 국제유가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올해도 세계 경기회복에 따른 견조한 수요증가세로 리밸런싱(재균형)이 지속돼 유가는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셰일밴드 효과로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이다. 주요 IB들은 서부텍사스산 유가 평균 전망을 작년 51달러에서 올해 52달러 내외로 올려잡았다. 대표적 강세론자인 골드만 삭스는 57.5달러로 다소 높은 전망치를 내놓았다. 한편 유가는 세계 수요회복 가속화나 미국 원유수출 급증에 따른 상방요인, OPEC 감산결속력 약화,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 및 달러화 강세,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하방 요인 등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원화의 향방과 국내 금리는 어떻게 전망되는지.

 

 “상당수 시장 참가자들도 원화강세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고, 해외투자은행들은 올해 글로벌 달러 약세기조 속에서 대내외 경제여건 호조, 외화 공급우위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1100원을 계속 밑돌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하지만 원화강세 전망에도 불구하고 대내외 여건을 감안하면 추가 원화강세는 일정 수준에서 제한되고 반등할 여지도 상당해 원·달러 환율이 1070~1150원 범위 내에서 등락이 예상된다. 미국의 재정확대로 인해 금리상승 및 달러 강세가 발생할 수 있는 점과 북한의 예측하기 어려운 부분들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현재보다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금리는 결과적으로 작년보다 더 오를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성장이 견고하고 미국 금리가 우리나라 금리보다 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 기준으로 약 20bp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뜨거운 감자였던 가상화폐의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일본에서도 비트코인 거래를 특정한 조건 하에서만 허락하고 그 거래로 큰 돈을 벌지 못하게 하기 위해 세금을 매기고 있다. 우리도 과세를 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의 정보를 종합해본 결과 가상화폐는 ‘달러 패권의 연장’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미국 입장에서 비트코인 거래를 환영하는 이유는 비트코인 거래가 달러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거래를 선물거래로 허용한 것은 수수료를 달러로 받기 때문이다. 가상화폐는 거래대상일 뿐 거래의 매개인 통화라고 볼 수 없다.”

 

▲ 정규돈 국제금융센터 원장(왼쪽)이 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8년 범금융 신년인사회에서 김태영 은행연합회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이유담 기자)

 

-새 정부 주요 경제정책 가운데 눈에 띄는 내용은 무엇인가.

 

 “정부는 ‘사람중심 경제’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추구하면서 3대 전략을 내세웠다.우리 센터는 그중에서 ‘거시경제 안정’과 ‘중장기 구조적 도전과제 대응’에 관심을 갖고 있다. 거시경제 안정 부문에서 리스크 관리 측면 즉, 가계부채 관리가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하고 있다. 구조개선에 있어서는 고령화에 잘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들 정책 모두 정부 차원 이상의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고 광범위한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본다.”

 

-새 정부의 화두는 혁신경제다. 국내 산업구조가 이를 뒷받침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혁신성장 추진은 다른 나라도 다 하고 있는 부분인데 우리나라는 아직 실천이 잘 되지 못하고 있다. 미국·독일·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ICT(정보통신기술)와 제조업 융합을 중심으로 민‧관이 공동으로 4차 산업혁명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각 부처별로 인공지능, 스마트공장 등을 포괄하는 종합계획을 수차례 발표하고 관련법 발의가 진행되고 있으나, 범정부 차원 대응은 부족한 실정이다.”

 

-혁신성장 경제정책에 맞는 산업구조는 어떤 모습인가.

 

 “우리는 제조업 비중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다양한 영역의 기술 결합을 통한 ‘스마트공장’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 제조업 경쟁력을 놓치지 않으면서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와의 융합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최근 출범한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토대로 4차 산업혁명에 의한 패러다임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범정부 차원의 전략 및 실행이 시급하다. 중장기적으로는 우리교육 시스템 자체도 바꿔야 한다. ‘혁신 아이디어’가 부가가치를 높이는 4차 산업혁명 시류에 걸맞게 코딩 및 프로그래밍 교육체계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 방향에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와 함게 ‘일자리 중심 경제’ 등 4개 축에 초점을 맞춰 경제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특히 일자리 중심 경제 부분은 일자리 예산을 마련해 집행하고 있고 각 부처도 다양한 정책방안들을 모색 중인 만큼 뜨거운 이슈다. 무엇보다 세대별 일자리 창출의 균형 모색과 서비스산업 일자리 창출이 관건이라고 본다. 젊은 층의 고용은 사회단절을 예방할 수 있는 힘이다. 때문에 올해는 고용 흡수가 높은 서비스 산업과 더불어 금융 등의 네트워크산업을 키워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연공형 이중노동시장을 ’직무형‘ 단일노동시장으로 전환하기 위한 노사합의가 절실한 상황이다.”

 

-현재 노동환경과 노사문화에 대해 지적한다면

 

 “보다 장기적인 한국 경제의 목표로 삼고 이를 위한 사회적 합의 도출이 선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개별 기업들의 노사 협력도 필요하지만, 정부가 협력을 위한 대화의 틀을 키우고 제도적 보완을 마련하는 등 ‘공정한 중재자’ ‘현명한 가이드’ 역할을 중시해야 한다고 본다. 사용자 중심의 노동시장 제도나 관행을 개선하고 정규직화 및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비용분담에 대해서도 갈등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올해 주력산업 수출시장 전망은.

 

 “글로벌 경기 개선에 따라 주력산업 수출도 긍정적으로 전망되지만 한미 FTA 재협상 등 불안요인도 상존해 있다. 반도체는 신흥국으로의 글로벌 경제 선순환이 진행되면서 반도체 수요 증가가 기대되고 수출도 호조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철강은 글로벌 과잉공급 해소 추세가 이어지고 중국의 철강산업 구조조정 등으로 수출 개선세는 유지될 것이다. 석유화학은 글로벌 경기회복이 수출 증가를 견인할 수는 있지만 중국 경기 개선 여부나 글로벌 공급 증가 가능성 등 불안요소도 있다. 자동차는 글로벌 경기 회복세, 신차효과 등으로 수출은 증가할 것이지만 미국과의 통상마찰, 경쟁 심화 등으로 성장이 제한적일 수 있다. 기계‧조선 등 주요 산업들 수출은 완만하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규돈 원장은 1985년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97년 5월 미국 펜실베니아대 경제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2004년 기획예산처 기금제도과장과 금융기금과장, 2010년 통계청 경제통계국장, 2015년 기획재정부 대외경제국장을 지냈으며 2016년 6월부터 국제금융센터 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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