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제 금융연수원장 “금융 글로벌 인재양성 절실”
조영제 금융연수원장 “금융 글로벌 인재양성 절실”
  • 이유담 기자
  • 승인 2017.12.10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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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단독인터뷰…연수원 현안과 금융산업 미래 엿보다
한국금융연수원은 국내 은행들의 글로벌 영업 경쟁력을 높이고 해외 한인은행 직원들에게도 현지 영업에 필요한 인성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금융인재 양성의 산실 역할을 하고 있다.
3년째 금융연수원을 이끌고 있는 조영제 원장(60)은 그동안 몽골금융연수원, 인도네시아금융연수원, 아랍에미리트금융연수원, 미국한인은행 뱅크오브호프 등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교육프로그램 협의, 교육스킬 공유, 제4차 산업혁명 및 미래 교육방향에 관한 정보교류 등 글로벌 협력을 강화했다.
조 원장을 직접 만나 금융연수원의 현안과 금융산업의 미래에 대해 들어보았다.
▲ 조영제 한국금융연수원장이 임원실 서재에서 활짝 웃으면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이유담 기자)
-금융연수원이 그동안 외국 연수기관들과 어떤 협력을 했는가.
“우리 금융기관들의 해외영업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외국 연수기관들과 연수프로그램을 공유하고 해당국 감독정책, 영업환경, 문화적 특성 및 국민들의 정서 등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우선 인도네시아금융연수원과는 우리나라 은행 직원들이 현지 근무를 위해 사전에 취득해야 하는 자격증을 국내에서도 취득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 또 아랍에미리트금융연수원은 우리 직원들이 이슬람금융 관련 연수를 원할 경우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몽골금융연수원은 한국의 선진금융기법에 관한 연수를 원해 칸은행 및 학스은행 직원들을 대상으로 연수를 실시했고, 몽골 현지에서 세미나도 개최했다. 지난 10월 미국 한인은행인 뱅크오브호프 LA 본점에서 지점장들을 대상으로 한국인의 민족성과 영업전략, 리더쉽, 코칭스킬 등에 관한 교육을 실시했다.”
-해외에서는 한국 금융산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외국인의 한국 투자가 활발해졌지만 아직은 해외에서 우리 금융산업을 높게 평가하지는 않는다. 해마다 스위스의 세계경제포럼은 각국의 경쟁력을 평가하고 있는데, 한국은 금융부문에서 2015년 87위, 지난해에는 80위, 올해에 74위였다. 이런 평가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지만 외국에서 그만큼 우리 금융산업을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문제는 우리 금융산업이 그동안 국내시장에서 ‘우물안 개구리’ 식 영업에 만족해 왔다는 점이다. 남부럽지 않은 환경을 두고서도 글로벌 영업은 부진했다. 홍콩이나 싱가폴은 금융만 있지 제조업이 약한 데 비해 우리는 제조업이 강하다. 금융회사와 실물기업이 협력해 동반 성장을 추구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얼마든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 2014년 9월 26일 중국에서 열린 세계은행감독자회의에서 조영제 한국금융연수원장과 리커창 중국 총리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국금융연수원)
-금융연수원에서 글로벌 분야 전문과정을 교육하나.
“지난해 5개월 코스의 글로벌 금융리더 양성과정을 개설해서 금융회사 직원 20명을 대상으로 글로벌 금융업무를 가르쳤다. 해외 금융기관 실무자들을 강사로 초빙해 주로 사례 중심의 실무교육을 영어로 강의했다. 그리고 런던, 싱가포르, 홍콩에 일주일씩 보내 현지 금융회사 직원들과 치열한 토론을 하게 했다. 영어를 할 줄 알고 글로벌 업무만 익힌다면 글로벌시장에서 네트워크를 쌓아가며 스스로 비즈니스 영역을 넓혀갈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내년에도 글로벌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지만 희망자가 적어 아쉽다.”
-국내 금융회사의 글로벌 진출이 부진한 이유는.
“글로벌 영업은 고급인력, 펀딩능력, 고급정보 등을 필요로 한다. 국내 금융회사들은 모든 것이 약하다. 그래서 선진 금융회사들에 비해 글로벌 영업에서 성공사례를 많이 축적하지 못했다. 간혹 엄청난 보수를 주며 외국에서 고급인력을 수혈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한국식 조직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떠났다. 이런 방식 보다는 갓 들어온 신입직원들을 긴 안목을 갖고 체계적으로 훈련시키는 것이 좋다. 글로벌 업무에 특화될 가능성을 보고 신입 단계에서부터 전략적으로 고급인력을 키워야 한다. 이렇게 길러진 인력들이 꾸준히 해외 네트워크를 쌓아가며 활발한 정보교환과 협업을 추구한다면 우리도 글로벌 영업에서 경쟁력을 발휘하는 날이 머지않을 것이다.”
