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구조조정 속내는?
포스코 구조조정 속내는?
  • 김상호 기자
  • 승인 2013.02.1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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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건전성 확보…부실 계열사 조직 슬림화 의도
▲ © 김상호 기자
명예퇴직 등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 자제

포스코가 계열사 구조개편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1일 자로 7개 계열사를 정리한데 이어 올해 말까지 6곳을 추가 정리해 모두 30여 곳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다만 구조개편에 따른 동요를 막기 위해 인력 구조조정은 하지 않기로 했다.

포스코는 몸통을 최대한 가볍게 하는 구조조정을 통해 향후 위기상황을 극복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포스코가 국내 대기업 중 올해 첫 번째로 구조개편을 실시하는 만큼 향후 재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지난해 11월말부터 이날까지 모두 24개의 계열사를 없앴다.

이에 따라 현재 포스코의 계열사는 총 70개에서 46개로 재편됐다.

포스코는 이달 말까지 특수목적법인인 탄천E&E 등 구조조정 과정에서 설립된 계열사 5개를 추가할 계획이어서 최종 계열사는 51개가 될 예정이다.

현재까지 구조재편이 완료된 자회사는 포스코건설의 청라국제업무타운·수원그린환경·푸른김포·송도국제스포츠클럽, 포스코에너지의 포항연료전지발전·신안에너지, 포스리의 포엠아이컨설팅, 포스코켐텍의 포스그린, 포스코ICT의 포스브로, 포스코엔지니어링의 바시스산업 등이다.포스코는 계열사 합병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국내 1,2위 스테인리스 가공·판매사인 포스코AST와 포스코NST의 양사 합병법인 ‘포스코AST’도 지난달 출범했다.

그룹 내 소재사업의 실행주체인 포스코켐텍, 포스코엠텍 및 포스코P&S는 각자 자회사를 흡수합병하거나 자회사간 합병을 통해 소재사업의 역량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그룹 내 플랜트 기자재제작 계열사인 포스코플랜텍과 성진지오텍의 합병은 시장상황 등을 보며 올해 중 검토키로 했고, 광고대행업 등 비핵심 관련사는 매각을 통해 계열에서 제외키로 했다.

포스코는 이번 계열사 구조개편이 인력감축, 아웃소싱 등 관리비 축소지향의 부정적 구조조정이 아닌 자회사간 통합, 일부 계열 제외 등의 방법으로 이뤄지는 재편임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명예퇴직 등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향후에도 상시 구조재편 시스템을 정착시켜 핵심사업 분야의 성과를 높이고 미래 성장 역량을 제고해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체질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포스코의 구조조정 및 개편이 재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지난해 말부터 극심한 경기침체에 따른 위기와 그에 따른 구조조정이 각 기업들 사이에서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포스코의 구조조정 성패 여하에 따라 국내 대기업들도 사업 재편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기업투자 등이 감소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포스코의 구조조정이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질 경우 다른 기업들 역시 이 같은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며 “따라서 올해 전반적인 기업들의 투자 및 고용이 위축될 가능성도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작년 4월 기준 포스코의 계열사는 (주)포스코를 제외하고 70개. 2011년 61개에서 지난해 9개 늘어났다. 2010년엔 48개, 2009년엔 36개였다. 특히 정준양 회장이 취임한 2009년 2월 이후 지금까지 무려 2배 가까이 계열사 수가 증가했다.

공정위 자료상 계열편입일 기준으로 보면 지난 2009년 2월 정 회장 취임 후 포스코 계열사로 편입된 회사는 무려 40개. 또 새로 설립된 회사도 29개나 된다.

금융업에도 신경 써 작년 포스메이트 자회사, 즉 손자회사인 포스메이트인슈어보험중개도 금융·보험회사 계열사로 편입돼 있다.

성진지오텍 인수로 자동 편입돼 손자회사가 된 성진이앤티, 안정지구사업단도 계열사에 추가됐으며 대우엔지니어링(현 포스코엔지니어링) 인수로 편입된 다코스도 손자회사로서 계열사 명단에 이름이 올라 있다.

