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금융인맥➀] 금융산업 발전은 인사로 출발한다
[한국의 금융인맥➀] 금융산업 발전은 인사로 출발한다
  • 임권택 기자
  • 승인 2018.01.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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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시리즈] 한국의 금융인맥➀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올 신년사에서 "사외이사 등 이사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강화해 이사회 운영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오는 2월 만기되는 사외인사부터 물갈이가 예상된다. 
 
이와 관련,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면서 부금회(釜金會)가 수면위로 부상했다. 박근혜정부의 서금회(西金會)에 이어진 것이어서 금융의 낙후성을 다시 한 번 실감하는 계기가 됐다. 부금회는 부산연고 수도권의 금융인들의 모임이다. 부금회는 2016년 3월에 결성됐고 50여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 5대 시중은행 전경  (사진=이유담기자)
 
그간 부금회는 수도권에서 부산의 금융중심지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는 등 긍정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아직 인맥으로 자리를 잡지 못했으나 부산 출신인 문재인 정부에서 급격히 부상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서금회는 서강대 출신 금융인들의 모임으로 홍기택 전산업은행장, 이광구 전우리은행장들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렇듯 한국의 금융은 실력보다는 출신지역이나 학연 등이 그간 좌지우지 했다. 그러다보니 세계 10위권 경제국가임에도 금융산업만은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지난 2014년 9월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한국의 금융경쟁력 순위는 144개 조사대상국 중 80위다. 은행건전성부문은 122위, 대출편리성부문은 120위로 세계 꼴지에 해당한다. 한국과 비슷한 국가로 우가다, 네팔, 코트부아르와 같은 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우리언론에서는 매년 금융인사철만 되기만 하면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면 인사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결국 ‘인사(人事)가 망사(亡事)’로 귀결되어졌다.
 
한국의 금융산업이 낙후된 것은 무엇보다도 금융을 서비스기관이니 공익기관이니 하면서 산업으로 인정하지 못한데 기인한다. 금융산업이나 금융기업이 아니다보니 마치 인사부터 정치나 관에서 좌지우지했다. 관치금융, 정치금융의 시작이 된 것이다.
 
학연이나 지연이 한국의 금융산업에 깊게 자리 잡은 것은 아주 오래됐다. 근대화에서 현대화로 발전하면서 뿌리 깊은 고질적인 적폐인사는 철저하게 금융계를 좌지우지 했다.
 
지난 반세기가 넘는 동안 국민의 지지와 정통성을 확보하지 못한 권위주의 정권은 권력기반을 강화하기 위하여 통치권자의 출신지역을 모든 부문에서 우대하게 됐고 경제의 혈맥이라 할 수 있는 금융은 지역차별의 대표적인 산업이 됐다. 이는 결국 망국적인 지역감정의 주범이 되어 지금까지 한국의 금융산업을 이끌고 있다.
 
차별적인 금융인사는 과거 3공화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정희정권에서부터 노태우정권에 이르기까지는 소위 ‘TK 공화국’이다. 대구, 경북출신들이 권력의 요직은 물론 금융, 세정분야를 독식해왔다. 호남출신들은 아예 발을 못 붙일 정도로 편중된 인사였고 30년 이상을 특정 지역출신이 정권을 잡다보니 시작은 비슷하나 일정기간이 세월이 흐르면서 찬양지차로 벌어지는 형국이 됐다.
 
이는 기업의 성장과도 맥을 같이한다. 한국경제를 이끌어가는 재벌들의 오너 면면을 보면 대부분 대구 경북출신이다. 기업의 생사여탈권을 쥔 은행들의 지원이나 대출로 성장을 했기 때문이다.
 
김영삼 정부가 출범하면서 학연 지연중심의 인사는 막을 내릴 것으로 국민들의 기대가 컸으나 역시나로 막을 내렸다.
 
문민정부라 기대를 모았지만 김영삼 정부는 지역적이동만 있을 뿐 행태는 여전했다. 마침내 ‘PK 공화국’이라 일컫는 부산 경남 출신들이 요직을 차지한 것이다. 권력 요직은 물론 금융 등 모든 핵심분야에 대통령 출신지역, 출신고등학교 인사들이 대거 포진을 하고 하나의 인맥을 형성했다.
 
특히 우리나라 경제정책을 수립하고 예산, 금융, 세정 분야를 총괄하는 부서인 재정경제원 및 산하기관의 요직은 여지없이 PK인사들로 채워졌다.
 
이러한 지역적인 편중인사는 정도는 덜한지만 김대중정부에서도 여전했다. 대통령 출신지역인 호남과 목포상고가 부상했으며 노무현정부에서는 부산상고가 두드러졌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소망교회 장로출신이라 그런지 ‘소금회(소망교회금융인선교회)’ 이어 고소영(고려대출신-소망교회인맥-영남출신‘이 주도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박근혜 정부에서는 서금회가 부각을 했고 다시금 문재인 정부에서는 부금회가 갑자기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아직은 문재인 정부 초기라 각종 인사정책을 평가하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어 보인다.
 
바라건대 금융산업은 고도의 능력있는 전문적인 인사가 경영을 해야만 한다. 한국금융산업이 낙후된 것은 전근대적인 인사로 능력없는 인사들이 주요 요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한국의 금융기관에는 기업을 평가할만한 인사들이 없다고 단정할 정도다. 넘치는 돈이 은행에 쌓여져 있지만 운용할 만한 인재가 없어 놀리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웃나라인 중국은 단계를 넘어 인터넷금융, 모바일 금융이 활성화 되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도 제도변화에서 멈춰서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것은 금융을 보는 시각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 기저에는 인사에 잇음은 자명하다 할것이다.
 
본지는 2018년 새해를 맞아 ‘한국의 금융인맥’ 시리즈를 기획하면서 원인분석과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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