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그라나다는 당시 강남아파트 한 채값"
"70년대 그라나다는 당시 강남아파트 한 채값"
  • 황병우 기자
  • 승인 2017.11.22 0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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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헤리티지 라이브' 토크콘서트…포드20M, 각그랜저 등 올드카 전시
100여년에 달하는 해외 유명 자동차 기업들과 달리 현대자동차의 역사는 이제야 반백년이 됐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고 잿더미 위에서 시작해 글로벌 자동차 생산 5위권의 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대단한 일이다.
 
다만, 5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이룩한 모습에 비해 전통과 역사가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을 종종 받아왔다. 아직 제대로 꾸며진 자체 박물관이 없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지만, 현대차는 그 동안 자신들이 축적해 온 헤리티지를 하나하나 끄집어 내기 시작했다.
 
지난 18일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현대차 '헤리티지 라이브' 토크 콘서트에 본지 기자가 직접 참석해 과거의 추억을 되돌아 보는 시간을 담았다.
 
▲18일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현대차 헤리티지 라이브 토크콘서트에서  MC를 맡은 배한성 성우(왼쪽부터)와 나윤석 칼럼니스트, 현대차 브랜드전략팀 권규혁 차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황병우 기자)
 
200여명의 관객이 모인 가운데, 자동차에 일가견이 있는 배한성 성우가 MC를 맡고 나윤석 자동차 칼럼니스트와 현대차 브랜드전략팀 권규혁 차장이 과거의 추억과 현대차가 그동안 지나온 발길을 '유산(헤리티지)'이라는 단어로 되돌아 보게 했다.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 3층에 마련된 행사장에 입장하니 1960년대 말에 고급 세단으로 등장한 '포드20M'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무대 좌우에는 70년대 국산 최고급차의 자리를 차지했던 '그라나다'와 80년대 대우 로얄살롱을 겨냥해 등장, 시장 판도를 뒤집은 1세대 '그랜저(일명 각그랜저)'가 전시됐다.
 
나윤석 칼럼니스트는 "자장면 값이 60원이던 당시 포드20M(1969년 첫 출시) 한대 가격은 184만6000원이었는데, 현재 돈 가치로 하면 2억원"이라며 "1970년대 그라나다 출시 가격은 1154만원으로 당시 강남 아파트 한 채값이 1100만원"이라 말하며 과거 고급차의 위상을 설명했다.
 
포드20M을 소개하는 시간에는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송강호가 연기한 실존 인물 '김사복' 씨가 포드20M을 소유해 운행했던 까닭에 화제가 됐다.
 
나 칼럼니스트는 "실제로 김사복 씨는 당시 고급승용차였던 포드20M으로 운수업을 했던 분"이라고 말했고, 권 차장은 "1974년 육영수 여사를 피살한 범인 문세광이 행사장으로 이동할 때 이용했던 차가 바로 김사복 씨가 소유했던 고급차인 포드20M"이라고 밝혔다.
 
포드 20M은 포드 독일 공장에서 다듬은 기술로 인해 고속도로에서 탄탄한 주행 성능을 발휘했고,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고속도로경찰차로 사용되기도 했다. 
  
▲ 포드20M (사진=황병우 기자)
 
오일쇼크가 발생하면서 당시 정부는 6기통 자동차 생산을 금지했다. 이에 포드20M은 단종의 수순을 밟게 됐고 현대차는 새로운 고급차 생산을 결정하고 다양한 차종을 물색했다. 그렇게 해서 1970년대 말에 등장한 고급차가 그라나다 였다.
 
80년대 중반까지 고급차의 지위를 차지했던 그라나다는 당시에 최고급 차량에 걸맞게 강남 아파트 한 채 값에 맞먹을 만큼 상당히 비싼 가격을 자랑했다. 그 때문에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언급이 돼 한동안 큰 화제를 끌었다.
 
