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개인회생 신청 급증’ …이유있네?
‘연체‧개인회생 신청 급증’ …이유있네?
  • 김남주 기자
  • 승인 2013.03.11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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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파산보다 개인회생 상대적 유리…도덕적 해이 막아야
▲복잡한 신청 과정과 고비용에도 불구하고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사람들이 최근 급증하는 데는 그 만큼 과중한 채무 부담을 지고 있는 사람들의 상황이 악화되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자료사진)
가계의 채무불이행 지표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과 가계여신 부실채권비율이 동시에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1일 이상 원금 연체 기준으로 지난해 말 국내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0.81%에 달했다. 연말 기준으로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74%에 달했는데, 불과 3년 사이에 2.2배나 높아진 것이다. 신용대출 등의 연체율은 이보다도 높아 지난해 말 0.94%에 달했다.

최근 LG경제연구원이 분석에 따르면 총여신 중 고정이하여신으로 측정되는 부실채권비율 역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가계여신의 부실채권비율은 0.69%, 주택담보대출의 부실채권비율은 0.65%, 신용카드채권의 부실채권비율은 1.48%에 달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의 부실채권비율은 3년 사이에 1.7배나 높아졌다.

즉, 은행에서 돈을 빌린 가계 중 제대로 돈을 갚지 못하는 가계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가운데, 채권 회수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은행들이 부실채권으로 분류하는 대출금의 비중 역시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지난해 말 기준 가계의 채무불이행 지표는 최근 수년 들어 가장 높은 수준으로 악화된 상황이다.

여기에서 동시에 살펴봐야 할 것은 최근의 채무재조정 지표 움직임이다. 개인 과중 채무자를 구제하기 위해 현재 시행되고 있는 주요 제도로는 신용회복위원회에 의해 운영되는 프리워크아웃과 개인워크아웃, 법원에 의해 관리되는 개인회생과 개인파산 등이 있다.

신용회복위원회에 의해 운영되는 제도들은 금융회사간 자율 협약에 근거함으로써 법적 구속력이 없는 사적 채무 재조정인 반면, 법원에 의해 관리되는 제도들은 통합 도산법에 근거한 법적 구속력을 지닌 공적 절차라는 차이점이 있다.

이들 제도 중 개인파산을 제외한 나머지 제도들은 채무재조정을 통해 채무자가 채무를 갚아나가도록 하는 재건형 제도들이지만, 개인파산은 채무자의 자산을 처분하여 채권자의 권리 순서에 따라 배분하는 청산형 제도다.

먼저 눈길을 끄는 대목은 채무불이행 초기 단계에서 채무재조정을 신청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신용회복위원회에 채무재조정을 신청한 사람들 중 연체 기간 90일 미만인 경우에만 신청 가능한 프리워크아웃 신청자들의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전체 신용회복 신청자 중 프리워크아웃 신청자 비중은 2009년과 2010년에는 8%대에 불과했지만, 2011년에 15.9%로 높아진 데 이어, 지난해 4분기에는 24.6%까지 높아졌다. 불과 2년 만에 2.8배나 높아진 것이다.

이는 채무자에 대한 제도별 지원 내용을 감안하면 다소 의외의 현상이다. 채무재조정 측면에서 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인 경우에 신청 가능한 개인워크아웃이 프리워크아웃보다 유리하기 때문이다.

개인워크아웃은 금융기관이 이미 상각한 채권인 경우 최대 50%까지 원금 감면이 가능하고, 이자와 연체이자가 모두 감면된다.

반면, 프리워크아웃은 원금 감면이 없고, 연체이자만 감면될 뿐 기본이자는 약정 이자율의 50%로 조정된다. 채무 변제 유예 기간도 개인워크아웃은 최장 2년인 반면, 프리워크아웃은 최장 1년이다.

이처럼 채무 부담 경감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덜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개인워크아웃 이전에 프리워크아웃을 신청하는 채무불이행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를 낳게 한다.