▲ 서울 삼청동에 자리한 한국금융연수원 전경 (사진=이유담 기자)
-최근 금감원에서는 레그테크(Regtech)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했는데.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이 빚어내는 기술은 사람이 하는 업무를 쉽게 해주는 것일 뿐 최종적인 판단은 결국 사람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레그테크 또한 감독을 쉽게 하기 위한 툴로서는 유용한 수단이 되겠지만 인간의 결정을 대신할 수는 없다. 레그테크는 축적된 경험을 분석하여 추세적 판단을 하는 부분에 유용할 것이다. 예컨대, 주가조작이나 시세조정 등 불공정행위를 파악할 때 축적된 정보를 분석해 숫자의 특이동향 등을 찾아내는 방식 같은 것이 그것이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이 금융산업을 파고들수록 인력조정은 불가피할 것 같은데.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일자리를 뺏어갈 것이라는 두려움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스마트뱅킹이나 인터넷뱅킹 등이 보편화된 시대에도 디지털 금융에 익숙하지 못한 중장년층이 이용할 거점점포와 인력은 있어야 한다. 또한 새로운 디지털 금융환경 하에서는 까다로운 고객들의 수요를 충족시킬 금융서비스를 계속 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한 고품질 인력 수요는 앞으로 증가할 것이다. 구조조정을 무조건 인력감축으로 인식하는 선입견은 금물이다. 경영진은 미래 사업흐름을 예견하고 기존 직원들을 미래 사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변화되는 환경에 노출시키고 교육을 시켜 최대한 끌어안고 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래 금융은 소위 플랫폼 시대라고 한다. 차세대 플랫폼은 어떤 형태가 인기를 끌 것으로 보는가.
“앞으로 금융의 플랫폼은 금융회사 머리 위에 존재하는 형태가 될 것 같다. 소비자는 이제 완성된 상품을 고르는 것에 만족하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니즈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프로슈머(프로듀서 겸 컨슈머)로 바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수요구상이 있고 이것을 만족시킬 금융회사를 찾을 텐데, 그런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 바로 미래의 금융플랫폼 모습이다. 특히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밀레니엄 세대의 까다로운 수요들을 어떻게 한 발 먼저 캐치하고 맞출 수 있느냐가 금융회사의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다. 앞으로 금융에도 초지능, 초연결 시대가 올 텐데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자유롭게 활용하며 보다 효율적으로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시킬 능력을 갖춘 IT 업체가 보다 유리한 입지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지난 9월 준공된 한국금융연수원 합숙소 전경 (사진=이유담 기자)
- 금융연수원을 거쳐 간 최고경영자는 누가 있는지.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공직에 들어오기 전에 은행을 다니면서 금융연수원 신용분석사 과정 연수에 참가해서 자격증을 땄다. 은행장 중에는 김도진 IBK은행장이 예비경영자 과정 1기생 출신이고, 김주하 전 NH농협은행장이 여기서 연수를 받았다. 또 일부 저축은행장과 제2금융권 CEO들도 최고경영자 과정을 거쳤다.”
-미래 금융계에 어떤 기대를 걸고 있는가.
“앞으로 우리 경제를 이끌 성장동력은 금융 등 3차 산업이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내걸었던 혁신성장과 맥이 통하는 부분이다. 유망한 스타트업 기업들이 나와서 혁신성장을 이끌어야 하고, 이때 주도적 지원을 해야 하는 부문이 금융이다. 금융이 잘되려면 보다 긴 안목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고 4차 산업혁명 등 메가 트렌드의 물결에 편승하여 새로운 수익모델을 끊임없이 찾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금융이 실물기업과 동반성장 하는 가운데 금융 본연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실물과 유리되거나 정도(正道)에서 벗어난 곳에서 금융의 길을 찾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금융연수원이 내년에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4차 산업혁명에 따른 핀테크 교육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 교육이다. 올해는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과 베트남 중앙은행의 한국계 은행 담당 국장을 초청해 강의했다. 앞으로도 우리 금융회사들이 해외사업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연수프로그램을 개발할 것이다. 본부장급 이상 임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최고경영자 과정’과 지점장 대상 ‘예비경영자 과정’도 계속 운영하여 금융계 고위직들이 다양한 식견은 물론 필요한 영업마인드나 영업전략 등을 습득하게 할 것이다. 아울러 지난해 신설된 감사아카데미 과정도 계속 설치 해서 은행별 리스크 취약부분을 선제적으로 인지하고 관리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 한국금융연수원 산책로 정자 (사진=한국금융연수원)
-끝으로 금융연수원 합숙소가 새 건물 같아 보이는데 혹시 조 원장 작품입니까.
“맞다. 합숙소를 짓는 김에 산책로도 정비하고 정자도 하나 마련했다. 내년에는 초가집 원두막 형태의 쉼터도 지을 계획이다.”
이어 그는 “재임 기간 최대 업적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웃어 보였다.
연세대를 졸업한 조 원장은 1983년 증권감독원에 들어오면서 금융계에 입문했다. 한국은행과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를 거쳐 1999년 금융감독원에 합류해 자본시장감독국 현물시장과장을 맡으며 경력을 쌓았다.
그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주재원(2001~2004년), 증권감독국 팀장(2005년), 총괄조정국 팀장(2006년), 외환업무실장(2008년), 일반은행서비스국장(2009년)을 지냈다. 이후 2011년 부원장보와 2013년 부원장 자리를 거쳐 2015년 금융연수원장에 선임됐다.
금융계에 입문한 시절부터 지금까지 금감원과 연구소 등에서 금융인의 길을 걸어온 조 원장은 국내 금융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마음으로 미래 금융인재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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