나 칼럼니스트는 "국민학교(초등학교) 때 봤던 그라나다는 21세기인 현재 길거리에서 주행해도 그다지 어색하지 않은 디자인"이라며 "현재 자동차 디자인의 트랜드 중 하나인 낮고 넓어 보이는 디자인으로 상당히 시대를 앞서간 자동차"라고 과거를 회상했다.
 
권 차장은 "과거 관청에는 고급차를 의전차로 가지고 있지 못했는데, 의전행사가 있을 때 마다 개인이 소유한 그라나다를 종종 빌려갔었다"며 "오죽했으면 차주가 짜증나서 실제로 차를 바꾸기도 했다"고 그라나다와 관련한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당시 그라나다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권력의 상징과도 같았다"고 밝혔다.
 
몇년 전 중국에서 검은색 아우디 승용차가 중국 정부의 관용차로 쓰이면서 중국인들 사이에서 권력을 나타내는 수단이라며 대단한 인기를 끌었던 것이 생각났다.
 
▲ 그라나다 (사진=황병우 기자) 
 
이후 높은 가격으로 그라나다 판매가 점차 저조해지면서 현대차는 후속 고급 승용차 개발을 서둘렀다. 여러가지 방안들을 추진했지만 번번히 무산되면서 마지막으로 미쓰비시와 제휴를 통해 고급 승용차를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해서 1986년 그랜저는 등장했다.
 
당시 고급 승용차는 엔진을 앞에 얹고 뒷바퀴를 굴리는 FR방식을 고집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고급 승용차를 엔진을 앞에 얹고 앞바퀴를 굴리는 FF로 제작한다는 것은 모험이었지만, 현대차는 이를 그대로 추진했다.
 
이후, 등장한 그랜저는 높은 인기를 끌게 됐고, 결과적으로 이 모험은 성공적인 결과를 낳았다. 남들과 다른 길을 걸어가고 특이함을 그대로 추진한 것이 통한 셈이다.
 
권 차장은 "그라나다는 부품 국산화율이 60%도 안됐기 때문에 높은 관세가 부과됐고 단종 직전 가격이 1900만원에 달할 정도로 대단히 고가였다"며, "1987년 수입차 진입 자유화에 대응하기 위해 국산화율 60%를 넘기고 값을 내려 월120대만 팔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해 그랜저가 만들어졌다"고 그랜저 탄생 배경을 설명했다.
 
나 칼럼니스트는 "1세대 그랜저(각그랜저) 부터 5세대 그랜저(HG) 까지 오면서 그랜저의 이미지는 높은 분들이 타는 차에서 가족이 타는 패밀리 세단으로 변모했다"며 "광고도 시대적인 흐름에 따라 바뀐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랜저 소개 시간에 방영된 광고 영상을 언급했다.
 
최근에도 1980-9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각그랜저가 당시의 위상을 상당히 잘 드러내고 있다. 예전 드라마 '모래시계'나 건달들이 등장하는 영화에서는 조직의 높은 분들이 각그랜저 뒷자리에 앉아 있는 모습으로 자주 나오기도 한다.
 
▲ 1세대 그랜저 (사진=황병우 기자)
 
국산 최고급 승용차의 지위를 이후 다이너스티, 에쿠스 현재는 제네시스 EQ900이 물려받았다. 그랜저는 성공한 남자의 자동차로 위상을 변경한다. 그랜저 TG의 광고 문구인 '당신 멋지게 사셨군요'라는 말이 기억난다.
 
현대차는 내달 16일 두 번째 '헤리티지 라이브' 토크 콘서트를 열고 자동차 매니아와 관객과의 만남을 이어간다. '모터스포츠'를 주제로 황욱익 칼럼니스트 등이 출연해 현대차가 과거 WRC등 모터스포츠에서 보여준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들려줄 예정이다.
 
현대자동차 브랜드 전략팀 권규혁 차장은 "앞으로도 더 많은 고객과 만나는 자리를 여러차례 늘리고, 내년에도 관련 행사를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 토크 콘서트서 MC를 맡은 배한성 성우가 주변 분이 겪은 현대차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황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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