즉, 연체가 시작되고 나서 상당 기간 동안 다각도로 빚을 갚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호전되지 않아 채무재조정을 신청한다기보다, 연체가 시작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초기에 채무재조정을 신청하는 경향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파산에 비해 불이익 적은 개인회생 신청 급증

이와 함께 주목할 현상은 올해 들어 법원에 대한 개인회생 신청이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1월 개인회생 및 개인파산의 합계 신청 건수는 13,498건으로서 지난해 1월 10,677건에 비해 26.4%나 늘어났다.

지난 2010년 1월과 2011년 1월의 합계 신청 건수가 각각 10,512건과 9,768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 1월에 신청 건수가 급증했음을 알 수 있다.

이 중 개인파산 신청은 지난해 1월 4,566건에서 올해 1월 4,630건으로 소폭 증가에 그친 반면, 개인회생 신청은 지난해 1월 6,111건에서 올해 1월 8,868건으로 무려 45.1%나 늘어났다.

즉, 최근 채무불이행자들은 법원을 통한 구제 방법 중 개인파산보다 개인회생을 선호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법원을 통한 개인회생 또는 개인파산을 신청하는 사람들은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한 프리워크아웃 또는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하는 사람들보다 채무 부담이 과중한 것이 일반적이다.

프리워크아웃 또는 개인워크아웃의 대상 채무가 협약에 가입한 금융기관들에 대한 채무로 국한된 반면, 개인회생 또는 개인파산의 대상 채무는 사채 등 모든 채무를 포괄하기 때문이다.

대상 채무의 한도 역시 프리워크아웃 또는 개인워크아웃은 총채무액이 5억원 이하이어야 하지만, 개인회생은 담보채무 10억(무담보채무 5억)이고, 개인파산은 채무 한도가 아예 없다.

그러나, 법원에 개인회생 또는 개인파산을 신청하려면 신청 과정이 복잡해 법률 대리인을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어서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한 채무재조정에 비해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그렇다면, 개인파산보다 개인회생에 최근 신청이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채무 탕감 측면에서만 보면, 면책 선고시 변제 의무 없이 모든 채무가 탕감되는 개인파산이 최대 5년간 법원이 정한 액수를 변제해야 남은 채무가 탕감되는 개인회생에 비해 유리해 보인다.

그러나 소득 및 재산이 있더라도 청산시보다 변제액이 많기만 하면 받아들여지는 개인회생과 달리, 개인파산의 경우에는 파산선고 이후에도 소득이나 재산이 있을 경우 면책이 불허될 수 있다.

이 경우 파산선고로 인한 불이익은 지게 되지만, 채무 탕감 효과는 기대할 수 없게 된다.

결국, 채무 변제 능력을 완전히 상실한 경우가 아니라 소액이더라도 소득이나 재산이 있는 채무불이행자들의 입장에서는 개인회생보다 개인파산이 상대적으로 불확실성이 높은 방법일 수 있다.

개인회생 시의 불이익 역시 개인파산 시의 불이익에 비해 적은 것으로 판단된다. 개인파산 선고 시에는 공무원, 교사의 경우 자동퇴직이 되고,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을 가질 수 없는 등 신분상 불이익이 있지만, 개인회생은 각종 전문자격을 유지하면서 빚을 갚을 수 있다.

즉, 최근 개인회생 신청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개인파산보다 개인회생이 상대적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은 반면 불이익은 상대적으로 적은 방법이라는 점에 개인 과중 채무자들이 주목하고 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개인파산보다 개인회생 상대적 유리…도덕적 해이 막아야
향후 계획된 가계부채 관련 대책의 시행과 관련해 도덕적 해이 현상이 확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 대책의 지원 대상과 지원 기준을 조속히 명확히 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누구의 어떤 빚을 어느 선까지 덜어주고 어떻게 갚게 할 것인지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기준이 빨리 정해지지 않으면 혼란은 가중될 수 있다. 대책의 지원 대상과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의 확산도 차단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도덕적 해이와 관련된 채무자들의 움직임 및 금융시장 동향을 면밀하게 모니터링 하는 가운데, 과거 도덕적 해이 현상의 확산이 금융시장에 미쳤던 영향에 대한 보다 심도 깊은 분석도 필요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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