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희망 잃었을 땐 ‘서민금융119’
삶의 희망 잃었을 땐 ‘서민금융119’
  • 최일숙 기자
  • 승인 2010.08.28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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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 9등급 이하 추락·이자 압박 등 눈높이 안내
정말 119를 찾는 것보다 더 급할지도 모른다. 돈의 압박에 삶의 희망을 잃는 건 저신용, 저소득 계층에겐 살을 도려내는 것보다 더한 고통이다. 최소한의 생활을 위한 대출과 기존 채무변제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인 그들에겐 생각만 해도 두려운 은행창구보다는 내 처지를 제대로 알고 도와주는 119가 절실하다.

한국이지론 직원이 인터넷으로 대출 신청을 한 저신용자와 전화 대출 상담을 하고 있다.
한국이지론 직원이 인터넷으로 대출 신청을 한 저신용자와 전화 대출 상담을 하고 있다.

서울의 한 컴퓨터 도매점 판매원 김영욱(가명·33) 씨. 얼마 전만 해도 그는 매월 26일이 악몽 같았다. 전날인 25일은 월급날이라 의기양양할 것 같지만 아니다. 그에겐 정말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은 날이다. 휴대전화도 아예 24시간 전원을 꺼놓는다.

그가 이렇게 된 건 빚 때문이다. 지난해 아버지의 사업 실패, 어머니의 암수술로 집안의 가장 노릇을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은행에서 적잖은 대출을 받았는데 이것이 꼬리를 물고 그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처음엔 연봉 2천2백만원 조건으로 은행 3곳에서 1천7백만원을 대출받았다. 3년 원리금 균등상환으로 9~11퍼센트 이자가 붙어 매달 65만원가량이 급여계좌에서 빠져나갔다.

이때는 크게 어려울 게 없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1백80만원가량의 월급으로 암투병 중인 어머니의 병원비를 충당하고 가계를 이끌어가는 것이 벅찼다. 어쩔 수 없이 김 씨는 기존 대출이 많아도 추가 대출이 가능하다는 한 은행 홍보 전단지를 보고 1천만원 한도의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었다.

금융소외계층에 눈높이 금융 상담·대출 안내

일단 그 돈으로 어머니 병원비와 각종 생활비를 해결했다. 대신 한 달 이자가 8만~9만원 추가로 들게 됐다.

급한 불은 껐지만 월급에서 생활비와 어머니 병원비, 대출이자를 빼고 돈을 남겨 현상유지를 하기란 쉽지 않았다. 사정이 어렵다고 친구나 선배들과의 모임, 각종 경조사를 무조건 무시하기도 어려웠다.
그런 데다 보험사 영업사원으로 근무하는 친구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한 달에 10만원씩 납입해야 하는 종합생명보험도 들어 부담은 더욱 커졌다. 급기야 3개의 신용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아 생활비를 대고 은행 빚을 막아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이때부터 은행에서 신용대출 승인이 나지 않았다. 제2금융권인 캐피탈도 마찬가지. 결국 2개의 대부업체에서 연 49.9퍼센트의 최고 이자율을 감수하면서 대출을 받아야 했다.

여기서 김 씨의 신용상태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여기저기서 신용조회를 받고 연체기록도 남아 있어 신용등급은 9등급 이하로 추락한 것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상황’에서 김 씨는 삶의 의욕을 완전히 상실했다. 이후 그는 매달 26일 대출금 결제일이면 ‘그로기’ 상태가 되기 일쑤다. 5분마다 걸려오는 대부업체 직원의 ‘깐깐한’ 대금 납입 독촉 전화와 문자메시지의 후유증에 잠도 못 이룬다.

금융소외계층으로 전락하면서 그야말로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진 김 씨는 다행히 얼마 전 한 줄기 빛을 찾았다. 금융감독원이 ‘서민금융119 서비스’를 운영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그는 사금융애로종합지원센터의 상담을 통해 참고 참았던 어려움을 해소했다. 또한 이곳에서 맞춤대출 안내 서비스인 ‘한국이지론’을 통해 고금리 대부업체 대출을 연 10퍼센트대 이자대출로 전환하고 다시 삶의 안정을 찾았다.

한국이지론 1만9천여 명에게 9백69억원 대출 중개

이처럼 서민금융119 서비스는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눈높이 금융 상담과 대출 안내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대출 서비스는 개인 신용도와 처지에 맞는 맞춤형이다. 한국신용평가정보 등이 출자하고 금융감독원이 후원하는 한국이지론이 운영 중인 대출 안내 서비스는 제도권 금융회사 대출 상품 중에서 고객 사정에 가장 적합한 대출을 추천해준다. 이 과정에서는 한국신용평가정보 신용정보를 통한 본인조회 방식으로 대출 상품을 추천하기 때문에 신용조회 기록도 전혀 남지 않는다.

한국자산관리공사도
한국자산관리공사도 '새희망네트워크'를 통해 저신용 금융소외계층의 채무조정·금융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이지론은 2005년 12월 첫 서비스를 시작한 뒤 지난 5월까지 1만9천7백19명에게 9백69억원의 대출을 중개했다. 대출 수혜자 중 저신용자(신용등급 7~10등급) 비율이 75퍼센트를 차지한다. 그만큼 저신용자 금융애로 해소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고금리 대부업체 대출을 금리가 낮은 제도권 금융회사 등의 대출로 전환해주는 환승론도 2007년 6월부터 지난 5월까지 1천8백71명에게 93억원의 대출을 중개했다.

이에 한국이지론은 지난 5월 26일 당시 노동부(현 고용노동부)로부터 취약계층에게 사회적 서비스나 일자리를 제공해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았다.

금융감독원 서민금융지원실 양일남 서민금융총괄팀장은 “맞춤대출 안내 서비스가 서민들에게 유용한 수단이 됨에 따라 제휴 금융회사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다양한 맞춤대출 상품이 추가로 제공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6월까지 13개 은행을 포함한 4백85개 금융회사의 1천2백78개 맞춤대출 상품이 한국이지론을 통해 제공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외에 한국자산관리공사도 금융소외계층 지원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종합상담센터를 운영 중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는 2008년 12월 인터넷상에서 새희망네트워크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과다 채무자의 채무조정, 금융지원, 취업, 창업, 복지지원 정보를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또한 홈페이지에서 곧바로 한국이지론의 맞춤대출 안내 서비스도 받을 수 있으며, 개인에 맞는 신용회복 제도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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