이밖에 포스코P&S 자회사인 뉴알텍, 포스코엠텍 자회사인 나인디지트와 리코금속, 포스코컴텍 자회사인 포스그린, 포스칼슘 등 소재사업을 위해 진출한 회사도 손자회사로서 계열사에 추가됐다.

포스코E&E·신안에너지·피에스씨에너지글로벌(포스코에너지 자회사), 포스코LED·포뉴텍(포스코ICT 자회사), 마포하이브로드파킹·게일인터내셔널코리아·송도국제스포츠클럽·푸른김포(포스코건설 자회사) 등도 손자회사로서 계열사에 새로이 포함됐다.

또 포스코건설에서 분리된 플랜트EST도 계열사에 이름을 올렸다.
포스코의 계열사 증가는 곳곳에서 비판받아 왔다. 증가 속도로만 따지면 공정위가 지정한 대기업집단 중 1위이며 본업인 철강사업과 관련 없는 업종에도 진출해 재벌들의 ‘문어발 확장’을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철강·소재사업과 관련 없는 계열사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코스는 교통 신호장치 제조업을, (주)송도SE는 건축물 일반 청소업을 하고 있으며 부동산업을 하는 계열사도 볼 수 있다.

포스코의 계열사 증가는 자산과 매출액 증가로 나타났다. 2009년 4조 9062억 원이던 포스코의 자산은 2010년엔 5조 2877억 원, 2011년엔 6조 9845억 원, 2012년엔 8조 618억 원으로 늘어났다. 매출액도 꾸준히 늘어 지난해 4월 집계한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79조 6610억 원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포스코는 2009년 이후 계열사 수와 매출, 자산은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줄었다. 또 부채와 차입금이 늘어났다. 정 회장 취임 전인 2008년 7조 1790억 원이던 영업이익이 2011년에는 5조 4130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50%대였던 부채비율은 92%까지 치솟았고 2009년 12조 원대인 차입금은 지난해 무려 26조 8100억 원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비록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매출은 늘었으나 수익성은 나빠졌다는 의미다.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계열사도 2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계 관계자는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쓰는 방편 중 하나가 계열사 간 합병”이라고 귀띔했다.

이 같은 점으로 미뤄볼 때 미리 재무건전성을 충분히 확보하고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계열사를 위기에서 벗어나게끔 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

포스코 측은 “SK텔레콤 지분 등을 매각한 후 재무건전성에는 전혀 문제없다”며 “계열사 구조개편은 재무건전성과 관련없다”고 반박했다. 포스코는 작년 4월 SK텔레콤·KB금융·하나금융 지분 등을 매각해 5800억 원가량의 현금을 확보한 바 있다.

2010년 8월 포스코에 인수된 대우인터내셔널은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이 줄어드는 수모를 겪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9.3% 줄어든 17조113억원, 영업이익은 18.4% 감소한 1409억원으로 공시됐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비철과 화학부문 실적이 특히 악화됐고 철강·화학 등의 주요 원자재 가격이 하락한 영향이 컸다.

이 같은 저조한 실적은 모기업인 포스코의 실적에도 파장이 미쳤다. 포스코는 사상최악의 글로벌 철강시황 침체에다 자회사 실적부진 탓에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익이 각각 7.7%, 33.2% 감소했다.

다만 대우인터내셜널은 올해 5월부터 미얀마 가스전에서 상업생산이 본격화될 경우 연간 700억~800억원의 이익을 올려 ‘실적 턴어라운드’라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포스코는 유동성이 가장 풍부하다고 알려진 기업 중 하나였다. 이런 의욕은 계열사 수 증가에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너무 의욕만 앞세운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계열사 합병·매각 등을 일부에서는 지배구조 강화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단순히 합병과 매각 등으로 몸집을 줄이는 것만 놓고 지배구조 강화로 해석하기는 무리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M&A업계 관계자는 “계열사 간 합병의 비용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는 측면은 있지만 지분이 늘어나는 것이 아닌 이상 지배구조 강화로 해석하기는 무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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